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병관리청은 지난 18일 전국 말라리아주의보를 발령했다.
질병관리청
2022년 한 해 전 세계의 말라리아 감염자 추정 수치는 2억 4900만여 명이고 사망자 수는 60만 8000여 명이니, 모기가 무섭다고 할 만하다. 감염과 사망 대부분은 아프리카에서 일어나는데, 각각 94%와 95%에 달한다. 특히, 5세 이하 아이들에게 치명적인데, 2022년 사망자 중 80%가 이 연령대에 해당한다.
한국의 경우 1979년 말라리아 퇴치 상태에 이르렀다가, 1993년 이후 파주에서 근무하는 군인에게서 다시 발생한 이후로 최근까지 꾸준히 발생해오고 있다. 지난 5년간 (2018~2022년) 보건당국에 신고된 말라리아 환자는 총 2234명이다. 2018년 576명, 2019년 559명, 2020년 385명, 2021년 294명, 2022년 420명인데, OECD국가들 중 한국은 말라리아 발생률이 가장 높은 수준이다.
주요 발생지역은 북한 접경지역인 서울, 인천, 경기, 강원이다. 전문가들은 북한의 방역이 충분치 않은 것을 그 이유로 드는데, 국경을 초월하는 감염병에 대해서 공동노력이 꼭 필요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말라리아에 걸린 사람은 모기에 물린 지 10~15일 후 열이나 두통, 오한 등의 증상이 나타나고 중증으로 발전하는 경우 경련, 출혈, 뇌성 혼수, 간질성 폐렴, 심근 부종 등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사망에 이르기도 하는데 사망률은 10% 이상으로 알려져 있다. 길게는 6~12개월의 잠복기를 거쳐 증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말라리아는 지금만이 아니라 인간의 오랜 역사 동안 수없이 많은 사망자를 냈다. 인류 진화에 상당한 압력으로 작용했다는 의미이다. 현대 인류 여러 집단의 유전체 연구를 보면, 말라리아에 저항을 갖는 6-인산포도당 탈수소효소(G6PD)의 특정 유전 변이나 '겸상 적혈구 빈혈증 유전 변이' 등이 선택된 것으로 보이는 증거가 있다.
예를 들어, 겸상 적혈구 빈혈증을 앓는 사람들은 보통 사람들이 갖고 있는 둥근 모양 적혈구가 아닌, 낫 모양의 길쭉하고 쉽게 파괴되는 성질의 적혈구를 갖고 있다. 이로 인해, 빈혈이 발생할 뿐 아니라 모세혈관이 막혀 뇌졸중이 오거나 손가락·발가락에 문제가 생기기도 한다. 생존에 매우 해로운 유전형질이지만, 이 적혈구는 말라리아 원충에 감염되었을 때 원충이 산소를 쉽게 취하지 못해 증식이 어렵게 만드는 역할도 한다. 이 때문에 말라리아 감염이 잦은 지역에서는 생존에 유리한 형질이기도 했던 것이다. 아프리카 부족 중에는 인구의 약 40%가 겸상 적혈구를 갖고 있는 경우도 있다.
말라리아 원충, 어떻게 전 세계로 퍼져나갔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