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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저녁 6시. '노사모'가 단체 응원전을 펼친다는 소식을 접수하고 광화문 사거리 동화빌딩 앞으로 한걸음에 내달렸다. 7시에 모인다고 들었건만 약속 시간보다 1시간이나 이른 시각에 노사모 회원 등 50여명의 사람들이 응원준비로 무척 바빠 보였다. 회원들이 들고 있는 풍선이며 목도리, 모자, 깃발까지 모두 노무현 후보를 상징하는 노란색이었다.

▲ '노무현풍선' 만들기에 여념없는 노사모회원들
ⓒ 오용석
응원 준비로 부산한 가운데, 광화문 집결을 주장했다는 노사모 회원 정경원(33)씨를 만나 보았다.

- 광화문에서 모이자고 한 데에 특별한 이유가 있나.
"지난 월드컵 때 광화문은 우리 국민과 기쁨을 함께 한 승리의 광장이었다. 오늘 온 국민과 함께 노무현의 승리를 축하하며 모두가 함께 기뻐할 축제의 상징으로써 광화문을 선택했다."

- 노 후보가 당선될 것이라고 보는가. 어제 정몽준 후보의 지지철회로 한풀 꺾인 분위기인데.
"승리를 확신한다. 정몽준(후보)의 지지 철회는 오히려 노무현(후보)에게 플러스로 작용할 것이다. 어제 철회 발표로 정 후보에 대한 실망과 함께 역풍이 작용하여 노 후보의 득표율이 올라갈 것으로 본다."

같은 시간 전광판에서는 출구조사 결과가 발표되고 있었다. 일단 결과는 노 후보의 승리였다. 사람들은 함성을 지르며 '노무현~!'을 외쳐댔다. 핸드폰으로 여기저기 전화를 걸어 노 후보의 승리를 알리는 들뜬 목소리도 들려왔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시작된 "노무현 됐다, 노무현 됐다, 랄라랄랄라~"하는 노랫소리가 곧 모두의 입으로 퍼져 나갔다. 노사모 회원들은 승리를 확신한 듯 "수고했다"며 서로 안아주며 등을 두드려주었다.

흥에 겨운 사람들이 자리에서 펄쩍펄쩍 뛰거나 군데군데 무리를 짓고 춤을 추기도 했다. 사람들은 둥그렇게 원을 지어 하나로 뭉쳤다.

사람들은 손가락으로 '기호 2번'을 가리키며 노래를 부르고 자리에서 빙글빙글 돌며 춤을 추었다. 다함께 '국~민 통합!' 구호를 연이어 외치기도 했다.

둥글게 원을 그린 노사모 회원들 앞에서 노래와 춤을 주도하던 양영숙(29)씨에게 다가갔다.

- 노 후보의 승리를 확신하나.
"물론이다. 그러나 '마음을 놓지 말자'가 우리의 생각이다. 출구조사에서는 이겼지만 오차 범위 내이고, 무응답자도 꽤 되는 걸로 들었기 때문이다."

- 정몽준 후보의 지지 철회가 노 후보에게 어느 정도 영향을 줄 것으로 보는가.
"정몽준(후보)의 선언이 조금은 영향을 줄 것으로 본다. 그러나 대세에는 큰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다."

▲ 노사모 ID '여왕벌', 양영숙씨
ⓒ 오용석
- 노사모 활동을 하면서 힘들었던 적은 언제인가.
"대선 직전 준비과정에서 노사모의 위치를 잡아나가는 과정에서 힘들었고, 노사모 폐쇄 결정 때도 힘들었다. 후보 단일화 과정에서도 어려움이 많았다."

- 노사모에 들어온 것을 후회한 적은 없었나.
"후회한 적은 한번도 없었다. 그러나 너무나 '힘든 사랑'이었다. 그 동안 무수한 시련들을 겪어왔다. 그 동안 너무 힘들었고 다시 하라면 못 할 것 같다. (나 뿐만 아니라)모두 그렇다."

- 노사모의 성과를 짚어본다면.
"나를 비롯한 386세대들은 예전에 사회를 부정적으로만 봤었다. 노사모 활동을 하면서 세상을 긍정적으로 바라보게 되었다. 노무현(후보)은 우리에게 마지막 희망이다."

본격적인 개표가 시작되자 한치 앞을 알 수 없는 박빙의 승부가 벌어졌다.

"올라간다~ 올라간다~."

마침내 서울 지역에서 노 후보가 이 후보를 약 5% 차이로 누르자 함성과 박수 소리가 넘실거렸다. 흥을 못 이긴 사람들이 곳곳에서 춤을 추고 노래를 불렀다. 코가 빨개지고 눈물이며 콧물을 흘리면서도 사람들은 추위조차 잊은 듯 목이 터져라 구호며 노래를 불러댔다.

개표율 약 10%를 기록하고 있었던 8시경, 대세는 점차 노 후보 쪽으로 기울어가고 있었다. 사람들이 들고 있던 노란 풍선은 노 후보의 득표 수가 올라갈 때마다 점점 더 높이 치솟았다.

"역전! 역전! 역전!"

▲ 역전! 역전! 역전!
ⓒ 오용석
남녀 노소 가릴 것 없이 노랗게 치장을 한 사람들이 노 후보가 앞설 때마다 서로 얼싸안고 기뻐했다. 흡사 광화문의 '노란'악마들을 보는 듯 했다. 9시경, 당선이 기정 사실화 되자 좌중의 분위기는 절정에 달했다. 1000여명의 사람들이 모두 하나가 되어 노래하고, 춤추고, 즐거워하고 있었다. 광화문은 한바탕 축제의 장으로 바뀌어 갔다.

축제의 중심인 노사모, '노란'악마들 중 한명인 위형운(39)씨를 만났다.

- 지금 기분이 어떤가.
"좋다. 감격스럽다."

- 노 후보가 대통령으로 집권하게 되면 노사모는 어떤 역할을 할 것인가.
"노사모는 늘 국민과 함께 할 것이다. 노 후보가 잘 하면 지지해 줄 것이며 노 후보가 잘못을 저지르면 이를 지적하고 감시할 것이다. 그것이 국민을 위한 길이며 우리의 미래세대를 위한 길이다."

- 2004년 총선에서도 정치적 관여를 할 것인가.
"물론이다. 단 민주당 내에서 활동하지는 않는다. 우리는 민주당과는 상관없이 오직 노무현만을 사랑하여 만들어진 모임이다. 따라서 2004년에도 노 후보와 같은 깨끗하고 올바른 정치인을 우리가 찾아내고 적극적으로 지지해줄 계획이다."

- 해체한다는 이야기가 있던데.
"해체할 것이다. 노 후보는 포용정치를 지향하는 데 우리의 존재는 노 후보의 정책에 걸림돌이 된다. 노무현씨를 사랑하기 때문에 해체하는 것이다. 단, 온라인이나 소모임으로 명맥을 유지하면서 앞서 말한 활동을 계속 할 계획이다."

▲ 환희의 노란 물결
ⓒ 오용석
줄곧 흥분된 어조로 질문에 답하던 위형운 씨는 곧 군중 속으로 사라졌다. 오늘 광화문은 승리의 노란 물결로 가득 채워졌다. 그러나 내일도 여전히 노란빛일수 있을지? 노사모의 내일은 승리의 기쁨에 가려져 아직 고민의 공간으로 남겨진 모습이었다.

덧붙이는 글 | 이윤원/오용석기자는 '기자만들기 16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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