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천만 국가정원봉화 언덕, 정원 워케이션, 한국 정원
김은상
며칠 전엔 천리포수목원에 다녀왔다. 초행이 아닌 이곳에 새로운 궁금증이 돋은 건 <나무야 미안해 : 천리포수목원을 일군 민병갈의 자연사랑>이란 책을 읽고 나서다. 아예 하루를 묵으며 천천히 둘러보기로 했는데 그 결정이 행운을 불러왔다. 숙박객을 위한 특별 혜택, '아침 산책' 프로그램이 바로 그것이다.
1970년부터 천리포수목원 조성을 시작한 故민병갈(Carl Ferris Miller) 원장은 늦은 나이에 독학으로 식물학 분야에서 세계적 석학 수준의 경지에 올랐고, 1989년 영국 왕립원예학회로부터 국제원예계에서 가장 큰 명예로 여기는 베치 메달(Veitch Medal)을 받았다. 2000년에는 국제수목학회에서 세계 12번째, 아시아에서는 최초로 '세계의 아름다운 수목원'으로 인증을 받아 국제적 수목원으로 키워냈다.
사실 내 관심은 '천리포수목원의 주인은 사람이 아니라 나무'라는 글귀였다. 오래전 기억으론 바다를 끼고 있다는 것 외에 다른 수목원과 크게 다를 바 없었기 때문이다. 이런 오해는 미개방 지역, 이른바 비밀정원을 걸으며 가드너의 설명을 듣는 '아침 산책'으로 조금씩 풀리기 시작했다.
나무들이 자라난 모습에서 구애 없는 자연스러움이 느껴졌다. 사람을 위한 길은 극도로 자제하고 나중에 자라날 나무를 위해 넉넉한 공간을 배려해 심었다. 그러니 성장하면 각기 식물의 타고난 모양이 어떤 것인지 비로소 알게 된다. 비밀정원을 포함, 민병갈 원장 사후에 개방된 수목원도 전체 면적 중 극히 일부(약 18만 평 중 2만 평)에 불과하다니 주인이 누군지가 확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