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을 사랑하는 다정한 이웃들의 연대로 오늘도 지킨다.
박은영
"저는 이런 분들이랑 이야기 해보는 게 처음이예요."
사진 찍는 것을 좋아해 전국을 다닌다는 한 청년을 천막농성장 금강에서 만났다. 경기도에 산다는 그는 금강의 주변 새를 찍다가 우연히 농성장을 앞을 지나는 길이었다. 어떻게 오게 됐나 궁금해 발길을 붙잡고 이야기를 나눴다. 사진도 찍고 영상제작을 공부하는 학생이라고 소개하니 얼가니새(대전환경운동연합 이경호 사무처장)와 나귀도훈(보철거시민행동 상황실장)이 가운데 앉혀놓고 자기 사진들을 보여주며 자랑을 한다.
이야기를 하다가 소셜미디어 계정이 있다고 해 주고 받아 보니 두 사람은 범접치도 못할 작품사진들이 게시된 걸 보고 '번데기 앞에서 주름 잡았다'고 한참 놀리며 웃었다.
그는 전에 의경근무를 해 집회나 시위하는 이들을 많이 만났는데 시키는대로 나가서 방패를 들고 막기만 했다고, 직접 이야기를 해 본 것은 처음이라며 신기한 표정을 지었다. 왜 세종보 재가동을 하게 됐는지 설명하니 좋은 일을 하신다며 수줍게 응원했다. 언젠가 또 만날거라고 유쾌한 인사를 나누며 헤어지는데, 정말 또 만날 것만 같았다.
농성장은 주말에도 다정한 이웃시민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고운 접시에 간식거리를 예쁘게 차려주고, 겨울 난로 점검을 해야 한다고 불을 피워보며 주전자가 필요하다, 말통도 필요하다 챙기는 그 다정한 마음 모두 '연대의 마음'이다. 누군가 능력있어서, 누군가 권력이 있어서 이어지는 끈은 언젠가는 끊길 수 있지만, 이 다정한 연대의 끈은 왠만해서는 끊어지지 않는다. 사랑으로 이어져 있기 때문이다.

▲야경불빛이 찬란한 한두리대교 아래 천막농성장.
서영석
'다리 밑 천막도 함께 찍었어요. 함께 힘내요!'
세종시민 한 분이 한두리 대교 전경을 찍은 사진을 올려주셨는데 다리 아래 천막농성장이 보인다. 휘황찬란한 조명 아래 눈에 잘 띄지도 않고, 화려하지도 않은 녹색 천막은 작은 불빛을 내뿜으며 금강 옆에 서 있다. 천막이 있는 금강과 없는 금강은 분명 달랐을 것이다. 만약 천막이 없었다면 다리 아래는 풀 한포기, 흙 한 점 보이지 않고 검게 칠해져 있었을 것이다.
어두운 강물에 비치는 저 화려한 불빛이 우리에게 가져다 주는 것은 무엇일까 한참 생각했지만 뭔가 떠오르진 않는다. 빛은 어두울 때 한 순간의 반짝임 일 뿐 아닐까. 인간의 문명은 빠르고 화려해 보이지만 반면 원래 가졌던 것을 잃어가고 있다. 거대한 다리의 불빛을 찬란하게 비추기 위해 우리는 문명의 근간을 이뤘던 강과 흙, 숲을 점차 잃어가고 있다. 우리는 어쩌면 빈 땅위에 세워진 우리만의 바벨탑에 취해있는 것 일지도 모른다.
저 작고 허름한 천막이 우리 문명의 마지막 선을 지켜낼 수 있다면 좋겠다. 아직 우리가 지켜야 할 것이 있다고, 잃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고 말하는 소리가 온 세상에 들리기를 바라며 이 밤을 또 지켜낸다.

▲우리가 빠르고 화려하게 성장한다고 생각하는 동안 사라져가는 것들은 결국 우리 문명의 근간이 되었던 것들이다.
임도훈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댓글1
환경운동가, 글쓰는 사람. 남편 포함 아들 셋 키우느라 목소리가 매우 큽니다.
기사를 스크랩했습니다.
스크랩 페이지로 이동 하시겠습니까?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