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블룸버그
주요국의 증시와 환율 환경을 보면, 국내 금융시장은 이미 1년 전부터 시장 위기(금리, 환율, 증시) 경고등이 들어온 상태다. 올해 주가상승률(11월 12일 기준)은 미국 16.4%, 일본 18.3%, 중국 15.5% 등 대부분의 나라가 증시 버블 확장 국면에 진입한 상태다. 반면, 코스피지수는 연초 대비 –7.0%를 기록하며 추세적 하락을 지속하고 있다. 글로벌 대세 상승장에서 한국 증시만 글로벌 '왕따'로 전락한 것이다. 이처럼 증시 침체가 자본 유출로 이어지면 환율 상승 압력이 극단적으로 높아질 수밖에 없다. 원-달러 환율은 연초에 비해 –8.2% 절하되었는데, 이는 일본의 엔저 충격(-8.7%)에 비견될 만한 수준이다.
국내 금융시장은 외인자본, 특히 단기성 투기자본에 대한 의존도가 과도하게 높아 일단 기조적 자본 유출이 발생하면, 증시 충격이 외환 위기로 이어지는 구조다. 지금의 금융시장을 둘러싼 환경은 환율이 시스템 위기로 발현할 수 있다는 경고장을 보내고 있다.
2008년 금융위기 전후 상황을 살펴보자. 2008년 10월 말 1291원에서 11월 말에 1469원까지 급등하면서 코스피지수는 1000포인트가 무너지는 공황에 빠진 바 있다. 당시 외환당국이 환율 방어에 적극 나서면서 2009년 1월 말에 1380원까지 하락했으나, 미국 발 증시 충격이 재발하면서 2009년 2월에 재차 1534원까지 급등했다. 그나마 2008년 10월에 미국 연준과 300억 달러 규모의 통화스와프를 체결한 것이 환율 공포 진화에 도움이 됐다. 원-달러 환율이 1400원을 넘나드는 지금의 상황이 그때와 크게 다르지 않다.
단언컨대, 외환위기 때 1400원이나 지금의 1400원이나 위기 방어선이라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 이 선을 사수하지 못하면 자본 유출 압력을 견디지 못해 둑이 무너지는 총체적 난국에 직면할 수 있다.
관리 가능하지 않은 환율 방어시스템
첫 번째 위험은 환율 방어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단계에 진입했다는 것이다. 환율의 중장기 방향을 결정하는 지배적 요인은 수출과 무역수지 지표다. 우리나라 무역수지는 2022년(-478억 달러)과 2023년(-104억 달러)에 대규모 적자를 기록해 환율 상승 압력을 높이는 데 일조했다. 그러나 올해 수출이 증가하고 무역수지가 흑자(10월 누적 399억 달러) 전환하는 흐름을 보이고 있는데도, 원-달러 환율의 상승 궤도가 꺾이지 않고 있다. 이처럼 수출 증가로 인해 시장의 달러 수급 상황이 나쁘지 않은데도 1,400원 환율방어선이 쉽게 뚫려버렸다. 이는 외환 위기가 이미 한국경제를 위협하는 시스템 위기로 진화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 월평균 원-달러환율 장기 추이
'21년말(1,184원) ⟶ '22년말(1,297원) ⟶ '23년말(1,304원) ⟶ '24년 11월 12일(1,409원)
두 번째 위험은 한국은행의 환율 방어력이 급격히 약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지금의 상황은 한국은행이나 정부가 구두 개입(환율의 움직임을 주시하고 있다는 메시지)을 통해 원-달러 환율의 변동성을 관리할 수 있는 구간을 넘어섰다. 즉, 위험 관리가 가능하다거나 외화보유액이 충분하다는 등의 구도 메시지가 전혀 먹히지 않는 구간에 진입했다는 의미다. 유일한 방법은 한국은행이 외환시장에 개입해 달러화를 내다 파는 것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