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 '채식주의자' 번역가 데보라 스미스가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 서울국제도서전 국제관에서 열린 2016 한국문학 세계화 포럼 초청 기자회견에 참석한 모습.
연합뉴스
한강은 한국에서 가장 많이 번역되고 전 세계에 가장 많이 이름을 알린 작가일 것이다. 그의 화려한 노벨상 수상 뒤에는 보이지 않는 번역가들의 공로가 있다. 특히 영어로 번역해서 한강을 처음으로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킨 데보라 스미스의 기여가 컸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데보라 스미스의 번역 < The Vegetarian >은 한때 국내에서 오역 논쟁으로 곤욕을 치러야 했다. 많은 학자들이 오역을 지적하면서 원본을 왜곡하고 한국문학을 배신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나는 유일하게 그의 번역이 한국어 원본의 주제의식, 페미니즘을 잘 살리고 부각시켰다고 주장하는 논문을 썼다. 그래서 데보라 스미스의 평판은 오랜 무명에서 한국문학을 구원한 영웅이냐, 한국문학을 배신한 반역자이냐 사이에서 아슬아슬하게 걸쳐 있었다.
이러한 논란은 한국에서 통용되는 번역의 개념 및 위상과 관련이 깊다. 한국은 영미권에 비해 원본중심주의, 직역의 풍토가 강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문학번역을 얘기할 때, 오역을 했는지 안 했는지, 충실한지 아닌지, 정확한지 아닌지에 초점을 맞춘다.
두 언어, 문화가 다르고 두 언어 글쓰기 관행이 다를 진데, 한국어에서 좋은 글쓰기의 기준이 다른 언어에서는 통하지 않을 수 있음을 간과한다. 우리의 감동이 그들의 감동이 아닐 수 있음을 놓친다.
기억해야 할 것은 해외 심사위원들과 독자들은 원본과 번역을 비교해서 읽지 않으며, 번역을 하나의 시로, 소설로, 작품으로 읽는다는 사실이다. 오로지 그들의 언어로.
한강의 소설을 영어로 옮긴 데보라 스미스는 훌륭한 한국문학 작품을 영어로 번역한다면, 번역은 훌륭한 영문학 작품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번역가는 단어나 문법에 대한 충실성보다는, 더 넓은 의미의 충실성, 즉 원본의 예술성과 작품성, 원본을 읽는 독자의 읽기 경험에 대한 충실성을 추구해야 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문학번역은 '문학적'이어야 하고, 번역가는 단순히 언어적 지식보다는 문학적 감수성과 글쓰기 역량을 갖추는 것이 필요하다. 그래서 데보라 스미스는 단어를 선택할 때, 그 단어가 얼마나 많은 음절이 있는지, 어떻게 보이는지 느껴지는지 들리는지를 생각하고, 어떤 종류의 함축과 이미지들을 독자에게 불러 일으킬지와 같은 것들을 고민한다고 말한다.
그는 번역에서 시적이고 서정적인 문체, 이미저리(육체적인 감각이나 마음속에서 발생하여 언어로 표출되는 이미지의 통합체)와 은유와 같은 문학 기법을 사용해서 언어의 묘사력과 표현력을 극대화한다. 이러한 점에서, 나는 데보라 스미스가 한강의 원본이 자극하는 상상력과 탁월한 문체로 원본의 문학성을 잘 살려낸 번역가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