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전 총리 "일본, 계속 사죄하는 마음 가져야"

하토야마 유키오 전 일본 총리, '세계 평화번영을 위한 우애' 주제로 서울에서 특별 강연

등록 2024.10.26 11:45수정 2024.10.27 1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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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토야마 유키오 전 일본 총리가 25일 오후 국회박물관에서 '세계 평화번영을 위한 우애' 라는 주제로 열린 특별 강연에서 이종찬 광복회장과 대담하고 있다.
하토야마 유키오 전 일본 총리가 25일 오후 국회박물관에서 '세계 평화번영을 위한 우애' 라는 주제로 열린 특별 강연에서 이종찬 광복회장과 대담하고 있다.윤종은

"일본 정부가 종군 위안부 문제와 징용공 문제 등에 대해 한 차례 사과했으나 두 번은 사과하지 않겠다는 듯이 위에서 내려다보는 듯한 태도를 취한다면, 피해를 입은 분들의 마음은 결코 진정으로 치유되지 않을 것입니다. 거기 있는 것은 무한책임입니다. (중략) 승전국이나 구 식민지의 사람들에게 더 이상 책임을 추궁하지 않겠다는 말을 들을 때까지 책임을 계속 짊어지고 사죄하는 마음을 갖지 않으면 안됩니다."

하토야마 유키오 전 일본 총리가 25일 오후 국회박물관에서 '세계 평화번영을 위한 우애' 라는 주제로 열린 특별 강연에서 강조한 말이다. 하토야마 전 총리가 이같은 역사 인식을 드러낸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그는 2018년 경남 합천에서 원자폭탄 피해자를 만나 사죄했고 2015년 8월, 서울 서대문형무소 역사관을 방문해 과거 유관순 열사가 수감됐던 감방에 헌화한 뒤, 광장에 마련된 추모비 앞에서 무릎을 꿇고 사죄했다.

또 2022년 9월 전남 진도 왜덕산 위령제에서 왜군 무덤 조성에 감사를 표시했고 이어 전북 정읍시 3·1운동 기념탑을 찾아 '일본의 무한 사죄와 무한 책임'을 밝힌 뒤 '3·1운동은 독립운동의 출발이며 민족자결운동의 발로'라고 평가한 바 있다.

이어 그해 10월에는 광주 5·18 민주묘지를 방문하여 민주화운동 영웅에 감사했고 전남대학교에서 개최된 용봉포럼에 참석, "일본은 한국의 상처를 당한 분들에게 더는 사과하지 않아도 된다고 용서해 줄 때까지 용서를 비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고 밝혔다.

 참석자와 포즈를 취하고 있는 하토야마 전 총리
참석자와 포즈를 취하고 있는 하토야마 전 총리윤종은

 하토야마 전 총리 강연 참석자들
하토야마 전 총리 강연 참석자들윤종은

양식 있는 지한파 인사이며, 세계평화를 지향하는 정치지도자

이렇듯 그는 한일 과거사 문제에 있어 일본의 사죄와 책임을 일관되게 강조해 왔다.
그는 2015년 이후 9년 동안 한국을 왕래하면서 일본 식민지배에 대한 무한책임을 인정하고 사죄와 배상을 주장해온 양식 있는 지한파(知韓派) 인사이며, 세계평화를 지향하는 정치지도자이다.

총리 재직시 일본의 독도영유권 주장에 반대했고 아베 신조 총리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를 강도 높게 비판했다. 또 강제 징용 문제와 관련해서는, "일본 정부가 개인의 청구권 자체를 국내법적인 의미로 소멸시킨 것이 아니라는 공식 답변을 했던 입장으로 돌아갈 것"과 "국제인권법 상 개인의 손해배상권은 국가 간 협정이나 조약에 의해 소멸될 수 없다는 입장을 받아들일 것"을 촉구한 바 있다.


