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색 부분이 루풀린이다. 맥주에 향미를 창조한다.
윤한샘
홉 수지가 만드는 쓴맛은 맥주에 정말 중요하다. 맥아의 단맛을 상쇄시켜 음용성을 높여준다. 질리지 않고 몇 잔을 마실 수 있는 비법이 바로 여기에 있다. 홉 오일은 맥주의 영혼이다. 맥주에서 느낄 수 있는 허브, 풀, 베리, 열대과일, 꽃, 나무, 흙 향이 모두 홉 오일에서 나온다.
이렇게 중요한 홉이지만 국산을 만나기는 하늘의 별 따기다. 맥주 양조에 사용되는 홉 대부분은 수입되고 있다. 라거에 들어가는 전통적인 홉은 독일, 체코산이며 인디아 페일 에일(IPA) 같은 크래프트 맥주에는 주로 미국과 뉴질랜드 홉이 사용된다. 그렇다고 아시아에 홉이 없는 건 아니다. 중국은 세계 최대 홉 생산국이며 일본도 소라치 에이스라는 훌륭한 자생종 홉을 보유하고 있다.
북위 37도에 위치한 한국도 홉이 잘 자라는 나라다. 그런데 상업용 홉은 찾기 힘들다. 1990년대 후반까지 국산 홉을 키우고자 하는 시도가 있었지만 경제성이 발목을 잡았다. 농산물 시장이 개방되며 안정된 품질과 저렴한 가격을 자랑하는 수입 홉이 시장을 점령했다. 사실 이는 홉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국산 농산물이 직면한 현실이었다. 식량작물과 몇몇 특수작물을 제외하고 수입 농산물이 원재료 시장을 차지했다. 막걸리와 소주도 수입 재료로 만드는데, 맥주라고 예외가 될 수는 없었다.
국산 홉의 수호자, 홉이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