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11.06 14:38최종 업데이트 23.11.06 1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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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한복판에서 길을 걷다 159명이 사망한 10월 29일이 돌아오고 있다. 어떻게 하면 그 진실을 밝힐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그 죽음이 헛되지 않을까 고민하고 행동하며 지난 1년을 살아낸 사람들이 준비한 추모 행사들을 기록으로 남긴다.[기자말]

지난 10월 29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광장에서 10.29 이태원참사 1주기 시민추모대회가 열리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눈만 감았다 떴을 뿐인데 어느덧 1주기가 지났네요. (중략) 사랑하는 사람의 부재를 온몸으로 느끼며 슬퍼할 때 여러분들이 계셔서 저희는 마음 놓고 울 수 있었고, 잠시라도 눈을 붙일 수 있었습니다." - 시민대책위에 보낸 유가족의 편지 중

이태원 참사 1주기 집중 추모기간이 지났다. 가던 걸음을 멈추고 추모 메시지를 읽는 사람, 추모객을 맞이하는 사람, 특별법 제정 서명을 독려하는 사람, 그리고 보라리본을 만드는 사람들이 함께한 기간이었다. 

유가족들과 시민들이 지키고 알려온 10.29 이태원참사 분향소에는 오늘도 다양한 사람들이 저마다의 방식으로 애도하고 위로하며 더 안전한 세상을 만들기 위해 노력한다.   
 

10.29 이태원참사 발생 371일째인 지난 11월 4일, 서울광장 분향소 앞에서 유가족들과 시민들이 보라리본을 만들며 담소를 나누고 있다. ⓒ 1029 이태원참사 시민대책회의

 
전국을 넘어 전 세계에서 추모 물결이 일었다. 서울 용산, 수원, 성남, 대전, 세종, 전주, 진주, 미국, 독일, 호주에서도 1주기 추모제가 열렸다(관련 기사: 미국·독일·호주에서도 이태원참사 1주기 추모제 열려 https://omn.kr/267la ).

모두 같은 목소리로 참사 희생자를 추모하고 유가족을 위로했다. 명확한 진상규명과 이를 위한 특별법 제정을 촉구한 것도 동일했다. 윤석열 대통령과 책임자의 공식 사과와 처벌이 부족한 문제를 지적하기도 했다. 다시는 이런 참사가 일어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 전 세계에서 모였다. 

외양간이라도 고치자
 

10.29 이태원참사가 발생한 이태원역 1번출구 앞 골목은 '10.29 기억과 안전의 길'의 표지석과 안내판 ⓒ 1029 이태원참사 시민대책회의

 
참사가 발생한 이태원역 1번 앞 골목에는 '10.29 기억과 안전의 길'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바닥에는 길 이름과 함께 '우리에겐 아직 기억해야 할 이름들이 있습니다'라는 표지석이 생겼다. 

이번 핼러윈데이에는 안전을 위해 '고밀도 위험골목길'을 선정하고 일방통행 등의 특별관리를 하기도 했다. 참사 1주기를 맞는 10월 28일 토요일 저녁 이태원 거리는 곳곳에는 경찰과 용산구청 관계자가 인파통제를 했다. 지난해 참사가 발생했던 그 길은 추모를 위해 입구에 있는 사람을 제외하고는 내려오는 사람만 이동이 가능했다. 


지나치게 과도한 통제에 추모객조차 입장할 수 없어 불편한 점이 컸지만, 마음 한구석에는 작년 같은 압사 참사는 발생하지 않겠다는 안도감이 들었다. 그와 동시에 작년에 이랬으면 희생자는 없었을 텐데 원망이 치밀었다. 

시리도록 춥고, 지독히도 더운 사계절을 보내고
 

시민들이 서울광장 분향소에 설치된 10.29 이태원참사 추모의 벽에 빼곡히 붙은 메시지를 읽고 있다 ⓒ 1029 이태원참사 시민대책회의

 
참사가 발생한 직후부터 이태원역 1번 출구에는 애도하는 시민들의 메시지가 접차식 쪽지에 가득 담겼다. 1주기를 보내며 빼곡히 채워진 메모지에는 떠난 이들에 대한 슬픔과 미안함 그리고 그리움이 가득했다. 그리고 책임자 처벌을 바라는 분노, 안전한 세상을 만들겠다는 다짐들이 빼곡히 적혔다.

지난 1년 동안 10.29 이태원참사 유가족들은 진실버스를 타고 전국을 다니며 참사를 알렸고, 서울에서 159km를 걸었다. 단식을 하고, 10.29km의 도심을 걸었다. 10만 명이 넘는 국민들이 10.29 이태원참사특별법 제정을 위한 서명에 동참했다. 일요일 저녁이라 걱정이 컸던 1주기 추모집회에는 1만7000여 명의 사람들이 모였다. 
언론에서는 1주기를 맞이해 참사에 대해 다양하게 보도했다. 참사에 대한 진상규명이 얼마만큼 되었는지, 책임자는 어떻게 되었는지, 유가족들이 요구하는 것은 무엇인지, 왜 아직까지 싸우고 있는지를 알렸다. 

주말에 분향소를 찾은 사람들 중에는 1주기 방송을 보고나서 현 상황에 대해 알게되었다는 시민들이 꽤 많았다. 언론의 영향력을 실감할 수 있었다.

많은 사람들이 유가족들의 아픔에 공감하고 더 안전한 세상이 되도록 특별법을 만들자는 주장에 동의했다. 하지만 특별법은 여당의 반대로 국회에서 통과되지 못하고 있다. 게다가 국회에서 통과되더라도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아야 법이 제정된다. 아직도 갈 길이 멀다.

분향소에서 리본을 만들던 생존자는 이렇게 말했다.

"특별법만 제정되면 춤이라도 추겠다."

듣고 있던 유가족은 이렇게 말을 거들었다.

"서울광장에서 춤판을 벌입시다."

'10.29 이태원참사 특별법'이 제정된다고 바로 안전한 사회가 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제대로 된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이 이뤄지지 않은 현재보다는 분명 더 나은 미래일 것이다. 모두 함께 광장에서 춤추는 시간이 어서 오도록 더 많은 사람들의 목소리가 필요하다. 

잊지 말아야 한다. 지금은 고작 참사 1년이 지났을 뿐이다.
 

이태원 참사 유가족들이 10월 29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광장에서 열린 10·29 이태원 참사 1주기 시민추모대회에 참석한 뒤 분향소에서 헌화하고 있다. ⓒ 유성호

 
덧붙이는 글 이 글은 10.29 이태원참사 공식홈페이지(www.1029act.net)에도 업로드 된다.
이 기사는 연재 10.29 이태원 참사 1주기 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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