그는 강연 중 "한일 기본 조약, 국교 정상화 60주년인 내년엔 미래 지향적인 관계 재구축을 기대하고 있다. 일본 측이 역사의 사실을 마주하고 침략과 식민지배로 고통받은 사람들과 국가에게 확실한 사죄와 배상을 하는 것이 전제돼야 한다. 지난 10월 1일 이시바 시게루 내각이 탄생했고 저의 아들도 출마한 이번 총선 후 어떤 정권이 등장하든지 일본정부는 무한책임을 져야한다"고 강조했다.

2009년 일본 제 93대 총리를 지낸 그의 선조들은 국회의장, 총리, 외무장관 등 중요한 직책을 두루 역임했지만, 그는 자민당에서 보장된 자리를 거부했다. 일본 정치의 개혁과 발전을 위하여 탈당하여 민주당을 창당하고 개혁을 추구했지만 집권은 단명에 그친 바 있다.


하토야마 전 총리는 일본에서 야당으로 정권교체를 이룩한 용기있는 정치개혁론자이었으며, 동북아의 평화와 안정 그리고 세계 평화를 위하여 정치생명을 걸고 노력한 사람이다. 하토야마 총리가 중국과 한국에서 공히 존경받는 이유는 그가 일본의 다른 정치인과는 달리 일본 쇼비니즘을 초월하여 진정한 동북아평화체제를 구축하고자 노력하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환영 꽃다발을 들고 포즈를 취한 하토야마 전 총리
환영 꽃다발을 들고 포즈를 취한 하토야마 전 총리윤종은

 특별 강연에서 방명록에 서명하는 하토야마 전 총리
특별 강연에서 방명록에 서명하는 하토야마 전 총리윤종은

글로벌 평화체제는 '우애정신'에 기반할 때 가능

그의 이같은 올바른 역사 인식은 단기간에 형성되었거나 일시적인 실천에 그치지 않고 있다. 그는 이날 강연에서 "조부 하토야마 이치로의 영향으로 '우애'를 자신의 철학으로 삼게 되었다"고 밝혔다. 20세기 전반 유럽에 퍼져있던 전체주의와 맞서는 사상으로서 조부가, 우애사상의 선구자인 오스트리아 쿠텐호프 칼레르기의 영향으로 '우애'를 주장했다는 것이다.

그는 "이같은 우애 정신에 기초해 경제를 중심으로 하나의 평화체제로 탄생한 EU처럼 ASEAN 10개국과 한중일 세 나라가 참여하는 전쟁없는 '동아시아공동체' 탄생도 가능하다"고 봤다. 국가간 가치관이나 체제의 차이를 인정하고 자기 존엄과 함께 타인의 존엄도 인정하기 때문이다.

한편 이종찬 광복회장과의 특별대담 형식으로 진행된 이날 행사에서는 하토야마 유키오 전 총리의 인터뷰가 담긴 평전 '위대한 싱어송라이터-하토야마의 우애'가 발간돼 소개됐다. 신간 '하토야마의 우애'(저자 구자형)에는 자유와 평등 사이의 '균형점 우애'의 역사가 그의 조부 하토야마 이치로(일본 52, 53, 54대 총리) 때부터 비롯됐으며 71주년을 맞이한 세계우애재단(이사장 하토야마 유키오)의 평화운동 성과 등도 담겨있다.

행사를 주관한 황희 국회의원은 환영사를 통해 "하토야마 전 총리의 '우애'라는 철학과 정치 신념을 바탕으로 한일 양국 국민 중심의 밝고 새로운 미래를 개척하자"고 말했다. 정대철 헌정회장은 축사를 통해 "자국내에서 '역적', '매국노' 소리를 듣는 하토야마 전 총리의 피해자에 대한 진정있는 사죄 주장에 크게 공감한다"고 말했다.

행사기획을 총괄한 신부호 동아시아공동체연구소 한국본부장은 "80이 넘은 고령에도 하토야마 총리의 우애 정신 전파와 정치적 실천은 계속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신간 ‘하토야마의 우애’(저자 구자형)의 표지 모습. 젊은 시절의 하토야마 부부
신간 ‘하토야마의 우애’(저자 구자형)의 표지 모습. 젊은 시절의 하토야마 부부구자형
#하토야마 #유키오 #세계평화번영우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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