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의 비례정당인 국민의미래 비례대표 후보 2번에 배치돼 22대 총선에서 당선된 박충권 당선인. 1986년생. 북한 김정은국방종합대학 출신으로 대량살상무기개발 연구소에 근무하다가 2009년 차가운 두만강을 건너 한국 땅을 밟았다. 탈북 후 서울대학교 재료공학과에서 석·박사 학위를 땄고 현대제철 책임연구원으로 재직 중 여당에 영입돼 국회에 입성했다.
조명철·태영호·지성호. 그 뒤를 잇는 역대 네 번째 탈북민 출신 국회의원이다. 앞서 먼저 국회의원이 된 '선배'들의 정체성은 주로 외교·경제·인권·안보 등의 이슈에 쏠려 있었다. 김일성종합대학 교수직을 포기하고 탈북한 조명철 전 의원은 북한의 핵개발 사실을 폭로했고 통일교육원 원장으로 재직 중 의원이 됐다. 태영호 의원은 유럽 전문 외교관으로 활동하다가 탈북했다. 지성호 의원은 탈북 후 북한인권단체 'NAUH'를 설립해 탈북민 수백 명을 구출하는 활동을 벌였다. 상임위 활동 역시 외교·안보 쪽에 더 가까웠다.
하지만 박 당선인은 청년·비례대표·초선·탈북민·공학도 등 본인의 여러 정체성 가운데 의정활동에 있어서는 '과학기술 발전'에 방점을 찍었다. 22대 국회 '1호 법안'으로 준비 중인 법안도 '이공계 지원 특별법 개정안', 공대 연구자의 발명에 대한 보상을 강화하겠다는 것이 주된 골자다. 그는 2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오마이뉴스>와 한 인터뷰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과학기술 패권 시대에 과학기술이야말로 진짜 국가 경쟁력의 필수 조건이다. 공대생도 큰돈 벌 수 있다는 인식이 형성되도록 하겠다. 의대만이 답이라는 인식이 지속된다면 우리 대한민국의 미래는 없다고 생각한다."
물론 탈북민으로서 안보·대북 문제에 목소리를 내는 것은 '디폴트(고정값)'이라고 밝혔다. 그는 우리 사회에 종북·반미 세력의 위협이 실존한다고 주장하며, '국정원 대공 수사권' 부활을 다음 과제로 꼽았다.
"안보에 두 번의 기회는 없다. 우리가 미연에 방지한다면 적은 비용으로도 막아낼 수가 있지만 뚫린 다음에 막으려면 영원히 회복 불가할 수도 있다. 철지난 색깔론이 아니라 실존하는 위협이라는 부분을 국민께 말씀드리고 싶다."
박 당선인은 또한 '초심'을 유지하겠다며 당의 '거수기'는 되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총선 패배 이후 당정 관계 재정립과 관련해선 "정부에 쓴소리도 마다하지 않는 당정 관계 재정립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오는 9일 예정된 당 원내대표 경선에 대해선 "현재 국민들은 정부에 대한 '예스(YES)맨'보다 아닌 건 아니라고 말하는 '노(NO)맨'을 원하신다"고 꼬집었다. 다음은 일문일답.
"공대생도 '큰돈' 벌 수 있다는 인식 형성되도록 하겠다"
- 탈북민 정치인 2세대다. 포부가 있다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취임 직후 과학계 인사들을 대거 뽑아서 중용하고선 '사이언스 퍼스트'를 천명했다. 세계 질서를 주도하는 미국이 가진 힘의 원천이라고 생각했다. 우리 정치권에는 과학계 인사가 굉장히 소수다. 이공계 과학기술인 출신의 성공한 정치인이 되는 것, 그래서 이공계는 연구실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국민과 소통하는 정치인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입증해 보이고 싶다. 그래서 '의대가 답이다'라는 인식을 뒤로하고 이공계의 무한 가능성을 보여주고 싶다."
- 공학도의 정체성을 살려 의정활동을 하고 싶은 건가.
"제가 청년 과학기술인 아니겠나. 이 장점을 살려서 미래 먹거리를 발굴하고 우리 대한민국의 국가 경쟁력 확보에 기여하고자 한다. 과학기술 패권 시대에 과학기술이야말로 진짜 국가 경쟁력의 필수 조건이다. 그래서 1호 법안으로 이공계 지원 특별법 개정안을 준비 중에 있다. 이 법안의 핵심은, 연구자들의 연구 장학금을 확대하고, 대학원생들 병역특례 제도를 개선하고, 연구자의 발명에 대한 보상을 강화하고, 지식재산권을 부여하는 것이다.
