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녀딸이 다니는 어린이집 앞 도로. 좌회전 금지 안내 표지판이 무색하게 황색 실선 중앙선을 넘어 좌회전하는 차들이 무수히 많다.
이준만
그러던 차에 어린이집에서 안내문을 보내왔다. 어린이집 앞에서 불법 좌회전을 하지 말아 달라는 안내였다. 주변에 살고 있는 주민들이 강하게 민원을 제기하고 있고 경찰서에서도 단속을 강화할 거라며 적발되면 높은 벌점이 부과되어 면허 정지 처분이 내려질 수도 있다는 내용을 담고 있었다.
이 안내문을 받고 나서, 이제 어린이집 앞에서 불법 좌회전을 감행하는 차량을 볼 수 없으려니 생각했다. 순진한 생각이었다. 우리나라 운전자들을 너무 쉽게 생각한 듯싶다. 불법 좌회전 차량이 유의미하게 줄어들지 않았다.
그 이후에도 몇 차례 어린이집에서 불법 좌회전 금지에 관한 안내를 보내왔다. 그러나 아무런 변화가 없었다. 여전히 아이들을 태운 학부모들의 차량이 줄줄이 불법 좌회전을 하며 어린이집을 드나들고 있다.
주변 주민들의 민원은 그들에게 직접 향하지 않으니 아랑곳할 필요가 없고, 또 안 그래도 바쁜 경찰이 어린이집 앞까지 와서 단속을 벌이지는 않으리라는 사실을 알고라도 있는 것처럼 말이다. 아이들이 크는 이 곳에서 이래도 되는 걸까? 다른 곳도 아니고 어린이집 앞에서 이토록 불법 좌회전을 해도 괜찮은 걸까? 한순간의 편리함을 위해 어린이집 앞에서 불법 좌회전을 감행하는 사람들이 그렇게 많다는 사실을 날마다 목도하며 우리 사회의 성숙도에 대한 깊은 회의가 든다.
기본만 지켜도 좋겠다
우리나라 모든 도로에는 속도 제한 규정이 있다. 교통 법규로 정한 것이므로 모든 운전자가 준수해야만 한다. 우리나라 운전자 중에 이 속도 제한 규정을 잘 지키는 운전자가 얼마나 될까? 운전할 때마다 느끼고 있는데, 우리나라 사람들은 왜 그리 빨리 차를 모는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소위 말하는 '빨리빨리' 문화 때문인가 싶기도 하다.
운전대를 잡을 때마다 나는 각 도로에 규정된 제한 속도를 준수하며 운전하려 애쓴다. 당연히 추월 차선이 아니라 주행 차선으로 차를 몬다. 그럴 때마다 경적을 울리며 내 차를 추월해 나가는 수많은 차들이 있다. 그들은 왜 경적을 울리며 나를 지나쳐 갈까? 내가 너무 천천히 차를 몰아 교통 흐름을 방해한다고 생각하는 걸까?
그러나 나는 그렇게 느리게 차를 몰지 않는다. 최고 제한 속도를 지키려고 노력하며 운전할 뿐이다. 최고 제한 속도가 시속 80km인 도로에서는 시속 80km에 가까운 속도로 운전한다는 말이다. 그런데 뭐가 그리 바쁜지 거의 모든 차들이 나를 앞질러 부리나케 달려간다.
최고 제한 속도 시속 30km인 도로를 달릴 때면 어떤 면에서는 황당하고 한편으로는 민망한 상황이 벌어지곤 한다. 이 속도 제한 규정을 지키며 달리는 차를 거의 본 적이 없다. 내가 시속 30km 제한 속도 규정에 맞춰 운전을 하고 있노라면 모든 차가 나를 앞질러 달려간다. 대개의 경우 나 홀로 편도 2차선의 주행 차로를 달리게 되는 것이다.
내 차 뒤를 따라오거나 내 차와 나란히 달리는 차를 본 기억이 거의 없다. 이쯤 되면 시속 30km 제한 속도 규정은 있으나 마나 하다고 해도 무방할 듯하다. 내 차를 추월해 간 차들의 브레이크 등이 감시 카메라 앞에서 일제히 켜지는 게 그나마 이 규정의 존재 이유라면 좀 서글픈 일이 아닐 수 없다.
운전하는 사람은 모두 알고 있겠지만, 시속 30km로 운전하기는 결코 쉽지 않다. 속도계에서 눈을 떼지 않고 브레이크 페달을 수시로 밟아야 시속 30km를 유지할 수 있다. 어떤 곳에 이 규정이 적용되는지를 생각하면, 그 정도의 수고는 감내해야 마땅한 법인데 대부분의 운전자들은 이 규정을 잘 지키지 않는다. 이 제한 속도 규정을 잘 지키게 할 수 있는 묘수는 정녕 없을까?
