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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폐 장애로는 최초 우승... "아이의 끝은 어딜까"

[인터뷰] 전국장애인기능경기대회 컴퓨터 프로그래밍 최종 우승한 박재민씨

등록 2024.11.13 09:33수정 2024.11.13 0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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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민(24세)씨와 어머니 강정란씨 제 41회 전국장애인기능경기대회 컴퓨터 프로그래밍 종목 우승자
박재민(24세)씨와 어머니 강정란씨제 41회 전국장애인기능경기대회 컴퓨터 프로그래밍 종목 우승자최미향

"우리 재민이가 출전날 아침, 1등 하여 핀란드에 가고 싶다 하더니 결국 국가대표 선발 기회를 얻었다. '엄마 나 상금 1200만 원 벌었다'라고 경기장에서 소리치며 양손을 드는데 눈물부터 터지더라. 결국 우리 재민이가 또 다른 희망을 안게 된 거 아닌가. 가슴 벅차다. 이 아이의 끝은 어딜까 우리도 궁금하다."

지난 10일 덩치가 크고 피부가 유난히 하얀 재민씨의 손을 꼭 잡고 카페 문을 열고 들어온 어머니 강정란씨. 그녀는 자폐 장애아들의 노력을 너무도 잘 알기에 더 가슴이 벅찼다며 그날의 심정을 이렇게 밝혔다.

지난 9월, 청주에서 열린 '제41회 전국장애인 기능경기대회' 컴퓨터 프로그래밍 종목 우승자 서번트 증후군 장애인 박재민(24세, 서산시장애인복지관)씨.

서번트 증후군(Savant syndrome)이란, 영국의 의학박사 다운이 처음 사용한 용어로, 자폐증이나 지적장애를 가진 사람이 암산, 기억, 음악, 퍼즐 맞추기 등 특정 분야에서 매우 우수한 능력을 발휘하는 현상이다.

자폐 장애인의 특징인 반복적 말투를 지닌 재민씨를 보고, 대회 프로그래밍 종목 김영 심사장은 자폐 장애인이 컴퓨터 프로그래밍 직종에 출전하는 것 자체가 드물어 의아해했다고 한다. 하지만 재민씨와 이야기를 나눠보고 컴퓨터 프로그래밍에 대해 정확하게 이해를 하는 것에 깜짝 놀랐다고 고용노동부는 전했다.

서산시장애인복지관 정보화 교실 담당자는 "컴퓨터활용능력 1급은 일반 대학생들도 어려워 하는데 1년을 포기하지 않고 도전해서 취득한 재민씨"라며 "특히 프로그래밍 부분에서 자폐성 친구의 1등은 거의 전무후무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전국장애인 기능경기대회 입상자에게는 정규직종 기준 금상 1200만 원 등의 상금과 함께 2년간 해당 직종 국가기술자격 기능사 필기·실기시험 면제 및 제11회 국제장애인기능올림픽 국가대표 선발 참여 기회가 주어진다.


재민씨의 어머니 강씨는 "좋아하는 것만 열심히 파고드는 아이다. 그랬기에 여기까지 온 것 같다. 진짜 꿈도 못 꿨던 일이다. 이제는 뭔가 희망도 좀 보이는 것 같다"며 "재민이의 꿈은 2027년에 열리는 핀란드 대회 참가였는데 그 대회에 참가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이제 열심히 준비해서 재민이의 꿈이 이뤄지기를 바란다. 부모로서 그것이 또 우리 꿈이기도 하다"라고 말했다.

아래는 컴퓨터 부분 또 다른 대회 참가를 위해 현재도 열심히 공부하고 있는 박재민씨와 어머니 강정란씨를 인터뷰한 내용이다.


"가장 좋아하는 것은 컴퓨터... 2027년 핀란드 대회에서 꿈 이루길"

 재민씨가 보는 책 .
재민씨가 보는 책 .최미향

- 요즘 재민씨는 어떻게 생활하고 있나?
"5년 동안 세 종목을 다섯 번 출전했고 연속으로 수상하다 보니 더 이상 같은 종목으로는 대회출전을 할 수 없어 현재는 다른 종목 대회출전을 위해 공부 중이다. 또 재민이가 좋아하는 독서도 하고 있다. 캐드 공부도, 영어공부도 열심이고, 평상시 루틴대로 생활한다."

- 재민씨의 꿈은 뭔가?
"건축설계사다. 캐드로 도면 그리는 걸 좋아한다. 재민이는 남들보다 공간 지각력이 뛰어나 도면을 그려도 입체적으로 그린다. 색다른 건축작품에 관심이 많다. 어렸을 때부터도 건축물을 봐야 한다며 자기가 콕 짚어서 데리고 가달라고 했다. 사실 재민이는 혜전대학을 졸업하고 청운대학교 공간디자인학과에 편입하여 엄청난 실력을 쌓았다."

- 조심스러운 질문인데 재민이가 자폐라는 것을 언제 알게 됐나?
"재민이가 36개월 때였다. 재민이 형의 학습지 선생님으로부터 '재민이를 불러도 반응이 없다'며 병원행을 조심스럽게 권했다. 삼성병원에서 자폐성 장애진단을 받았다. 참 많이 울었다. 그래도 치료하면 낫겠거니 생각했다. 남편 월급의 절반은 치료비로 썼다. 초등학교 들어갈 때까지 받아들이지 못했다."

