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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 먹튀' 노린 사모펀드에 오세훈 "돈 못 벌게 하겠다"

시내버스 준공영제 혁신안 발표... 민간자본 진입 심사 강화하고 시 재정부담 낮추고

등록 2024.10.22 12:51수정 2024.10.22 1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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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세훈 서울시장이 22일 오전 서울시청 브리핑룸에서 서울시내버스 준공영제 혁신방안 관련 발표를 하고 있다. 2024.10.22
오세훈 서울시장이 22일 오전 서울시청 브리핑룸에서 서울시내버스 준공영제 혁신방안 관련 발표를 하고 있다. 2024.10.22연합뉴스

"한 마디로 돈 벌러 들어오지 못하게 하겠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22일 시청에서 열린 '시내버스 준공영제 20주년 혁신방안' 기자설명회에서 한 말이다. 사모펀드가 '시민의 발'인 버스회사에 투여되는 세금을 노리고 시장에 진입해 배당금 잔치를 벌이고 심지어 먹튀까지 노리는 상황을 원천 차단하겠다는 선언이었다.

현재 서울 시내버스 65개 회사 중 6개가 차파트너스 등 사모펀드에 인수돼 운영되고 있다. 특히 서울만 아니라 인천·대전의 버스회사들도 사들인 차파트너스는 높은 투자수익율을 기록했다. 그리고 이제 해당 회사들을 다시 되팔려고 준비 중이다.

서울시가 20년을 맞은 시내버스 준공영제 혁신방안을 준비해온 것도 이런 이유가 컸다. 대중교통의 공공성 확보를 위해 주어진 공공자금 덕에 최소한의 이윤을 보장 받는 준공영제의 시스템을 악용하는 사례가 명백히 드러난 이상, 적극적 대처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현 시내버스 준공영제의 틀을 유지하되, 그 공공성을 존중 않는 민간자본은 손쉽게 수익을 얻지 못하도록 만든다'는 게 서울시의 답이었다.

이에 대해 오 시장은 "사모펀드가 돈을 벌 수 없도록 하기 위해선 100% 공영화를 하는 것이 정답인데 그렇게 하기엔 천문학적인 예산이 들어간다"면서 "최대한 마른 수건 쥐어짜듯 해서 (사모펀드가) 감히 공공에서 운영하는 준공영제에서 돈을 벌어가겠다는 발상 자체를 못하게 하는 게 관건"이라고 밝혔다.

또 "기왕 대책을 마련한 만큼 단호히 시행해서 민간자본이 (시내버스 준공영제에) 들어와 헤집고 다니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는 게 저의 굳은 결심"이라고 강조했다.


준공영제 노린 사모펀드 대한 진입 장벽 높이고 배당금 잔치 막고

시는 우선 사전심사제도를 도입해서 시내버스 시장에 불건전·외국계 자본, 또는 과다영리 추구 자본 등의 진입을 사실상 제한하기로 했다. 또 외국계 자본·자산운용사의 진입은 금지하고 국내 자산운용사의 경우엔 설립 2년 이상 경과된 곳에만 기회를 주기로 했다.


차파트너스처럼 이미 진입한 민간자본에 대해서는 ▲자기자본 비율 60% 이하 배당성향 100% 초과 금지 ▲1개월분의 운전자본(현금성 자산) 상시 보유 의무화 ▲회사채 발행시 사전신고 및 회사채로 인한 이자비용 증가평가 반영 등을 규제하기로 했다. 사모펀드가 시의 재정지원까지 받아서 투자자들에게 높은 배당금을 지급하는 상황을 감안한 조치다.

민간자본이 알짜 자산을 매각한 뒤 단기간에 운수업계를 이탈하는 '먹튀'도 원천 차단한다. 임의로 차고지를 매각하면 차고지 임차료를 지원하지 않고, 5년 내에 회사를 되팔려 하면, 새로 인수할 사업자가 향후 5년 간 시의 '성과이윤'을 얻지 못하도록 평가 점수를 200점 감점하겠다고 했다.

