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답변하는 김영호 통일부 장관김영호 통일부 장관이 10월 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외교통일위원회의 통일부,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남소연
가을과 함께 국회의 새해 예산안 심의가 한창이다. 예산안은 정부가 한 회계연도에 국가 활동에 수반되는 수입과 지출의 계획(예산)을 편성하여 국회의 심의·확정을 받기 위해 제출하는 의안을 말한다. 이렇게 제출된 예산안은 국회의 각 상임위원회 예비 심사와 예산결산특별위원회의 종합심사를 거쳐 본회의 의결로 확정된다.
우리 헌법은 국가 예산안의 편성·제출권을 정부에 전속하게 한 반면, 심의·확정권은 국회에 전속시킴으로써 예산은 오직 국회의 심의·의결에 의하여만 확정되도록 규정하고 있다(헌법 제54조). 여기서는 통일부의 2025년도 예산안을 비판적으로 검토하고 새롭게 필요한 사업들을 제안하려 한다.
노골적인 남북관계 포기 선언
통일부 예산은 말 그대로 기형적이다. 2025년도 통일부 예산안은 총 1조 554억 원 규모로, 일반회계 2,293억 원, 남북협력기금 8,261억 원으로 구성되어 있다. 일반회계 중 인건비와 기본경비를 제외한 사업비는 1,676억 원으로, 이중 북한이탈주민 정착지원 예산이 808억 원으로 전체 사업비의 약 48%를 차지하고 있다.
북한 인권 관련 예산 또한 전체 사업비의 약 13%인 211억 원이 책정되어 있다. 분야별로 보면, 북한인권개선 기반구축에 182억 원, 전시납북 진상규명 및 명예회복에 15억 원, 이산가족 및 납북피해자 지원에 15억 원 등이다. 여기에 북한 인권을 중심으로 진행되는 국내외 통일기반조성 사업, 북한 인권 관련 정보 수집과 연구사업을 포함하면 그 액수는 더 늘어난다.
그렇다면 남북관계 관련 예산은 어떨까? 통일부가 책정한 사업비 중 남북관계 관련 예산은 전체 68억 원으로 이마저도 남북관계관리단의 시설 관리 예산 56억 원을 제외하면 12억 원에 불과하다. 전체 일반회계 사업비의 1%도 안 되는 예산이다. 말 그대로 남북관계 회복은 고사하고 관리조차 할 생각이 없다는 노골적인 남북관계 포기 선언이 아닌가?
우리 법률에서 통일부 장관은 "통일 및 남북대화·교류·협력에 관한 정책의 수립, 통일교육, 그밖에 통일에 관한 사무를 관장"하도록 규정하고 있다(정부조직법 제31조). 하지만 윤석열 정부에서 통일부는 북한인권부, 북한이탈주민지원부가 된 지 오래다. 본업에 관심이 없다 보니 북한이탈주민지원과 북한 인권 관련 사업에 예산을 집중하며 무엇이 주 업무인지 불명확한 행정 부처가 되어버렸다.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의 2024 통일인식 조사에 따르면, 우리 국민의 63.9%가 정부의 대북정책 목표로 "남북평화공존과 한반도 평화 정착"을 꼽았다. 윤석열 정부가 얼마나 국민의 인식과 동떨어져 있는지 확인할 수 있는 지표이다.
행사, 행사, 행사, 보여주기식 북한 인권 예산 삭감해야
통일부의 내년도 예산 중, 북한이탈주민 정착 지원과 통일정책 및 교육 관련 예산을 제외하면, 많은 부분이 '북한 인권'을 앞세운 보여주기, 나눠주기식 예산이다. 특히 북한 인권 문제를 공론화 한다는 명목으로 국내외에서 대규모 행사들을 개최하고, 지원 사업의 형식으로 민간단체와 연구자(단체)들을 줄 세우고 있다.
문제는 통일부 예산에서 북한 인권개선을 위해 '무엇을 하겠다'는 것은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실제로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북한 인권 문제를 전면에 내세우고 있지만, 정작 실효적인 성과라 할 것은 보이지 않는다. 그저 "북한은 최악의 인권침해 국가다"라고 소리치는 보여주기식 행사와 나눠주기식 지원 사업으로 국가 예산을 낭비하고 있다. 이런 이유로 북한 인권 관련 예산 중 행사성 예산은 최대한 삭감해야 한다.
통일부는 말로만 '북한 인권'을 외치며 국민의 혈세를 행사에 탕진하지 말고 구체적인 행동을 예산에 반영해야 한다. 예를 들어, 중국의 동북 3성 지역에서 탈북민의 인권침해를 막고 당사자들을 지원하기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개발할 필요가 있다. 정부가 직접 나서지 않더라도 국제기구와의 협업을 통해 인권 침해 상황을 개선하기 위한 노력이 예산에 반영되어야 한다.
근본적인 문제는 통일부가 북한 인권 문제를 다루는 것이 맞냐는데 있다. 관련하여 필자는 북한 인권 문제를 다루는 주무 부처가 바뀌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통일부는 '북한'이라는 상대가 존재한다. 남북관계를 안정적으로 발전시키면서 동시에 북한 인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좀 더 전략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중장기적으로 통일부의 북한 인권 업무를 법무부와 국가인권위원회로 분산 배치할 필요가 있다(관련 기사:
윤석열 정부는 북한 인권을 말할 자격이 없다, https://omn.kr/252th).
접경지역 주민 치유 위한 예산 신설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