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내 책이 나왔습니다책 출간회 두 주인공 모습
강진순
먼저 시를 공부하는 이순화님은 문학과 어울리지 않는 세상을 살아왔다. 어린 나이에 아버지를 여의고 홀어머니와 세 명의 동생들과 살았다. 가난으로 중학교 진학은 꿈도 꾸지 못하고 일자리가 많다는 서울에 올라가 버스 차장과 공장을 다니며 생계를 이었다.
첫 번째 소원인 소 한 마리 값을 허리춤에 차고 집으로 돌아와 소를 키우며 어머니 부양과 동생들을 공부 시켰다. 결혼 후에는 채소가게, 문방구, 음식점을 운영하며 배움에 대한 갈망으로 검정고시를 거쳐 대학까지 졸업하는 두 번째 소원도 이뤘다.
지금은 보석 가게를 운영하며 작가들처럼 내 이야기를 쓰고 싶다는 열망의 목표를 세웠다. 순화님의 글은 다른 문우들의 마음을 흔들며 다듬어졌다. 그리고 오랜 시간 엉덩이를 붙이고 컴퓨터 자판을 두드리며 드디어 책을 출판하는 작가가 되는 세 번째 소원을 이뤄냈다.
이순화 시인의 시들은 된장찌개처럼 따뜻하게 끓고 있는 마음들을 보여줬다. 고향에 대한 따뜻한 시선으로 엄마와 친구들에 대한 그리움을 투박한 시어로 우리를 울리고 있다.
치자꽃 향기가
묻어있는무명치마를
젖무덤처럼 끌어안고 잠이
들었습니다
- '사랑이었다' 시 중에서
엄마를 그리는 마음의 향기가 내 가슴을 적셨다.
양수임 작가의 <그리움이 풍경으로 태어나다> 수필집에서는 그녀의 마음이 오롯이 느껴졌다. 버스를 타고 차창 밖으로 쉽게 지나쳐 버려 보이지 않는 풍경들을 따뜻한 눈초리로 섬세하게 표현한 것이 눈에 띄었다. 끄적거림부터 시작하여 인생의 여정 50여 년 글을 쓴 내공들이 문장으로 이어졌다.
서울에서 오래산 서울내기처럼 감정의 흐름이 노래하듯이 아름답고 세련된 문장이 돋보였다. 글쓰기도 쇠의 담금질을 통해 단단해지는 것처럼 연습의 중요성을 증명해 보였다.
특히 <그리움이 풍경으로 태어나다> 책 중에서 눈길을 끈 문장은 '비운다는 것, 내려놓아야 한다는 것이 어디까지인지는 모르지만 수없이 노력하고 연습하는 중이다'라는 문장을 되뇌이게 한다.
아름답고 이 특별한 잔치를 마련할 수 있었던 것은 1인 독립출판사 <봄날의 산책> 박모니카 대표 덕분이다. 2년 전부터 어려운 상황에서도 군산 지역에 문학의 지평을 넓히고자 지역 작가 발굴을 위해 아낌없는 헌신을 마다하지 않았다.
군산시와 협력하여 동네문화 카페와 온라인 줌수업 등으로 글을 다듬어 아름다운 책을 엮었다. 또한 책 판매 수익금은 불우이웃돕기에 기부한다니 1석3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