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국민 사과하는 윤석열 대통령윤석열 대통령이 7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브리핑실에서 '대국민담화 및 기자회견'에 앞서 국민들에게 사과하며 고개 숙여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형식을 떠나 역시 중요한 건 대통령의 입, 즉 회견의 내용이었다. 상처받은 민심을 어루만지는 적절한 사과와 획기적인 국정 쇄신 방안이 나올지 주목됐다.
'쌀쌀해진 날씨' 걱정으로 시작해 '365일 24시간 노심초사하면서 국민의 삶을 챙기는 것이 대통령의 어깨에 놓은 책무'라고 말한 윤 대통령은, 대국민담화를 시작한 지 3분쯤 지나자 "저의 노력과는 별개로 국민께 걱정을 끼쳐드린 일들이 많았다고 생각한다"고 운을 뗐다.
이어 "민생을 위해,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 시작한 일들이 국민 여러분께 불편을 드리기도 했고, 제 주변의 일로 국민께 염려를 드리기도 했다"며 "대통령은 변명하는 자리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윤 대통령은 "모든 것이 저의 불찰이고, 부덕의 소치이고 국민 여러분께 죄송하다는 말씀, 진심 어린 사과의 말씀을 드리고 진행하겠다"더니 자리에서 벌떡 일어서 오른쪽으로 비켜나 허리를 90도로 굽혀 인사했다.
평소 사과에 인색한 윤 대통령의 성격상, 혹시나 '대국민 사과' 없이 '대국민 자화자찬'으로 끝나는게 아니냐는 우려는 덜 수 있었다.
그러나, 거기까지였다. 대통령의 사과에는 무엇을 잘못했고, 왜 사과하는지 내용이 빠져있었다.
윤 대통령은 사과를 결심하게 된 배경과 이유를 묻는 기자의 질문에 "임기 2년 반을 돌아보고 앞으로 시작하는 가운데 국민들에게 감사의 말씀과 사과 말씀을 드려야 되겠다고 생각했다"고 다소 엉뚱한 답을 내놨다. 국민들은 임기 중반도 안돼 나타난 국정 난맥상과 김건희 여사 문제에 대한 사과를 요구했는데, 대통령은 "국민들을 존중하고 존경하기 위해" 사과했다는 것이다.
결국 기자들은 후반부 보충 질문에서 사과를 하는 이유에 대해 재차 질문해야 했다. 한 기자가 "사과할 때 꼭 갖춰야 할 요건 중 가장 중요한 게 어떤 부분에 대해서 사과할지 명확히 하고 구체화하는 것"이라며 "(그게 명확하지 않으면) 마치 사과를 하지 않아도 될 만한 일인데 바깥에서 시끄러우니까 사과하는 거 아닌가 오해를 할 수도 있다"며 구체적인 답변을 요구하자, 윤 대통령은 "만약에 어떤 점에서 딱 집어서 한다면 그 부분에 대해서 제가 사과를 드리죠. 그리고 아닌 것은 또 아니라고 얘기를 하고. 그러나 사실은 잘못 알려진 것도 굉장히 많다"며 마치 마음에 없지만 억지로 했다는 뉘앙스의 답변을 했다.
다른 기자가 이어 "인정하실 수 있는 부분, 사과를 할 수 있다는 부분이 어떤 것인지 구체적으로 말해달라"라고 재차 묻자 "구체적으로 말하기가 좀 어렵지 않냐"며 "국민들께 이런 것으로 걱정 끼쳐드린 것은 저와 제 아내의 처신과 모든 것에 문제가 있기 때문에 이런 일이 안 생기도록 더 조심하겠다는 말씀"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사실도 아닌 것을 가지고 '제가 거기 개입해서 명태균씨에게 알려줘서 죄송합니다' 그런 사과를 기대하신다면 그것은 사실과 다른 것이기 때문에 그것은 인정할 수도 없고, 그것은 모략"이라고 단호히 선을 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