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답변하는 윤석열 대통령윤석열 대통령이 7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브리핑실에서 '대국민담화 및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딱 돈 버는 게 이겁니다."
기자회견이 슬슬 긴장감이 떨어질 즈음이었을까요. 윤석열 대통령이 말합니다. "딱 돈 버는 게 이겁니다"라면서, 반도체와 자동차 등의 이야기를 꺼냅니다. "반도체와 자동차, 전기차도 있고 일반차도 있어서 배터리도 끼는 것이고, 방산(방위산업)과 원전이 뒷받침하고 있다"고 말이죠. 그리고 "하여튼, 제가 더 부지런히 다니겠다"면서, 원전 수주 이야기로 다시 돌아갑니다.
오늘(7일) 오전 윤 대통령의 기자회견 중 일부입니다. 오늘 회견의 주된 관심사는 이른바 '명태균 게이트'로 촉발된 국정 농단 의혹을 둘러싼 대통령의 진솔한 사과와 김건희 여사의 특검 수용 여부 등입니다. 회견 초반 대통령 '사과'는 '아내의 악마화', '국어 사전을 새로 써야 한다', '특검은 삼권분립 위배' 등 발언으로 그 진정성까지 의심하게 됐습니다. 예상했던 일이죠. '초보 정치인' 대통령의 정무감각은 이미 겪은 바 있으니까요.
더 큰 문제는 현 경제 상황에 대한 인식과 대응입니다. 게다가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귀환'은 한국경제에 또 다른 리스크(위험 요소)로 떠 오르고 있습니다. 윤 대통령 자신도 이날 회견에서 영어로 '리스크'라는 말을 반복했습니다. 그러면서 그는 "올해 연말까지 국내 잠재성장률이 2.0%를 충분히 상회할 수 있다"고 자찬했습니다.
이어 "우리가 결국 수출로 국민들이 좀 더 따뜻함을 누릴 수 있어야 하는데, 그 문제를 잘해 보겠다"라고 했습니다. 반도체와 자동차, 방산, 원전 등을 거론하면서 "수출을 좀 더 늘릴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습니다. 또 최대 수출시장인 미국의 정치 변화에 따른 경제 불확실성에 대해서도, "미국과 강력한 글로벌 포괄 동맹을 맺고 있다"면서 "우리 경제 피해 최소화하기 위해 리스크 헤징(위험 회피)을 준비하고 있다. 행정부가 바쁘다"고 웃으며 답했습니다.
하지만 상황은 결코 녹록지 않습니다. 대통령의 잠재성장률 전망은 기대만큼 나오기 어렵다는 것이 한국은행을 비롯한 경제연구소의 예상입니다. '수출로 먹고살고 있다'는 대통령의 말에도 불구하고, 주요 수출 품목은 사실상 정체 상태거나 마이너스에 빠져 있습니다. 반도체는 약간 늘었지만 2022년에 비하면 줄었고, 자동차는 3분기 수출이 마이너스로 떨어졌습니다. 석유제품도 마찬가지입니다.
게다가 최대 수출시장 미국의 새 행정부는 관세 폭탄을 예고하고 있습니다. 트럼프의 미국은 '동맹'보다 '실리'라는 사실, 이미 경험했습니다. 2025년 트럼프의 미국은 또 다른 무역전쟁을 예고하고 있습니다. 주요 외신들은 "거대한 폭풍이 오고 있다"고 합니다.
내수 부진에 민생이 어렵다는 것은 윤 대통령도 압니다. "자영업자, 소상공인들의 민생에 온기가 돌 수 있게 하겠다"라고 했습니다. 하지만 그뿐이었습니다. 구체적인 알맹이는 없었습니다. 오로지 대통령에게 경제는 '원전 수출' 밖에 없는 듯 했습니다.
한국 경제가 '거대한 폭풍' 앞에 서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