그래서 의대생보다 공대생이 돈을 적게 번다는 인식을 없애고 싶다. 이공계 학생들도 좋은 연구를 하게 되면 큰돈을 벌 수 있다는 사회적인 인식이 형성될 수 있도록 만들고 싶다. 공대 연구원도 의대생 부럽지 않은 고액연봉을 받을 수 있어야 한다. 더 이상 의대가 답이라는 말이 통하지 않도록 해나갈 생각이다. 의대만이 답이라는 인식이 지속된다면 우리 대한민국의 미래는 없다고 생각한다. 실제로 산업 파괴가 일어날 수 있고, '퍼펙트 스톰(심각한 경제위기)'이 몰려올 거다. 이걸 대비해야 한다는 생각에서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를 지원하려고 한다. 물론 북한 관련 분야에 목소리를 내는 건 '디폴트'로 가져갈 생각이다."
"'예스맨'보다 '노맨' 필요, 당정 관계 재정립 시급해"
- 비례대표로 당선됐다. 통상 비례대표는 당의 거수기가 된다는 비판을 받아왔는데.
"저는 우리 위대한 대한민국의 국민들로부터 선택받았다고 생각한다. 당에 힘을 보태는 것은 당연하지만, 거수기 역할만 한다는 것은 너무 1차원적이고 아쉽다고 생각한다. 초선 의원이라는 것은, 어떻게 보면 소신·혁신·강단 이런 것 아니겠나. 거수기가 아닌 당당한 국회의원이 되겠다."
- 현안 얘기를 좀 해보자. 총선 참패 이후 당정 관계를 어떻게 정립해야 한다고 보나.
"결국에는 민심을 제대로 읽지 못하고 민생 현안에 대한 솔루션 제시에 미흡한 점이 있었다. 이번 총선에서 당과 정부의 소통이 부족한 부분이 있었던 것 같다. 민심이 빠르게 정부의 정책이나 국정 현안에 반영되지 못한 탓이 컸다는 목소리들이 많다. 그래서 '당정 일체'도 중요하지만 민심이 다르게 반응할 때 정부에 쓴 소리도 마다하지 않는 당정 관계 재정립이 시급하다고 본다."
- 어떤 원내대표에게 표를 주실 건가.
"현재 국민들은 정부에 대한 '예스(YES)맨'보다 아닌 건 아니라고 말하는 '노(NO)맨'을 원하신다. 당정 관계에서 얼마만큼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인물인지가 원내대표 선거의 중요한 판가름이 될 거라고 생각한다. '정말 국민의힘이 달라지겠구나, 또 우리 정부가 달라지겠구나' 이런 것들이 국민들께 빠르게 닿을 수 있는 쇄신의 메시지를 줄 수 있는 인물에게 투표할 생각이다."
- 사실 북한과 한국에서 모두 이른바 엘리트 코스를 밟았다. 대중의 삶을 잘 이해하고 있을까 생각도 든다.
"그렇지 않다. 저는 15년 전에 맨몸으로 대한민국에 왔다. 대학원 기간에 많은 분들의 도움과 지원으로 살아온 만큼 그분들이 한 푼 한 푼 모아주시는 돈들을 귀하게 쓸 수밖에 없었다. 버스 탈 때도 돈을 쪼개가면서 탔다. 어떻게 하면 환승으로 싸게 탈 수 있을지도 계속 고민하고 동선을 체크했다.
밥도 싼 것만 골라서 먹었다. 학교 앞에 녹두거리라고 고시촌에 살았는데, 그 앞에 밥집이 있었다. 밥을 마음대로 퍼먹을 수 있었고, 반찬도 많이 주는 곳이었다. 그때 3000~4000원 했는데, 거의 거기서 먹었다. 제가 유명한 대학의 대학원을 거쳐서 대기업 연구원이 되기는 했지만 보통 사람이다. 2030 세대들의 공통적인 고민과 그들이 겪는 고층을 똑같이 겪으면서 어떻게 하면 잘살아 볼 수 있을까 아등바등 노력하던 한 사람이다."
"반미·종북 세력 실존하는 위협... 안보에 두 번의 기회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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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충권 당선인 "반미·종북 세력 실존하는 위협...안보에 두 번의 기회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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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성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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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른 인터뷰에서 '우리 사회에 반미·종북 세력이 존재한다'고 말했다. 그렇게 생각한 이유가 있나.
"실질적 위협을 느꼈던 건, 2018년 4월 판문점 정상회담 때다. 김정은과 우리 대통령이 도보다리를 걸으면서 회담도 하고 판문점에서 냉면도 먹고 이런 것들이 TV에 나오면서 국민 여론이 생각했던 것보다 크게 바뀌었다. 어떤 여론조사에서는 김정은에 대한 호감도가 80%나 나오더라. 그리고 김정은을 공개 찬양하는 '백두칭송위원회' '김정은 위인환영단' 이런 것도 나왔다. 이러다가 안보 불감증 내지는 우리가 실제 위협을 인지하지 못하는 그런 상황도 발생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실존하는 북한 간첩단 사건들도 여러 적발됐다. '청주간첩단 사건'도 있었다. 이 사람들은 북한 지령을 받고 미국의 스텔스 전투기 한국 도입을 반대했었다. 북한의 지령을 받아서 반정부 시위를 벌였다는 혐의로 '민(주)노총 간첩단 사건'도 있었다. 더 위협적이었던 건 이석기 전 의원과 통합진보당 사건이다. 내란선동을 했고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았고, 통진당은 위헌 정당 판결을 받았다. 이런 상황에서 22대 총선에서 더불어민주연합의 20번까지 후보 중에, 과거 반미 종북 활동을 벌였던 사람이 5명이 있었다. 그중 3명이 당선됐다."