윤종장 서울시 교통실장은 이와 같은 시의 대책이 이미 차파트너스 측에 통보된 상황이라고 했다. 차파트너스는 내년 말 일부 펀드의 만기를 이유로 통매각을 추진 중인데 쉽지 않을 것이란 얘기였다.

그는 관련 조례 개정 전 차파트너스 통매각 성공 가능성에 대한 질문을 받고 "반드시 조례가 통과된 다음 (대책을) 시행할 수 있는 건 아니다"라며 "통매각을 하지 말라고 관여할 수는 없지만 우리의 개선안은 사전에 얘기를 해줬다. 그쪽에서 오늘 발표된 내용에 맞춰 매각전략을 다시 짜야 할 것"이라고 답했다.

사전·표준정산제 도입해 준공영제 재정부담도 낮춘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22일 오전 서울시청 브리핑룸에서 서울시내버스 준공영제 혁신방안 관련 발표를 마치고 퇴장하고 있다. 2024.10.22
오세훈 서울시장이 22일 오전 서울시청 브리핑룸에서 서울시내버스 준공영제 혁신방안 관련 발표를 마치고 퇴장하고 있다. 2024.10.22연합뉴스

서울시는 현재 시내버스 준공영제에 투여되는 재정의 '낭비요인'도 줄이겠다고 했다. 시의 과도한 재정부담을 완화하고 운수회사의 자발적인 경영혁신을 유도하겠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먼저 '시내버스 운송수지 적자분(총수입-총비용)' 전액을 보전하던 기존의 사후정산 방식을 개선해 시의 재정부담을 줄이기로 했다. 다음 해 총수입과 총비용을 비리 정하여 그 차액만큼만 지원하는 사전확정제를 도입키로 한 것. 또한 그간 실비 정산을 해줬던 인건비(운전직)·연료비도 다른 비용처럼 상한선을 정해 보전해주는 표준정산제로 변경하기로 했다.

서울시는 사전확정제 및 표준정산제 전면 도입을 통해 연간 약 500억 원의 비용을 절감할 수 있을 것이라고 봤다. 특히 "사후정산제는 운수회사 입장에서 적극적인 비용 절감 노력을 기울일 유인 요소가 없었지만, 사전정산제로 변경되면 운수회사가 자발적인 수입증대와 비용절감 등 경영혁신에 힘을 쏟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했다.

'도보 5분 내 대중교통 접근' 버스 노선 확 바꾼다

시내버스 노선도 20년 만에 전면 개편하기로 했다. 서울시민 누구나 도보 5분 내 대중교통 접근이 가능하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지하철·경전철 등 철도노선을 기본으로 해서 지선·간선 등 버스노선을 전면 재조정한다. 이를 통해 20년 간 증가한 노선 굴곡도를 완화하고 장거리·중복 노선은 줄여서 소외지역 없는 촘촘한 대중교통망을 형성하겠다는 것.

이와 관련 윤종장 실장은 "노선 개편 시기는 2026년 1월쯤을 목표로 한다. 버스조합업계와 개편 작업을 같이 하는 중"이라며 "티머니 수도권 통합 정산 정보 등 서울시 빅데이터를 최대한 활용할 예정이다. 20년 전 노선을 정할 때보다 과학화된 기법을 통해 교통수요를 예측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혁신안을 통해 시의 재정지원이 줄어드는 상황이라, 버스회사들이 적자폭을 낮추기 위해 수익성이 낮은 노선을 뺀다든가, 배차 대수를 줄일 수도 있지 않냐"는 지적도 나왔다. 이에 윤 실장은 "시에서 주도면밀하게 배차간격 등에 대해 교차점검을 하고 있다"면서 "회사들이 그런 평가를 통해 성과이윤을 얻는 만큼, 앞서 우려한 점들은 충분히 방어할 수 있다고 본다"고 답했다.
#시내버스 #준공영제 #오세훈 #서울시 #노선개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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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5월 입사. 사회부·현안이슈팀·기획취재팀·기동팀·정치부를 거쳤습니다. 지금은 서울시의 소식을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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