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가자들이 본대회 장소로 이동하기 위해 경찰을 뚫고 나갔다.
건설노조
매년 11월은 전태일 열사의 정신을 기리는 전국노동자대회가 여러 가지의 구호를 내걸고 진행된다. 지난 9일 진행된 2024년 대회는 윤석열 정권 퇴진 구호를 중심으로 현재 우리나라의 상황이 반영된 내용들이 내걸렸다. 민주노총뿐만 아니라 한국노총, 야당을 중심으로 한 정치권, 시민단체들도 수많은 이야기를 했지만, 핵심은 '윤석열 퇴진'이었다.
현직 대통령의 퇴진을 수많은 이들이 모여 외치는 모습이 불편했을까. 이날은 온갖 집회가 예정된 곳곳에 참가자만큼 많은 경찰들이 서울 시내 곳곳에 이른 시간부터 배치돼 있었다. 민주노총이 주최하는 전국노동자대회를 앞두고 한두 시간 전부터 인근에서 진행된 산별 노동조합들의 사전대회에서도 마찬가지였다.
경찰, 민주노총 집회만 겨냥했나
민주노총 전국건설산업노동조합연맹은 정부서울청사에서 경복궁역으로 이어지는 광화문 앞 도로에서 사전대회가 예정돼 있었다. 대회는 시작부터 참가하려는 자와 휴일을 즐기려는 시민, 관광객에 더해 검은 무장을 한 경찰들로 뒤섞여 아수라장이 됐다.
사전에 신고된 사전대회가 원활히 진행되고 정리될 수 있도록 경찰이 관리하는 차원이 아니라 경찰이 아수라장에 합류해 오히려 혼란을 키워내는 모습이었다. 경찰은 사태를 키울 목적인 듯 온갖 무장을 한 상태로 참가자들 앞에 위협적으로 배치됐다.
이미 사전에 집회신고를 했는데도 골목 차 통행을 차단하고 시민 통행로를 확보하지 않아 집회 참가자와 시민 사이에 갈등을 조장했다. 골목을 사이에 두고 참가자들이 반으로 갈렸고, 그 사이에 차들이 오가면서 참가자들과 시민들이 서로 비난하기도 했는데 경찰은 아무 조처도 하지 않았다.
노동조합은 대회 시작 전부터 수차례 경찰에 신고된 대로 집회를 할 수 있도록 협조를 요청했다. 이미 곳곳에서 말싸움이 벌어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경찰은 "들은 바 없다"며 일축하며 버텼고 무시했다. 경찰 내부 소통이 되지 않아 생긴 문제를 정당한 집회를 하려는 노동조합을 물리력으로 진압해 해결하려는 모양새였다.
경찰의 태도는 급기야 본대회인 민주노총 전국노동자대회에 합류하는 과정에서 극에 달했다. 사전대회 참가자들은 경찰이 유도하는 방향으로 평화롭게 행진해 서울시청광장과 프라자호텔 사이로 진입했으나, 경찰은 열려 있던 차도를 아무런 예고도 없이 가로막았다. 건너 편의 민주노총 관계자가 방송으로 또다시 협조를 요청하며 길을 열어달라 했지만, 오히려 경찰은 인력과 차 벽을 늘렸다.
건설산업연맹 조합원들이 "본대회에 합류하겠다"며 앞으로 나서자 경찰은 때를 기다린 듯 참가자들을 밀어붙이기 시작했다. 대회 장소로 가려는 참가자들과 이를 폭력을 동반해 저지하고 진압하는 경찰 사이에 충돌이 연이어 발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