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시절 김중성 상무 이사와 그의 아내.
김중성
전공의들 집단 이탈로 인한 의료대란으로 의미가 퇴색하긴 했지만, 저렴한 비용과 뛰어난 의료 품질을 자랑하는 것으로 알려진 대한민국에서 과연 의료협동조합이 필요할까?
그에게 꼭 묻고 싶은 말이었다. 10일 오후. '행복한마을 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아래 의료사협)' 사무실 문을 열자 초로의 남성이 "전화 주셨던?" 하며 악수를 청했다. 김중성(68) 상무이사다. '이젠 좀 쉬었으면'하는 피로감이 주름진 이마에서 느껴지긴 했지만, 나이에 비해 건강하고 활력있는 인상이었다. 눈에 웃음기가 있어 인자함도 느껴졌다.
의료사협은 조합원이 돈을 모아 의사를 고용하는 형태의 사회적 기업이다. 따라서 병원 주인은 의사가 아닌 조합원이고, 병원 존재 이유 역시 의사의 영리가 아닌 조합원의 건강이다. 의료사협은 환자 진료에도 최선을 다하지만, 환자가 생기지 않게 하는 예방 활동을 더 중요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목적은 의료사협 정관 전문에 잘 나타나 있다.
"행복한마을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은 과천·의왕·군포·안양지역 주민과 시민사회단체가 힘을 모아 마을에서 건강과 의료의 주인이 되는 협동의 공동체를 추구하기 위해 설립하였다.
우리는 생명의 존엄성이 존중되어 차별과 소외가 없는 평등 의료 구현을 위해 노력하고, 사회와 자연의 건강함이 나의 건강함과 직결됨을 직시하여 상호 협력과 조화로운 관계 맺음을 위해 진력한다.
우리는 주치의와 적정진료를 통해 치유의 근본을 생각하고 사회자원을 절약하며 왜곡된 의료 제도의 개선에 앞장선다.
또한 건강 증진과 예방에 주력하여 건강 자치력을 향상시키고, 장애인·노인·취약계층 등 사회적 약자에게 의료와 돌봄 서비스를 지원하고 연계한다. 나아가 초고령사회에서 통합돌봄을 구현하기 위해 매진한다." (정관 전문)
이처럼 공익적 목적을 가지고 있지만 마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병·의원이나, 종합병원에 비해 경쟁력이 떨어지는 것은 사실이다. 민간의료기관이 고가 장비 도입 등을 통해 각종 편의를 제공하면서, 경쟁에 밀린 의료사협(의료생협) 성장이 한계에 직면했다는 지적도 있다.
"세계적인 의료 시스템을 갖추고 있어, 의료사협이 필요 없다는 의견도 있는데요? 마을마다 병·의원도 즐비하고요. 의료사협은 의료 서비스 질이 낮았던 과거에나 필요했다는 말도 나옵니다."
연신 싱글거리는 얼굴로 말을 이어가던 그가 이 질문을 받자 잠시 말을 멈추고 내 얼굴을 빤히 쳐다봤다. 그와 나의 거리 1m 남짓, 그 사이로 스산한 바람이 지나갔다. 무슨 말을 하려고 이러는 것일까.
차별과 소외가 없는 평등 의료사회의 구현이 목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