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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교도소에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수감중인 박경순씨(영남위원회 사건으로 7년형을 선고 받고 현재 4년 8개월째 복역 중)가 목숨을 건 단식에 돌입하였다는 소식을 듣고 제대로 준비도 갖추지 못한 채 구속자 가족이 중심이 되어 서울구치소 앞에서 농성을 시작한 것이 지난 2월 28일의 일이다.
박경순씨는 간경화 말기 환자로 그 병의 특성상 단식은 생명에 치명적인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 이미 박경순씨는 체중도 급격히 줄고 혈압도 떨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어느 누가 자신의 목숨을 위태롭게 하고 싶을까? 박경순씨는 자신만을 위한 개인적인 사면을 위하여 단식을 하려는 것이 결코 아니다.
가장 민주적이고 개혁적이라는 노무현대통령이 취임을 하고 참여정부가 출범을 하였건만 양심수 전원 석방은커녕 양심수에 대한 언급조차 없다는 사실에 분노와 통탄을 금할 길이 없었고 이에 대오각성을 촉구하며 불구덩이 속으로 스스로 걸어들어가고 있는 것이다.
시시각각 꺼져가는 생명을 살려야 한다는 일 외에 그 어떤 대의명분이 필요하겠는가? 이 소식을 접한 전국 각지의 양심수들도 동조 단식을 시작하였고 부산교도소와 서울구치소 앞에서 가족들은 무기한 노상 농성을 하게 되었다.
부산교도소 앞에서는 그나마 천막이라도 쳤지만 서울에서는 구치소측이 병력을 동원하여 이를 저지하는 바람에 우리는 노상에서 첫날을 맞이할 수밖에 없었다. 바람 한자락 막을 곳 없이 3일을 침낭만을 의지하여 밤을 보냈다. 우여곡절 끝에 만들어진 우리의 천막은 마치 천국처럼 여겨졌다. 사람이 발을 뻗고 잘 수 있다는 것이 이렇듯 행복을 줄 수 있다는 걸 처음으로 알았다 하면 과장일까?
첫날은 비가 내렸고 그 다음날은 찬바람이 불었다. 농성 3일째이던 일요일에 내린 비로 기온이 급격하게 떨어져 말 그대로 손발이 에인다는 것을 뼈저리게 실감하였다. 당신들의 목숨과 아들을 맞바꾸겠다는 노모들이 정신력만으로 얼마나 견디어 내실지 걱정이 앞선다. 하지만, 더 이상 희망이 보이지 않기에 이를 만류할 수도 없다.
시련 속에서 사람은 더욱 단단해진다고 했던가!
단식 소식과 함께 무기한 노상 농성을 하자는 제안을 받았을 때 얼마나 막막하고 멀게만 느껴졌는지 모른다. 남편 없이 4년을 살아오며 혼자 꾸려온 생계는 어찌하고 중학교와 유치원에 입학하는 아이들은 또 어쩌란 말인가? 머릿속은 너무나 복잡하고 가슴은 답답하였다. 이렇게 한다고 하여 이 길고 지루한 싸움이 끝날 것인지.
칠십이 넘으신 어머님께서 하신 '내가 여기서 죽어 나가더라도 우리 아들이 나올 때까지 절대로 이 자리를 떠나지 않겠다'던 말씀을 듣고 이 모든 고민을 말끔히 털어 버렸고 그렇게 결심이 서자 머릿속도 맑아졌다. 생각보다 말보단, 행동이 먼저다란 걸 깨달았고 과감하게(?) 직장을 정리하였다. 남편을 석방시켜 어머님께 아들을, 아이들에게 아빠를 돌려주는 일보다 더 시급하고 중요한 일이 무엇이겠는가?
오늘도 우리는 끊임없이 기다리고 또 기다린다.
계란으로 바위를 깨치는 심정으로 마지막 안간힘으로 낭떠러지에 매달려 마지막 지푸라기를 잡는 절실함으로 꺼지려는 희망을 잡고 또 잡아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