▲10월 16일 쿠팡물류센터지회와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가 쿠팡 양산 물류센터 앞에서 선전전을 진행하고 있다.
쿠팡물류센터지회
가늘게 찬바람이 불자, 쿠팡의 특가 프로모션은 사라졌다. 그러나 가을의 시작점에 쿠팡으로 가족을 잃은 유가족들이 모였다. 지난 9월 23일 '노동자 죽음 부르는 쿠팡 로켓 배송의 노동실태와 고용구조' 토론회가 열렸다.
아픈 아들의 치료비와 생활고를 벗어나기 위해 남편에게 쿠팡 야간노동을 함께 '뛰자'고 권유했던 고 김명규님의 부인 우다경씨는 증언을 하기도 전에 눈물을 쏟아냈다. "개처럼 뛰고 있어요"라는 문자를 마지막으로 남기고 사망한 정슬기님의 아버지 정금석 님은 "고정된 야간노동은 너무도 위험해서 다른 나라에서는 사례를 찾아보기도 어렵다는데 21세기 선진국이라는 대한민국에서 버젓이 자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2020년 칠곡쿠팡물류센터에서 과로로 사망한 장덕준님의 어머니 김미숙님은 "함께 밥을 먹을 수 있는 일상을 빼앗겼고, 아들이 죽은 뒤 남은 가족들은 함께 한 상에서 밥을 먹어본 적이 없다"며, 4년이 넘도록 사회적 증언을 이어가고 있다.
쿠팡 노동자들 대부분은 이른바 '쪼개기 계약'으로 고용불안에 시달리거나 매일의 계약 해지가 가능한 일용직이다. 극단적인 불안정 노동은 야간고정 노동을 '선택'하도록 만든 강제적 장치가 된다. 쿠팡 노동자들에게 가해진 '더위'는 이렇게 켜켜이 쌓인 위험 위에서 미세하게 영향을 미친다. 더위는 더위만의 문제가 아닌 것이다.
7명의 노동자를 뒤로 하고 쿠팡이 내놓은 대책은 '1만 명 직접고용'이었다. 사망사고가 집중된 쿠팡로지스틱스서비스(CLS)의 택배 분류 인력을 100% '완전 직고용 체제'로 운영한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쿠팡의 연이은 과로사는 쿠팡식 직접고용으로 해결될 수 없다.
야간노동은 더 취약한 노동자에게
쿠팡은 2022년 기준 삼성전자, 현대자동차에 이어 국내 고용 3위 기업으로 6만 명 이상을 직접고용하고 있다. 이 중 19~34세 사이의 청년층 노동자가 2만여 명이고, 총 고용의 50%를 여성노동자로 채우고 있다. 대다수의 청년과 여성노동자들은 저임금의 불안정노동으로 '직접' 고용되어 있다.
직접고용 형태를 정규직과 비정규직으로 나눠보면, 쿠팡풀필먼트의 경우 정규직은 9000여 명인데 반해, 비정규직 노동자는 2만 8775명이다. 즉 쿠팡식 직접고용의 본질은 일용직, 단기계약직을 직접 통제하는 노무관리인 셈이다. 불안정 고용과 저임금 노동자 집단으로 이뤄진 쿠팡에서 노동자들은 야간노동을 선호한다. 야간 고정노동으로 3년째 일하고 있던 워킹맘은 자신의 신체가 빠르게 소진되고 있음을 절감하고 있다.
"남편 외벌이로는 태어난 아이로 늘어난 생계비를 감당하지 못해서, 물류센터 야간노동을 하고 있어요. 지금 3년차인데, 아침에 퇴근해서 남편은 출근하고, 아이들 밥해 먹이고, 어린이집 보내고 집안일 하면 한낮인데도 식은땀이 나고 심장이 두근거릴 때가 많아요. (중략) 얼마나 더 계속될 수 있을지 3년 차 되니까 자신이 없어져요. 이러다 정말 큰일 나겠다 싶기도 하고…"(쿠팡물류센터 계약직)
2021년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직업환경의학과(김형렬, 송지훈, 유형섭)가 쿠팡 노동조건과 건강실태를 조사한 결과(356건 응답)를 보면 쿠팡식 직접고용이 어떻게 야간전담노동을 유인하는지를 알 수 있다. 조사 결과 쿠팡 계약직의 경우 한달 평균 21일을 일하는 데 반해, 일용직은 한달 평균 12일을 일하고 있었다.
그런데 한달 노동일수 '12일'만으로는 한달의 생존을 위한 비용을 충족시킬 수 없다. 이로부터 야간노동 유인효과가 발생한다. 야간할증수당을 위해 야간노동을 선택하는 것은 최저시급을 받는 쿠팡 계약직과 일용직 모두에게 해당한다. 그 가운데 계약직(42.76%)에 비해 일용직(56.37%)이 부족한 임금 때문에 야간노동을 더 많이 선택하고 있었다.
한국사회에서 장시간 야간노동 문제는 오래된 고질병이다. 그러나 오늘의 야간노동은 이전과 다른 문제를 던진다. 물류산업과 같이 서비스 분야의 새로운 산업에서 청년과 여성노동을 중심으로 '불안정한 야간 고정노동'이 증가하고 있다.
사회적으로 야간노동이 '2급 발암물질'이라는 인식이 확산되고 이른바 '워라밸'과 수면의 질이 중요하게 취급되면 될수록 취약한 노동자집단으로 야간노동이 '몰빵'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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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취약한 노동자들이 선택하는 쿠팡의 야간노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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