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⑤[인터넷신문, 시민기자 그리고 대안언론]

껍데기는 가라! 발로 쓴 기사 납신다

성남시 공무원들은 아침에 출근하면 '성남일보(http://www.snilbo.co.kr/)'를 클릭한다. 다른 지방지를 꼼꼼히 들여다 보는 공무원들은 별로 없다. 보도자료로 보내는 내용이 그대로 기사에 실리기 때문이다. 현재 성남지역에서 뉴스를 제공하는 매체는 지방지부터 케이블방송까지 20여 개에 달한다.

하지만 성남일보는 다르다. 지난 2000년 7월 6일부터 인터넷으로 뉴스를 제공하고 있는 '성남일보'에는 지역사회 민초들의 일상에서부터 지역 정관계의 문제점을 날카롭게 지적하는 소식까지 발빠르게 올라온다.

지역 지방지로는 드물게 성남시 구석구석을 누비며 현장취재를 통해 기사를 쓴다는 얘기다. 성남일보의 취재기자는 고작 2명. 편집장과 웹디자이너를 포함하면 편집부라고 해야 4명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이들이 만들어내는 기사는 페이지뷰가 하루평균 3~4만에 이를 정도로 상종가를 달리고 있다.

▲ 10평 남짓한 성남일보 사무실
ⓒ 오용석
지역경찰서에 지역신문 기자가 없다?

올해로 기자경력 3년 차에 접어든 성남일보 김락중(36) 기자. 그는 오전 8시부터 성남관 내 경찰서를 출입한 뒤 오전 9시까지 사무실로 출근한다. 출근 후 편집회의를 마치면 시청과 시의회를 출입해서 얻은 소식을 가지고 오후 4시부터 4~5꼭지의 기사를 작성한다.

기사송고가 끝나면 취재원 관리를 위해 사람들을 만나러 밤거리를 누빈다. 여느 직업기자들의 일상과 별차이 없어 보인다. 하지만 지역언론의 열악한 환경에 대해 조금이라도 알고 있는 사람이라면 다른 지역.지방지 기자들과 차이가 있다는 사실을 찾을 수 있다.

"성남에는 분당.중부.남부 이렇게 3개 경찰서가 있습니다. 하지만 특별한 사건이 있을 때를 제외하고 일상적으로 경찰서에 출입하는 지역.지방언론사 기자는 거의 없습니다. 시의회나 시청 등도 마찬가지죠."

김락중 기자는 보도자료에만 의지해 기사를 작성해온 취재관행이야말로 지역언론 환경을 열악하게 만든 '주범'이라고 말한다. 지역언론이 제공하는 뉴스 중 지역시민들이 가장 관심있어 하는 분야는 다름 아닌 지역행정과 사건사고에 관한 소식이다. 시민들의 생계나 생활환경 문제와 밀접한 관련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다수 지역언론은 이를 외면하고 있다. 왜냐하면 '돈'이 안 되기 때문이다. 현장을 발로 누벼 작성한 기사가 아니라 전화로 '건수'를 찾아내 취재원의 구미에 맞춰 기사를 써내는 보도태도가 계속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 지역언론 환경에 대해 인터뷰 중인 김락중 성남일보 기자
ⓒ 오용석
"성남시청은 지난해 기자실을 폐쇄하고 브리핑실로 전환했습니다. 하지만 열려 있는 날보다 닫혀 있는 날이 더 많아요. 찾아오는 기자들이 없기 때문입니다. 대다수 지역.지방언론은 출입처 개념을 가지고 취재원을 관리한다는 취재의 기본조차지키지 않습니다."

가장 '성남'적인 언론이 가장 '한국'적인 언론

지난 1월 27일, 성남남부 경찰서를 찾아간 김락중 기자는 특종기사를 접했다. 장애 여성을 고용해 윤락행위를 강요했던 업주가 경찰에 붙잡힌 사건이었다. 김기자는 같은 날 오후 3시경 사건 관련 기사를 송고했고, 뉴스를 접한 다른 지방지는 앞다퉈 이 사건을 보도했다.

"연합통신이나 MBC PD수첩, 지방신문 등에서 연락하고 기사를 받아가 여론화된 사건이었죠. 어떤 사람들은 성남이라는 한정된 지역에 뉴스 소재가 얼마나 있겠냐고 묻습니다. 손이 모자랄 정도로 뉴스는 많습니다. 뉴스가 없는 게 아니라 지역사회에서 일어나는 갖가지 일들을 뉴스로 보아주지 않는 중앙중심적 언론관이 문제인 것입니다."

현재 김락중 기자가 정기적으로 출입하는 곳은 성남시 3개 경찰서를 비롯해 시청.시의회, 각종 시민단체 등 10여 군데가 넘는다. 여기서 나온 각종 소식들로 하루 평균 송고하는 기사는 모두 5~6꼭지. 단신을 제외하면 3~4개의 취재 혹은 기획기사를 쓰는 셈이다. 지역시민들의 생활과 밀접한 각종 뉴스들이 지역사회와 관계기관들 사이에 무궁무진하게 자리잡고 있기에 가능한 일이다.

하지만 시민들은 아직까지 지역뉴스보다는 이른바 중앙뉴스나 국제뉴스에 익숙해 있기 때문에 그 필요성을 잘 느끼지 못하고 있다. 지역소식은 뉴스가 아니라 '옆집 불난 이야기' 정도로 생각하기 때문이다. 정작 자신들의 삶과 밀접한 소식보다 서울 어느 동네에 강도가 들고 미국 어느 시에서 총격전이 일어난 사실을 더 중요하게 받아들이도록 중앙언론의 지배에 물든 탓이다.

