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의 커피와 독서(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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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다음엔 운동, 강의, 병원 등 해야 할 일이 줄지어 기다린다. 이렇게 살고 난 저녁이면 히말라야 등반이라도 하고 온 듯하다. 시력도, 목 디스크도, 체력도 나자빠질 테니, 지금이 아니면 안 된다.
오전 8시, 가장 차분하고 몰입도가 높은 시간임에도 그런데 도대체 뭔 말인지 모르겠다. 다시 몇 장을 되돌려 읽는다. 역시나 안개 속이다. 소리 내서 읽어도 본다.
저자는 "인식이 변화를 가져오지 못하면 그것은 무의미한 인식이다"라고 나를 몰아세운다. 그의 가치와 논리를 온전히 이해하고 내 삶에 녹여내는 건 첩첩산중, 멀고도 아득하다.
언뜻 오만한 이 천재의 현학적 표현 속에 품고 있는 함의를 캐내고 싶다. 곱씹는 성찰을 통해 비늘을 벗기고 가시를 발라내 부드러운 속살만 삼켜야 한다.
그만큼 이해를 해야 깊이 있는 서평을 써낼 텐데, 계속 읽은 곳을 되풀이해 읽으며 고민고민하다 보니 앞이 깜깜해진다. 머리 팽팽 돌아가는 젊은 회원들한테 민폐가 되는 건 아닐까 싶어서다.
내가 다니는 복지관 글쓰기 수업은 일주일에 두 번이다(관련 기사:
내 인생 풀면 책 한 권(내풀책) https://omn.kr/27fc4 )
수업에서 글쓰기 주제가 주어질 때마다 나는 두서없는 '아무말 대잔치'를 벌인다. 근 70에 가까운 나이, 그런데 그동안 무얼 하고 사느라 바빴다고 저축해 둔 배경 지식이 그렇게도 전무한지... 매번 허기를 실감한다. 빈약한 내 영혼이 안쓰러워져서 시급하게 이 책 저 책 읽고 또 읽는다.
독서토론도, 글쓰기도 벽에 부딪힐 때마다 여기는 내 자리가 아닌데 지키고 있는가 싶어 매번 안절부절 한다. 가끔은 나 자신을 다그치기도 한다. '내가 미쳤지! 뭘 믿고 일을 이렇게도 벌려 놨단 말인가!'
그러다가 스스로에게 다시 묻는다.
"그럼 맨날 그날이 그날 같은, 맹숭맹숭한 날을 보낼래?"
그러면 답이 바로 나온다. 그건 싫다.
나이 만큼 성숙해지려면 필요한 것
나이 듦과 성숙은 저절로 비례하지는 않는다. 삶의 자세에 따라 각자 자신의 빛깔을 만들어 갈 뿐이다. 저절로 찾아오는 것은 서서히 스러져가는 노쇠밖에 없다. 세월과 함께 겉(육체)은 시들고 쇠락한다.
주변을 보면, 누군가는 쇠락하는 노년의 외로움을 떨치기 위해 자기 자식에게 필요 이상의 관심을 갖기도 한다. 이 모임 저 모임에서 친구들과 질펀하게 놀아보기도 하지만, 매번 집으로 돌아오는 길목에서 벌써 허전한 그 무언가가 따라온다. 덧없음이다.
노쇠는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다가오는 자연의 섭리다. 그 준엄함 앞에서 겸손하되 덧없음에 갇히지 않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