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로 합성된 ‘트럼프 지지하는 테일러 스위프트 팬들’의 가짜 이미지와 더불어 테일러 스위프트의 가짜 지지 선언을 소셜 미디어에 공유한 트럼프 전 대통령
Donald Trump/Truth Social
트럼프 캠프의 핵심 인물로 활동 중인 일론 머스크는 이러한 혼란을 가중하고 있습니다. 머스크는 '표현의 자유'를 수호한다는 명목하에 2년 전 소셜 미디어 플랫폼 트위터를 인수해 '엑스(X)'로 이름을 바꾸었죠. 이후 거짓 정보 확산을 막기 위한 트위터의 규제를 모두 해제했고, 본인의 계정을 통해 반유대주의, 선거 음모론, 무슬림 혐오 등 근거 없는 정보를 적극적으로 확산시켜 왔습니다. 머스크 역시 정보의 진위보다 정보의 파괴력을 중시하는 듯합니다.
'대안적 진실'이 지배하는 세상의 대통령
트럼프와 그가 상징하는 정치와 권력의 성격을 가장 함축적으로 설명하는 말이 있다면 '대안적 진실'(alternative facts)입니다. 이 말은 트럼프 1기 행정부가 출범하자마자 나왔는데요. 숀 스파이서 당시 백악관 대변인은 트럼프 취임식에 '역대 최대 규모의 관중'이 몰렸다고 거짓말했습니다. 캘리앤 콘웨이 전 백악관 고문은 이 거짓말에 대한 질문을 받자, '대안적 진실'이라 답했어요.
<워싱턴포스트> 팩트체커팀의 조사에 의하면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재임 시기 공식 석상에서 무려 3만 573개의 거짓 정보를 말했습니다. 하루에 21개의 거짓말을 한 건데요.
그중에서도 유명한 거짓말 몇 가지를 살펴보죠. 트럼프는 '오바마는 케냐에서 태어났다'는 거짓말과 함께 정계에 입문했습니다. 현재 트럼프의 재선 캠페인도 2020년 부정선거 음모론을 기반으로 합니다. 정당한 선거 결과를 뒤집기 위해 다섯 개의 경합 주에 65개의 소송을 제기했으며, 급기야 2021년 1월 6일, 지지자들을 선동해서 초유의 의회 난입 사건을 일으킵니다. 참고로 최근 타운홀에서는 의회 난입 사건 당일은 '사랑의 날'(day of love)이었다고 발언했어요.
이것이 트럼프의 정치가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이유입니다. 민주주의란 사회적 합의의 틀 위에서 서로 다른 의견의 소통과 조율을 통해 이뤄져 갑니다. 그리고 사회적 합의는 늘 변하기 마련입니다. 기존의 정보가 틀렸다고 이야기하려면 그 정보가 사회적 합의가 되기까지의 과정을 상쇄할 탄탄한 근거가 필요하고요.
하지만 트럼프는 근거 없는 거짓 정보로 기존의 합의를 모두 무너뜨림으로 대화와 소통 자체를 불가능하게 만듭니다. 그의 세상은 각자의 '대안적 진실'이 혼재하는, 공론이 아닌 대결만이 존재하는 곳입니다.
트럼프의 전염적 반사회성
대통령은 하나의 상징으로 존재하기에, 대통령의 행동과 말은 강한 파급력을 가집니다. 그렇기에 높은 도덕성 또한 요구되는 것이죠.
그런 대통령이 거짓말과 반사회적 행동을 일삼는다면, 곧 그러한 행위가 사회적으로 용인되고, 동료 정치인, 나아가 유권자와 시민 모두를 감염시킵니다. 그동안 반사회적이라 여겨졌던 것들이 정상화됩니다.
실제로 트럼프는 공화당을 변화시켰습니다. 공화당 정치인들의 거짓말과 혐오 발언은 일상화되었습니다. 트럼프의 러닝메이트, JD 밴스 상원의원의 발언이 상징적인데요. 지난 9월 토론회에서 트럼프는 오하이오주 스프링필드시에서 아이티 이주민들이 미국 주민들의 반려묘와 반려견을 잡아먹는다고 거짓말했습니다. 밴스는 트럼프의 실언을 이렇게 옹호했습니다: "아무리 허위 정보라고 해도 그로 인해 소외된 미국인들의 문제에 이목이 집중될 수 있다면, 그러한 허위 정보는 퍼뜨려도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