"지방자치를 위해 10여년 동안 수많은 예산을 써가며 제도개선이나 지역경제 활성활를 위해 노력해왔지만 지금으로서는 실패했다고 밖에 볼 수 없어요. 왜냐하면 지역사회의 움직임을 이끌어내고, 지역사회를 개선하려는 노력들을 알려내야 할 지역언론에 대해서 무관심했기 때문입니다."

김락중 기자는 지방자치제의 성공을 위해서 지방정치개혁과 지역시민운동 그리고 지역언론이 함께 성장해야 한다고 말한다. 풀뿌리 민주주의를 지켜낼 '삼총사'라는 것이다.

성남일보가 각종 지역운동과 시민운동 그리고 시의회의 의정활동에 관심을 두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분당 파크뷰 분양특혜사건'과 관련한 김 전시장 '주민소환제' 운동이나 시의원 해외연수 문제의 개선을 위한 '시의원해외여행공무규칙'의 개정 요구 등 성남일보가 주목하고 집중보도한 사례는 많다.

"가장 성남적인 사안을 뉴스로 다루는 가장 성남적인 언론이 있어야 지방자치도 제 모습을 찾는 것 아니겠습니까? 원래 지역지, 지방지, 중앙지를 구분짓는 것 자체가 모순이죠. 지역사회 곳곳에서 기사를 발굴한다는 원칙 속에서 영향력을 키워나간다는 것입니다. 지역사회는 더 이상 등잔 밑이 아닙니다."

김락중 기자는 앞으로 지역시민단체와 함께 '성남판 노무현 찾기'를 여론화할 계획이라고 했다. 지난 12월 대선과정을 통해 서울을 비롯한 중앙지역에서는 정치개혁에 대한 토론 등이 쟁점화 되고 많은 시민들의 관심거리가 됐다. 그러나 대선 이후 지방의 경우는 그런 움직임을 찾아보기 힘들다. 중앙정치에서 '지구당 폐지'를 논의하고 있지만 정작 그 당사자인 지역정치권에서는 별다른 얘기가 나오지 않고 있다.

"지역에서 지구당이 없을 때 지역정치는 어떻게 개편되어야 하는가에 대해서 기획을 가지고 있습니다. 지구당이 폐지되면 연락사무소같은 아류조직이 형성될 것입니다. 그 공간에서 이권이나 청탁을 논하게 놔둬서는 안됩니다. 지역현안을 놓고 지역운동가와 시민들이 모여 토론하고 간담회를 하는 공간으로 만들어야 합니다. 대선을 통해 국민들이 노무현 개혁호를 선택했다면 지방선거와 총선을 통해 성남지역에서도 성남판 노무현을 찾아야 합니다."

등잔 밑 언론이 희망이다

현재 성남시 인구는 97~98만. 이중 하루평균 3~4만명이 성남일보를 '클릭'하고 있다. 여기에 뉴스레터를 받아보는 3천여명을 합쳐도 채 5%에 못 미친다. 또한 성남일보에 시민기자로 가입한 회원은 모두 60여명. 이들이 송고하는 기사는 성남일보의 전체기사 중 10% 미만에 머무르고 있다. 광고수익의 경우도 마찬가지로 매우 어려운 형편이다. 이 모든 수치들이 성남일보가 아직은 지역사회에서 영향력 있는 언론매체로 확실히 자리잡지 못하고 있음을 말해준다.

"메인면 광고나 뉴스레터 광고 그리고 기획사업 등 과거에 비해서는 매출신장만 따지자면 몇 백 프로씩 성장하고 있죠. 하지만 광고수익이나 페이지뷰같은 외형적 성장이 전부는 아닙니다. 지금 중요한 것은 성남일보가 지역사회로부터 신뢰받는 신문이 되느냐에 있습니다. 그렇게 되면 다른 문제들은 저절로 해소될 것입니다."

얼마전 전 성남시장에 대한 공판시 시장측은 증인으로 측근 공무원을 내세웠다. 물론, 인사권 있는 시장측에게 불리하게 진술할 공무원을 찾기란 힘들다. 성남일보 김락중 기자는 스트레이트와 해설기사로 이를 비판했다. 그런데 모 지방지에서 토시 하나 바꾸지 않고 기사를 도용했다. 기자이름만 슬쩍 바꾼 경우다. 사전에 양해도 구하지 않았다. 지방과 지역에서 무소불위로 굴림하고 있는 지방지의 횡포 중 하나다. 성남일보는 이에 대해 기사로 항의했다. 지역지로서 지방지에 대항하는 것은 찾아보기 드문 일이다. 이또한 작은언론 성남일보가 써내려가는 성남지역 언론의 새로운 역사다.

▲ 성남신문 모토 '현실을 직시하고 내일을 여는 신문'
ⓒ 오용석
'오늘을 직시하고 내일을 여는 신문'. 성남일보 사무실에 걸려있는 글귀다. 풀뿌리 민주주의 지방자치제가 시작된 뒤 성남지역에서 찾아보기 힘들었던 '지역사회로부터 신뢰받는 신문'을 만들기 위해 성남일보가 내걸은 모토다.

덧붙이는 글 | 그 동안 게재된 연재기사는 인터넷 신문의 편집권 문제, 시민기자제도, 수익성, 독자의견 제도에 대한 내용이었다. 마지막 기사로 지역 인터넷신문인 '성남일보'를 방문해 현직 기자로부터 지역언론의 현실과 지역인터넷 언론의 역할 등에 대해 취재했다. 인터넷 신문의 실험은 곳곳에서 진행되고 있다. 노동.여성.장애인 등 마이너리티 운동관련 전문지부터 지역신문까지 다양하게 실험중인 인터넷 언론운동에 네티즌의 관심이 필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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