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2일(현지시간), 남극에서 연구원들이 조류독감의 확산을 조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최근 조류인플루엔자(아래 조류독감)에 대한 기사가 세계적으로 관심을 모으고 있다. 말 그대로 새들이 걸리는 이 독감은 철마다 새로운 변이가 유행하며 세계 모든 조류를 위협한다. 보통 닭, 오리, 칠면조, 거위 등 가금류를 중심으로 변이가 등장해 유행을 시작하고, 점차 야생의 새들 사이로 퍼지는 양상을 보인다. 더러 감염된 철새들이 대륙을 오가며 이 변이를 퍼뜨린다.
지난 글 '
유럽 덮친 홍역... 우리도 안전하지 않은 이유'(
https://omn.kr/2858b)에서 사람들을 오래도록 괴롭혀온 전염병 '홍역'이 거대 도시가 들어서던 시기부터 주기적으로 창궐해 왔다는 이야기를 했다. 바이러스는 여러 숙주를 전염시킬수록 생존과 번식의 기회가 많아지는 만큼 많은 개체들이 밀집해 사는 환경이 진화에 유리할 수밖에 없다. 마찬가지로 조류독감도 인간의 대도시 생활에 비견할 가금류 농장들이 새로운 변이와 유행의 무대가 되기 쉬운 것이다.
조류독감에는 다양한 바이러스주(stain)가 있는데, 그 하위 변이들이 번갈아 유행을 일으킨다. 최근 세계적으로 유행 중인 것은 H5N1으로 불리는 바이러스주에 속한다. 1996년 중국 광둥의 거위에게서 처음 발견되었던 이 바이러스주가 특히 관심을 받기 시작한 것은 2020년 2.3.4.4b로 분류되는 새로운 변이로 유럽에서 큰 유행을 일으키기 시작하면서였다. 이 변이는 2021년과 2022년 사이 유럽과 아시아, 아프리카를 너머 아메리카로까지 번지면서 대략 수억 마리로 추산되는 규모의 새를 죽음으로 몰고 갔다.
조류독감이 무서운 이유
우리가 조류독감을 우려하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는데, 새로 유행이 시작할 때마다 가금류의 높은 폐사율로 이어져 경제적인 문제를 야기하기도 하고, 야생의 새들 사이에서 유행이 퍼지면서 여러 희귀 종들이 멸종위협에 놓이게 되기도 한다.
특히, 우리의 촉각을 곤두서게 하는 것은 이것이 혹여 사람에게로 옮겨 와 유행을 일으킬지도 모른다는 점이다. 실제로 사람 사이에 유행하며 매년 겨울 새로운 유행으로 이어지고 있는 인플루엔자도 조류독감에서 건너온 바이러스가 사람을 주요 숙주로 감염시키는 형태로 자리잡은 경우다.
사람에게서 독감의 유행처럼, 조류독감도 계절별로 여러 변이가 유행을 해왔지만, 지금 유행 중인 2.3.4.4b가 걱정을 일으키는 지점은 지난 2년여간 전염력과 치사율이 모두 크게 증가했다는 점이다. 특히, 야생의 새들 사이의 전염성이 폭발적인 것으로 관찰되고 있고 개, 너구리, 여우, 밍크, 곰, 물개, 돌고래 등 다양한 포유류에서 감염 혹은 유행 사례들이 지속적으로 보고되어 온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