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3월, 당시 MBC기획조정본부장을 맡고 있던 이진숙 후보자의 모습.
권우성
- 이진숙 전 대전 MBC 사장 내정설에 대해 "사실이라면 'MBC 민영화 선언'"이라고 하셨던데 왜 그렇게 생각한 거예요?
"2010년 3월에 작성된 국정원의 'MBC 정상화 전략 및 추진 방안 문건'을 보면 MBC 장악의 마지막 단계가 MBC 민영화입니다. 이진숙씨는 2012년 10월, 김재철 사장 밑에서 기획 홍보본부장 맡고 있을 때 최필립 당시 정수장학회 이사장 만나서 MBC 민영화 논의를 하다가 발각됐죠. 정수장학회 지분 매각을 논의했고, 극비리에 추진하겠다는 그런 언급들도 나오는데, 한겨레 기자와 전화 통화를 하다가 전화가 안 끊긴지 모르고 자기들끼리 계속 얘기를 나누다가 외부로 폭로가 된 거거든요.
국정원의 전략대로 김재철 체제하에서 MBC 민영화 음모를 꾸몄던 것이 이진숙씨인데, 지금에 와서 이진숙씨를 방통위원장에 임명한다는 것은 이 정부가 MBC 장악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MBC를 망가뜨리고 아예 사적 자본에 팔아넘기겠다는 결심을 했다고 보이는 거죠."
- MBC 민영화는 국회 통과해야지 않나요?
"법적으로 명확하지 않습니다.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가 결정하면 할 수 있다고 볼 수도 있고요. 하지만 현실적으로 MBC의 이 큰 자산을 인수할 수 있는 기업이 많지 않아요. 그럼에도 이 정권은 너무도 비상식적인 일들을 많이 저질러 왔고, 입만 열면 1공영 다민영 이런 주장들을 하잖아요. 어떻게든 MBC를 망가뜨리기 위해서 MBC 민영화 수순을 밟으려 할 것이라고 보입니다. "
- 이진숙 후보자는 지금 방송에 대해 공기가 아닌 흉기라고 하던데.
"세월호 참사 때 보도본부장이었잖아요. 당시 MBC 보도가 사회적 흉기죠. 이명박근혜 정권 시절, MBC의 적폐 경영진으로 있으면서 MBC 보도를 정권 지키기용 흉기로 사용해 놓고, 이제 와서 보도 준칙 운운하고 지금의 언론을 흉기라고 언급하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라고 생각해요."
- 이진숙 후보자는 공영방송이 노동 권력으로부터 독립해야 한다고도 했습니다.
"무슨 말인지 잘 모르겠습니다. 누구에게 권력이 있다는 거죠? MBC 대다수 구성원이 언론노조의 조합원이고, 언론노조가 민주노총에 속해 있는 건 맞습니다. 그것이 무엇이 문제죠? 민주노총이 MBC 뉴스에 개입하나요? 민주노총의 지침 대로 뉴스와 프로그램들이 만들어지나요?
언론 노동자로서 민주노총의 조합원인 것과 기자, PD, 제작진으로서 뉴스와 프로그램을 만드는 것은 별개의 영역입니다. 공영방송이 독립해야 할 대상은 존재하지도 않는 노동 권력이 아니라 정치권력, 자본 권력이죠. 악의적인 프레임을 씌워서 국민 속일 생각은 접었으면 좋겠습니다."
- MBC 내부 분위기는 어떤가요?
"상당히 분노하고 있죠. MBC의 대표적인 적폐 인사인 김장겸을, 부당노동 행위로 법원에서 확정판결까지 받은 사람을 대통령이 갑자기 사면시켜서 국회의원 자리에 앉혀줬잖아요. 근데 이제는 또 다른 대표적인 적폐 인사 이진숙까지 방송통신위원장에 임명하려는 걸 보고, '역사가 이렇게 후퇴할 수 있나, 다시 2010년, 2012년 그때로 돌아가는구나'라며 내부 구성원들의 분노가 상당히 큰 상황입니다."
- 앞으로 MBC 사장 교체 등 방송 탄압이 본격화할 것 같은데 어떻게 대처할 생각인가요?
"아침마다 지하철역에서 윤석열 정부의 방송장악 규탄 피케팅을 하는데 'MBC 고생한다' 'MBC는 지켜야 된다'는 응원 메시지를 상당히 많이 받습니다. MBC마저 정권에 장악돼서는 안 된다는 시민사회, 국민들의 목소리를 모아서 강하게 싸워야죠.
방문진이 바뀐다고 MBC 사장 교체가 당연한 게 아니거든요. MBC 사장을 교체할 명분 자체가 하나도 없어요. 경영 상황도 좋고 MBC에 대한 신뢰도는 그 어느 때보다 높아요. 그런데 임기가 절반도 넘지 않은 사장을 일방적으로 해임한다? 저는 강한 저항에 부닥칠 것이라고 생각해요. 제동을 걸어야 합니다. 정권의 방송장악에 반대하는 시민들의 힘을 모아서 함께 싸울 겁니다."
- 일부에서는 MBC 구성원들이 예전만큼 저항 못 할 거란 얘기도 있던데.
"그건 알 수 없죠. 구성원들의 분노가 얼마나 더 높아질지, 어떻게 싸울 것인지에 대해서는 지금 예단할 수 없습니다. 시민들과 함께 할 수 있는 싸움부터 할 겁니다. 7월 11일 오후 7시, 상암 MBC 광장에서 'MBC 힘내라 콘서트'를 준비하고 있어요.
MBC마저 장악돼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는 시민들, 윤석열 정권의 방송장악에 반대하고, 방송 3법 개정에 찬성하는 모든 시민이 한데 모여서 시민들의 목소리를 전할 수 있는 자리로 만들고 있습니다. MBC를 지켜야 된다고 생각하는 시민들은 상암 MBC 광장으로 모여주시기를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 어떤 게 준비되고 있나요?
"1부는 토크 콘서트로 진행이 되고요. 더불어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가 나옵니다. 개혁신당 쪽도 섭외했는데, 스케줄이 맞지 않아서요. 이준석 의원이 응원 메시지를 보내주기로 했고요. 최진봉 교수, 이상민 크리에이터, 방송인 오윤혜씨도 출연합니다. 사회는 이선영 아나운서 조합원이 맡고요.
2부는 문화제인데 아카펠라 그룹 오직 목소리, 가수 박창근씨, 그룹 노라조가 출연합니다. 가수들의 공연과 내부 구성원들의 영상 메시지, 시민들의 응원 메시지 등을 담아서 즐겁고 의미 있는 행사로 만들어보려 합니다. 유튜브로도 중계하고요. 현장에서도 최대한 많은 시민이 상암 MBC 광장 찾을 수 있도록 준비 중입니다."
- 마지막으로 한마디 해주세요.
"윤석열 정권의 무도한 행태가 계속되다 보니 약간 무감해질 수도 있는데 각자가 할 수 있는 작은 실천들부터 함께하면 좋겠습니다. 국민을 이기는 정권은 없습니다. 국민을 무시하는 정권의 말로는 정해져 있고요. 국민을 무시하는 정권에는 국민이 힘을 합쳐서 저항해야죠. MBC 구성원들도 굴하지 않고 MBC를 지켜내는 싸움에 나서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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