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어 시간에 친구 이름 찾기를 통해 한글을 익히고 있는 어르신들
증산초등학교
스스로 배우지 못했다고 이제 당당하게 드러내고 배움에 도전하는 그 용기, 정말 정말 대단하다. 그런 용기가 있었기에 험난하고 모진 세월을 견디고 이겨왔을 것이다.
어르신들의 초등학교 입학은 사람을 살리고 마을을 살렸다. 초등학교가 사라지면 마을도 사라질 수 있다. 증산초등학교는 지난해까지 총 7명의 학생으로 분교장 직전에 놓였다. 이 위기에서 벗어나기 위해 김창국증산면 이장협의회장을 비롯한 증산면 마을 주민들이 발 벗고 나섰다.
어르신들은 지금까지 온갖 어려움을 온몸으로 겪고, 가난한 산골에 있었기에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의무 교육을 받을 권리를 누리지 못하였다. 지금이라도 그 권리를 찾아 한을 풀어드리는 것이 마땅하다는 의견들이 모아졌다.
어르신들이 입학하게 되면 자연스레 학교는 분교 위기에서도 벗어날 수 있다. 일거양득인 셈이다. 마을 이장들은 경로당을 찾아다니며 학교에 다니지 못한 어르신 가운데 학교에 입학하고 싶은 어르신들을 모았다.
권경미 교장은 '2022년 경북도교육청이 교장이 허가하면 학령초과자도 초등학교에 다닐 수 있는 규정'을 토대로 하여 지역사회의 발전과 함께 공교육의 새로운 지평을 열어가기 위해 어르신 학생 입학을 허가했다.
성가신 일들이 엄청 많을 텐데도 그러한 결정을 내린 교장 선생님에게 경외심이 절로 든다. 만남이 삶의 질을 좌우한다는 말이 있다. 사람의 삶을 바꾸고, 마을을 살리는 대단한 결정을 내려 준 교장 선생님이 그저 고마울 뿐이다.
우리 이웃집 할머니가 너무나 즐겁게 학교에 다니며 삶이 바뀌는 모습을 나는 곁에서 시시각각 지켜 보았다. 할머니는 아침이 되면 집에서 3km 떨어져 있는 학교에 할아버지 오토바이를 타고 간다.
학교에 다니면서 할머니의 얼굴은 눈에 띄게 밝아졌다. 뿐만 아니라, 몸도 더욱 건강해지신 듯 보인다. '안 가던 학교에 가니 힘들지 않으시냐'라는 내 물음에 할머니는 이렇게 답한다.
"아침이 되면 학교에 갈 준비로 거울을 보고 옷을 갈아입는 일이 즐겁다. 선생님 말씀을 듣고 하나하나 알아 가는 것이 재미있다. 짝과 서로 모르는 것을 가르쳐 주고 알아 가는 재미가 쏠쏠하다.
학교에서 돌아와 학습하는 시간도, 집안일로 어제 다하지 못한 학습을 하기 위해 일찍 일어나 공부하는 일도 피곤하지 않고 오히려 재미있다. 지금까지 느껴보지 못한 새로운 삶이 즐겁고, 재미있고, 행복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