- 재민씨에게 특별한 재능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된 때는?
"24개월도 되기 전이었다. 배우지도 않았는데 형이 보던 영어책을 보고 알파벳을 썼다. 시댁에서는 경사 났다고 좋아들 하셨다. 책을 유난히 좋아했다. 동화책을 밤새워 읽어준 적도 있을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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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존경하는 분에 대해 말하는 재민씨 재민씨가 가장 존경하는 분은 복지관에서 처음 자신에게 컴퓨터를 가르쳐주신 전현숙 선생님이라고 했다. ⓒ 최미향


- 현재 재민씨는 ITQ 한글, 엑셀, 파워포인트, 인터넷, 액세스 및 컴퓨터활용능력 2급과 1급 등 다수의 자격증을 가지고 있다. 컴퓨터를 배우게 된 계기는?
"재민이의 롤모델은 두 살 터울의 형이다. 컴퓨터도 형이 하는 걸 옆에서 지켜보다 관심을 끌게 됐다. 초등학교 1학년 때 장애인복지관 컴퓨터반에 등록했다. 너무 어린아이라 받아주지 않는데 어떻게 재민이를 받아주셨다.

재밌게도 재민이는 형을 제일 좋아하지만, 또 제일 무서워한다. 남에게 피해 주는 걸 엄청 싫어하는 형아는 동생이 잘못하는 행동에 대해선 무섭게 혼을 내기 때문이다. 그래서 말인데 '무슨 일이 있어도 절대 재민이에게 손끝 하나 건들지 말아라'는 것이 우리 부부의 유언이다(웃음). 그래도 형이 참 잘한다. 엄청 따뜻한 애다."

- 주말이면 늘 여행을 떠난다고 했는데.
"재민이는 하고 싶은 것도 많고, 가고 싶은 곳도 많다. 아는 게 너무 많으니까 끊임없이 어딘가를 가야 된다. 그래서 피곤하기도 하다(웃음). 재민이는 세계지도뿐만 아니라 각 나라의 수도까지 다 외운다. 그 나라에 가서 건물을 봐야 하고 그 나라 사람들에게 자기가 영어로 말해야 된다."

- 재민씨가 영어에 관심이 많다는데.
"영어에는 관심이 많다. 초등학교 때부터 원서를 읽었던 아이다. 당시 치료실 선생님께 재민이가 정말 알고 읽느냐고 물은 적이 있다. 그때 60%는 안다는 대답을 해주셨다. 벽에 한글을 붙여놓아도 그냥 알아버리더라.

자폐성 특징 중 하나가 사진처럼 딱 찍어내는 그런 게 있다. 그러다 보니 한 번 배운 것은 절대 잊어버리지 않는다. 아무리 오래된 것들도 모두 기억한다. 재미난 것은 기억이 안 나면 재민이에게 묻는다. 몇 년 몇 월 며칠까지 다 가르쳐준다. 얼추 다 맞다."

"재민이를 통해 세상을 참 많이 배운다"

‘제41회 전국장애인 기능경기대회’에서 컴퓨터 프로그래밍 종목 우승자 박재민(24세) .
‘제41회 전국장애인 기능경기대회’에서 컴퓨터 프로그래밍 종목 우승자 박재민(24세).고용노동부

- 재민씨의 일과는 어떤가?
"꽉 차 있다. 아침 일곱 시 반에 일어나면 아침밥을 꼭 먹는다. 삼시 세끼는 먹어야 하는 패턴이다. 재민이는 서산시중증장애인자립생활지원센터에서 4시간 행정보조업무를 한다. 화요일은 탁구, 수요일은 드론 등 다양하게 배운다.

그중에서 가장 좋아하는 것은 역시 컴퓨터다. 컴퓨터만 보면 항상 반짝반짝한다. 물론 게임도 잘한다. 자기 전에는 영어 회화를 틀어 놓고 따라 한다. 해외여행을 가면 자신이 말하고 싶은 욕구가 강하니까 열심히 한다."

- 큐브 천재가 바로 재민씨라는데.
"12초 만에 다 맞출 정도로 재민이는 큐브 천재다. 가르쳐서가 아니라 초등학교 때 형이 사다 놓은 큐브를 맞추기 위해 우연히 만지면서부터다. 자기가 맞추다가 안 되니까 다 분해하더니 공식이 있다는 걸 안 거다. 어디를 가나 항상 큐브를 들고 다닌다."

- 독서광 재민씨가 요즘 읽는 책은?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개미>를 보고 있다. 노벨문학상을 받은 한강 작가가 TV에 나오자 아빠에게 '대학 다닐 때 <소년이 온다>를 읽었다'고 하더라. 재민이는 독서를 많이 하는데 주로 국립중앙도서관을 자주 간다. 책도 보고 다양한 자료도 복사하기 위함이다. 사실 서산에서 서울로 가는 버스를 너무 좋아한다. 서울에서는 지하철 타는 것을 좋아하고. 남편과 나는 재민이 뒤를 따라 다니는데 실수를 하지 않는다. 재민이 머릿속에는 지도가 있기 때문이다."

인터뷰가 끝나면서 재민씨 어머니 강정란씨는 언제까지 아들을 위해 이렇게 해줄 수 있을까 생각하면 걱정이 앞선다고 했다. 그래도 엄마 아빠가 10년은 더 해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며 재민이의 행복을 위해 오늘도 길 위에 선다는 그녀.

뒤돌아 가며 하는 말은 "재민이를 통해 세상을 참 많이 배운다"며 "요즘 재민이는 백두산에 꽂혀있다. 어느날 우리 부부는 또 아들과 함께 백두산에 가 있을지도 모르겠다"고 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인천투데이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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