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0년-2021년 사이 세계 홍역 감염자수1980년-2021년 사이 매해 세계 홍역 감염자수가 나타나있는 그래프. 지역별 수치가 각 색으로 따로 표시되어 있다. 예를 들어, 회색으로 표시된 유럽의 수치는 줄어들다가 2018년과 2020년 눈에 띄게 늘었던 것을 볼 수 있다. 다시 줄어들던 것이 최근 다시 늘어나고 있는 추세라는 소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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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들어 여러 매체들이 세계 홍역 유행을 다뤘는데, 많은 기사가 특히 유럽과 북미등 선진국에서의 홍역 유행 증가에 집중했다. 1월 31일 <네이처> 기사 '홍역 유행이 주의보를 울린다: 데이터가 말하는 것은 (Measles outbreaks cause alarm: what the data say)'은 2017년 홍역을 퇴치했던 영국에 다시 홍역이 증가세로 돌아서면서 2023년 10월부터 2024년 1월 사이 감염자수가 300명 이상에 달했다고 보고했다.
전문가들은 5세 이전에 MMR(홍역, 볼거리, 풍진) 백신을 2회 접종하도록 권고하는데, 영국에서 2회를 모두 접종한 아이들은 전체의 85% 정도에 그쳤다. 홍역 집단면역에 필요한 수치는 95%다. 한국의 경우, 질병관리청 2022 통계를 보면, 2세, 3세, 6세 아이들의 MMR 2회 접종을 완료한 비율은 각각 97.3%, 97.5%, 95.6% 수준이다. 우리나라에 홍역 발생 건이 낮게 유지되는 이유다.
그렇다고 우리나라가 무조건 안전한 것은 아니다. 세계적으로 감염자가 계속 증가하면, 해외유입으로 들어오는 감염자가 증가하게 되고, 홍역 유행이 생길 때마다 백신 접종자들도 감염에 노출되기 때문이다.
세계보건기구에 따르면 2023년 1월과 10월 사이 유럽에서는 3만 건 이상의 홍역 감염자가 발생했다. 이는 2022년 대비 30배 증가했다는 점에서 경각심을 일으킨다. 이중 2만 1천 건이 입원으로, 5건이 사망으로 이어졌다.
내가 살고 있는 오스트리아는 현재 유럽에서의 홍역 유행이 가장 심한 수준이다. 올해 1월과 3월 초 사이, 2개월 남짓한 기간 동안 249명의 감염자가 발생했다. 2023년 한 해 오스트리아 홍역 감염자 수가 189명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놀라운 수준의 증가다. 특히, 그중 50명 이상이 입원을 했고 세 명은 중환자실에서 치료를 받았다. 일단 감염이 되면 별다른 치료제가 없기 때문에 의료 기술이 좋아진 지금도, 백신으로 예방하는 것이 최선책이라는 점을 시사한다.
영유아 사망률 높은 홍역, 감염 시 치료법 없어
특히, 홍역 백신은 다른 백신들에 비해 가격이 저렴하고 부작용이 적기 때문에, 접종률이 낮아져서 대유행으로 회귀하는 것은 매우 안타까운 일이다.
백신 부작용과 관련한 것으로는 1982년과 1996년 사이 핀란드에서 MMR 1회 혹은 2회 접종 한 180만여 명의 사람들을 추적한 2000년의 조사 보고가 있다. 이에 따르면 총 173건의 중증 반응이 있었다. 이중 77건이 신경계 관련, 73건이 알레르기 반응 관련, 22건이 기타, 1건이 사망이었다. 백신으로 인한 부작용은 물론 매우 안타까운 일이지만, 인공적으로 면역체계를 자극시켜 방어기작을 갖추게 하는 과정에서 낮은 확률로 일어나게 된다. 그러나, 이 수치는 지난해 3만여 건의 유럽 감염자 중 50여 명이 입원, 5명이 사망한 것과 극명하게 대비된다.
2017년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 예측치에 따르면 지금도 백신 접종이 없으면 세계적으로 매년 백만 명 이상의 사망자가 생길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