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 사과강원도 인제군 용대리 농장의 주렁주렁 열린 사과나무
김철관
여행을 가며 노벨문학상 수상자 한강의 '채식주의자'를 읽었고, 강원도에서도 사과 재배가 된다는 것을 확인한 후, 기후위기가 얼마나 심각한지 생각했다.
지난 10월 31일 오전 10시, 서울 강북구 수유리에서 강원도 속초로 향했다. 서울시 산하 공공부문노조협의회 하반기 워크숍에 초대됐기 때문이다. 정년퇴직을 했던 과거 직장에서 후배가 몰고 온 승용차에 몸을 실었다.
후배와 반가운 인사와 담소를 나눴고, 시간이 조금 지나 운전에 방해가 될까 봐 말을 줄이며, 손으로 여행용 가방을 뒤져 노벨문학상 수상작, 소설가 한강의 <채식주의자>를 조용히 꺼내 읽었다. 나 또한 채식 위주로 식사를 하는 비건주의자라서 이 책에 관심이 갔다.
이 책은 일부 학부모단체들이 청소년 자녀들에게 유해한 책이라고 낙인을 찍은 소설, 외설 시비를 걸고 있는 소설이기도 하다. 그래서인지 나는 좀 더 관심을 갖고 집중해 읽었다. 노벨문학상 작가의 책을 떠나, 책을 읽으며 떠오르는 점은 아쉬움이었다. 소설을 소설로 이해하지 않고, 청소년을 굳이 대입해 현실의 잣대로 소설을 재단하는, 그들의 천박한 인식이 안타깝게 느껴졌다.
일부 가짜뉴스나 거짓된 정보를 생산하는 기자들에게 많은 사람들이 '소설을 쓰지 말라'고들 경고하곤 한다. 소설가가 소설을 써야 하고 기자는 사실과 진실을 밝히는 기사를 써야 한다는 얘기다. 그런데 이런 현상은 마치, 제대로 된 기사를 쓴 기자에게 '소설' 문제를 지적한 것이나 다름없다고 해야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