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암에서 바라본 수도산 단풍
정호갑
가을 하면 단풍이다. 자연스레 수도산 계곡을 따라 걸음을 옮긴다. 수도산에 펼쳐진 단풍을 보고 있으면 굳이 단풍 절경으로 이름난 곳을 찾아 떠나고 싶은 마음이 전혀 일어나질 않는다.
단풍의 다양한 색을 보며 색의 조화에 대해 생각한다. 잘나고 못나고가 없다. 그저 그 자리에 자기 색으로 피어나면 되는 것이다. 그 어울림이 예쁘다. 어울림은 조금 눈에 거슬릴 수 있는 개성이라는 가시를 그대로 인정하여 주는 것에서 비롯된다. 이제 그럴 나이가 되었다.
단풍을 보면서 깨닫는 것 또 하나. 거리 두기이다. 단풍이 아름답다고 가까이 가서 자세히 보면 생각보다 흠이 많이 보인다. 벌레 먹은 단풍잎, 잎의 끝이 햇빛에 거슬린 단풍잎, 이미 말리 버린 단풍잎 등등. 정말 잎 그대로 곱게 물든 단풍잎을 찾아보기 어렵다. 너무 가까이 다가서면 안 된다. 단풍은 조금 거리를 두고 바라보아야만 예쁘다.
사람에게 흠은 살아오면서 받은 상처이다. 그 사람의 삶이 그만큼 힘들었다는 것이다. 굳이 그 사람의 흠을 찾아 다시 그 아픔을 건드려야만 할까? 거리를 두면 그 흠은 보이질 않는다. 거리를 두고 아름다운 모습을 그대로 받아들이면 되지 않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