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11일(현지시간) 미국 미시간주 디어본의 아랍계 미국인 국립박물관 밖에서 친팔레스타인 시위대가 피켓을 들고 있다.
연합뉴스
이스라엘-하마스 분쟁이 악화되면서 미 대선의 돌발 변수로 부상하고 있다. 주요 경합주의 표심 변화가 특히 주목된다. 미시간에서는 20만 명에 달하는
아랍계의 민주당 지지 철회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다. 2020년 대선에서
1% 미만의 근소한 차이로 승부가 갈렸던 위스콘신, 애리조나 등의 경합주에서 이러한 변화는 선거 결과를 좌우할 수 있는 중대한 요인이 될 전망이다.
젊은 유권자들, 특히 대학생들 사이에서도 가자지구의 인도주의 위기에 대한 정치권과 바이든 정부의 대응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들의 투표 행태 변화 역시 초박빙이 예상되는 경합주들에서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즉, 트럼프를 지지하지 않더라도 해리스에게는 투표하지 않는 젊은층이 늘어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그렇지 않아도 트럼프 지지층은 바이든 정부의 대외 정책을 지속적으로 비판해 왔다. 주요 쟁점은 우크라이나에 대한 막대한 군사 원조에도 불구하고 전쟁이 장기화되는 점과, 이 자금이 국내 문제 해결에 사용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특히 지난 2년간 1750억 달러에 달하는
우크라이나 지원금이 논란의 중심에 있다. 자연재해 대응보다 해외 군사원조와 불법 이민자 지원에 더 많은 예산이 할당된다는 비판이 중도층 유권자들 사이에서도 공감을 얻고 있다.
누가 당선되든, 미국의 차기 정부는 당분간 중동 문제에 깊이 관여해야 하는 상황에 처해 있다. 결과적으로 동맹 체제 전반과 동북아시아를 포함한 다른 지역에 대한 전략 및 자원 배분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한 대비가 필요한 시점이다.
한국에의 시사점
미국의 글로벌 리더십 약화와 중동 정세의 변화는 한국 외교에 새로운 도전과 기회를 제시하고 있다. 이에 대응하기 위해 세 가지 방향에 주목해야 한다.
첫째, 외교적 유연성의 필요성이다. 국내 정치적 이해관계나 동맹 관계에 지나치게 구속되면 급변하는 국제 정세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어렵다. 윤석열 정부처럼 한 방향만을 고집하는 경직된 외교 방식은 중장기 국익에 해롭다. 국익을 위해 정파를 초월한 유연한 외교 전략 수립이 시급하다.
둘째, 국익과 보편적 가치 사이의 조화다. 단기적 실리나 도덕적 가치 어느 한쪽에 치우치지 않고, 강대국의 진영 논리에서 벗어나 보편적 가치와 원칙을 지지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국가 이익에 부합한다. 가자지구 인도주의 위기에 대한 독자적 지원과 평화 중재 노력은 이러한 균형 잡힌 접근의 좋은 예가 될 수 있다. 가자지구 평화를 위한 다자간 협력체 구성에 적극 참여할 필요가 있다.
셋째, 미국의 중동 정책 변화가 동북아 전략에 미칠 영향에 대비해야 한다. 미국의 관심이 중동에 집중되는 동안, 일본이 미국과의 역할 분담 확대를 통해 동북아 군사질서 재편을 시도할 가능성이 있다. 특히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의 '아시아판 나토' 창설 제안, 미일동맹의 격상 움직임, 그리고 미일동맹 재조정 논의에 주목하고 이에 대한 전략적 대응을 준비해야 한다.
언제나 그렇듯, 우리의 국익과 가치를 지키는 것은 우리의 몫이며, 그 책임 또한 우리에게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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