- 종북·반미 세력이 실존하는 위협이라고 보는 건가.
"이 얘길 하고 싶다. 북한의 최정예 해커 부대들은 24시간 대한민국 사회 전반을 공격하고 있는 중이다. 최근에는 여러 방산업체들이 해킹을 당하고도 그 사실을 인지하지 못했다. 2014년에는 어땠나? 한국수력원자력이 해킹당해서 많은 기밀 자료들을 탈취당했다.
이런 상황에서 국회나 정부 요직에 내부 조력자가 발생한다? 이러면 국가 전체가 북한 해킹에 노출될 수 있는 심각한 사안이다. 실존하고 있는 위협이다. 우리들이 일상적으로는 잘 느끼지 못하고 있지만. 안보에 두 번의 기회는 없다. 우리가 미연에 방지한다면 적은 비용으로도 막아낼 수가 있지만 뚫린 다음에 막으려면 영원히 회복 불가할 수도 있다. 그래서 제가 밉상으로 비칠 수도 있지만, 국가 안보를 위한 일이기 때문에 목소리를 내는 것이다."
- 국가정보원의 대공수사권 회복을 위한 개정안을 발의하고 싶다고 했는데, 민간인 사찰에 대한 우려가 있지 않나.
"2020년 12월에 민주당이 민간인 사찰 가능성을 근원적으로 제거하겠다는 명분으로 국정원 대공 수사권을 경찰로 이관했다. 민간인 사찰 우려가 있다면 사실 경찰에 넘어가도 마찬가지라고 본다. 안보 차원에서 말하고 싶다. 63년간 국정원이 이 일을 해왔는데, 그 기간 쌓아 올린 국정원의 수사 능력과 노하우가 굉장한 것 아니겠나. 경찰이 하루아침에 어떻게 바로 이것을 끌어올리겠나. 그 기간 동안에 공백이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 철지난 색깔론이 아니라 실존하는 위협이라는 부분을 국민께 말씀드리고 싶다."
- 대북 정책의 기조는 어때야 한다고 생각하나.
"저는 강대강 원칙을 주장한다. 2023년 한 해 동안 북한이 미사일 발사에 쓴 돈이 최대 1조3000억 원 정도에 달한다고 한다. 북한 주민 3년 치 식량값이다. 이렇게 많은 돈을 미사일에 태우는 이유는, 결국에 이러한 무력이 북한의 체제 유지와 협상력 강화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 같은 경우에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떤 북한 정권과의 어떤 대화, 협상,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라는 대북 정책을 통해서 북한에 악수를 청했다. 그런데 결국에 돌아온 게 뭔가. '삶은 소대가리' 소리를 들었고 남북 연락사무소는 폭파당했다. 우리는 9.19 군사합의로 자진해서 무장 해제까지 했는데 '서해 공무원 피살사건'이 일어났다. 헌법이 부여한 국가적 책무마저도 다 하지 못한 것이다.
상대가 총을 들고 있는데 악수를 청한다고 해서 안보가 확보되는 것이 아니다. 심지어 상대는 핵을 들고 있다. 우리가 더 강력한 대응 수단을 들고 있어야 우리의 국가적 책무도 다할 수 있다."
- 통일에 대한 생각은 어떤가.
"원하건 원하지 않건 간에 통일은 어떻게 보면 우리 민족의 숙명과도 같다고 본다. 언젠가 숙명처럼 반드시 찾아올 통일이라면 우리가 준비를 하고 대비하는 게 마땅하다. 저는 통일은 우리에게 엄청난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는 것을 확신한다. (하지만) 연방제는 제가 생각하는 통일 옵션에서는 빠져 있다. 북한이라는 체제가 지금처럼 저렇게 존재하는 형태의 통일은 요식행위이지 진짜 통일이 아니라고 보고 있기 때문이다."
- 상대를 대화 테이블에 불러내기 위해선 '햇볕 정책'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는데.
"우리가 같은 민족이기 때문에 예외적인 상황으로 생각할 수 있지만, 이건 외교 관계다. 국제외교질서에 있어서 그런 논리는 굉장히 순진한 것이다. 국제관계는 거의 야생 아닌가. 따뜻하게 해준다고 해서 옷을 벗는다? 이건 말도 안 된다. 권력자들은 그 권력을 차지하기 위해서 친족까지 살해한다. 과연 따뜻하다고 옷을 벗겠느냐. 그건 말도 안 되는 논리라고 본다.
우리가 강력한 무기를 들고 있을 때 대화에 나선다면 말이 통할 것이고, 우리가 아무 힘도 없이 나가면 끌려 다닐 수밖에 없다. 보수 정부가 말하는 강대강은, 협상을 안 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그에 앞서 협상력부터 갖추겠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