교차로를 저만치 앞에 두고 빨간 신호등을 만났을 때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다. 자연스럽게 속도를 줄여 정지선 앞에 자동차를 세우면 되기 때문이다. 곤혹스러운 순간은, 교차로에 진입하기 직전 신호등이 노란색으로 바뀔 때이다. 내 옆 차선의 차들은 급작스레 속도를 높여 교차로를 빠져나간다. 나는 급히 브레이크 페달을 밟아 차를 세운다. 노란색 신호는 정지 신호임을 알고 있기에 내 몸이 그렇게 반응하는 것이다.
가끔 나도 남들처럼 가속 페달을 밟아 교차로를 빠져나가는 경우가 있다. 내 뒤의 차가 내 차에 너무 바투 붙어 있고 아무리 보아도 그 차가 설 기미가 보이지 않는 경우이다. 노란색 신호는 정지를 준비하라는 신호지 가속 페달을 밟으라는 신호가 아니다.
물론 교차로에 이미 진입한 경우라면 가속 페달을 밟아 교차로를 빠져나가야 한다. 내가 말하는 건, 교차로에 진입하기 직전, 노란색 신호를 만났을 때이다. 그럴 때에는, 정지해야 마땅하다. 노란색 신호는 차를 멈추라는 신호라는 사실을 절대로 잊지 말자. 그러니 제발 교차로에 진입하기 직전, 노란색 신호를 발견하고 차를 멈춰 세운 내 뒤통수에 대고 종주먹을 흔들어 대지는 말자.
신호등 없는 삼거리나 사거리에서 좌회전 깜빡이를 켜고 좌회전을 하려고 할 때마다 나는 어쩔 줄을 모른다. 초보 운전이냐고? 아니다. 운전한 지 어언 30년이 훌쩍 넘었다. 그런 경우 우회전하려고 하는 자동차가 우회전 깜빡이를 켜고 우회전하는 경우를 본 적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정확히 통계를 내보지는 않았지만, 열 대 중 한 대 정도만 우회전 깜빡이를 켜고 우회전을 한다고 보면 거의 정확하지 않을까 싶다. 우회전 깜빡이를 켜지 않으면, 그 차가 우회전을 할지 직진을 할지 알 수가 없으므로 좌회전하려는 나는 하릴없이 기다릴 수밖에 없다. 그러다가 그 차가 내 옆으로 우회전해서 가는 걸 보면 얼마나 허탈하던지.
우회전 깜빡이를 켜는 게 그리도 어려운 일일까? 좌회전 깜빡이를 켜고 기다리고 있는 차를 못 보았을 리는 없을 텐데 우회전 깜빡이를 켜지 않고 우회전하는 사람들의 심리를 도대체 알 도리가 없다. 우회전을 하든 좌회전을 하든 차선을 바꾸든, 그런 상황에서는 깜빡이를 켜서 차량이 움직이고자 하는 방향을 알려주어야 마땅하지 않겠는가. 깜빡이를 켜는 데 큰 힘이 들지도 않을 텐데, 깜빡이를 켜야 하는 상황에서 깜빡이를 켜지 않는 사람들의 심리를 도저히 알 수가 없다.
깜빡이를 켜지 않고 차의 진로를 바꾸는 운전자들이 깜빡이를 켜게 하는 방법은 정녕 없는 걸까. 어마어마하게 많은 액수의 범칙금을 부과하면 지금까지 이야기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우리나라의 범칙금 액수가 다른 나라에 비해 많지 않다는 이야기가 있으니 말이다. 그러나 그보다 더 중요한 건 운전자들의 마음가짐이다. 운전자들이 마음만 먹는다면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닐 터이다.
다시 한번 생각해 보자. '황색 실선 넘나들며 불법 좌회전하지 않기', '제한 속도 지키며 운전하기', '노란색 신호 보면 정지하기', '차의 진로 바꿀 때 깜빡이 켜기', 이 네 가지 모두 너무도 기본적이고 당연한 일 아닌가.
이것들을 잘 지킨다고 어떤 불이익을 크게 당하지는 않을 것 아닌가. 조금 돌아가고, 조금 늦게 가면 될 일이다. 다른 사람의 안전은 물론 자기 자신의 안전을 지킬 수 있는 일이기도 하다. 우리나라 운전자 모두가 기본을 잘 지키며 운전하기를 바라는 마음, 참으로 간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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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 넘게 지방 소도시에서 교사로 재직하다 퇴직. 2년을 제외하고 일반계고등학교에서 근무. 교사들이 수업에만 전념할 수 있는 학교 분위기가 만들어졌으면 좋겠다는 작은 바람이 있음. 과연 그런 날이 올 수 있을지 몹시 궁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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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회전 금지' 안내에도 변화 없는 어른들, 걱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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