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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5일 오후 서울 종각사거리에서 통일연대, 민중연대, 여중생범대위 주최로 `반전평화 자주통일 8.15범국민대행진`이 1만여명의 시민사회단체 회원과 일반시민들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부시 미대통령이 반전구호가 적힌 `로보트 태권V`에게 총을 겨누고 있는 퍼포먼스가 벌어지고 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 15일 서울 시청 앞 광장에서 `건국 55주년 반핵반김 8.15 국민대회`가 열렸다. 이날 참가자들은 북핵 폐기를 촉구하며 미사일 조형물을 불태웠다
ⓒ 오마이뉴스 남소연


제58주년 광복절을 맞은 15일, '진보'와 '보수'는 서울 시내 곳곳에서 서로 갈려 다른 목소리를 내며 '애국'을 호소했다.

자유시민연대와 예비역 대령연합회 등 보수 단체 회원들은 오후 4시 30분께부터 서울시청 앞 광장에서 5천여명이 참가한 가운데 '건국 55주년 반핵반김 8.15 국민 기도회'을 갖고 인공기와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초상화를 찢고 불태우기도 했다.

통일연대와 한총련, 범청학련 남측본부 소속 통일선봉대, 여중생 범대위 등 단체들은 이날 오후 오후 5시께부터 종로1가 제일은행 앞에서 1만여명이 참가한 가운데 '반전평화 8.15 통일대행진'을 가졌다.

이날 두 곳에서 진행된 집회 현장에서 <오마이뉴스>는 서로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는 두 사람을 인터뷰했다.

"부시가 하는 짓은 미친 짓이다"
[인터뷰 ①] '8.15 통일대행진'에 참가한 타이 로저스(전준홍 기자)


▲ 15일 오후 서울 종각사거리에서 열린 `반전평화 자주통일 8.15범국민대행진`에 참석한 한 어린이가 `전쟁책동분쇄`이라고 적힌 성조기를 들고 모형 미군 탱크 위에 올라가 흔들고 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타이 로저스(Ty, Rogers). 15일 <반전평화 8·15통일대행진> 행사가 끝나갈 무렵 종각에서 광화문으로의 촛불행진 때였다. 진작 눈여겨 보았던 외국인 청년에게 어눌한 영어로 말을 걸었다.

- 어디서 오셨습니까.
"미국에서 왔습니다."

난 그가 북유럽쪽 출신일거라 짐작했는데 의외의 답변이 나오고 만 것이다. ‘반미’를 외치는 행렬에서 촛불행진을 하는 사람이 미국인이었다니. 혹시 그 자리가 어떤 자리인지 모르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에 또 물었다.

-저들이 말하는 것을 이해한 건가, 거기에 동의하는가.
“완전히 이해하진 못했지만 대부분 동의한다.”

-그들이 '반미'를 주장하는 것은 알고 있나.
“부시가 하는 짓은 미친 짓이다. 아프가니스탄, 이라크, 북한… 세계의 평화를 위협하고 있다.”

현재 한국을 여행중인 타이라는 올해 23살의 청년은 미국의 대북강경노선 또한 세계평화에 큰 위협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타이는 기자인 한국인 친구와 함께 행사장에 와서 무려 4시간 동안 낯선 땅에서 모국을 비판하는 행사와 시위를 지켜봤다. 그 사이에 그가 'F****** U.S.A'라는 국가모독적인(미국인에게 있어) 외침을 못들었을 리가 없는데도.

혹시 북한에 대해서는 우호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궁금했다.

-북한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나.
“김정일은 절대 좋은 지도자가 아니다. 핵무기를 갖고 있을지 아닐지는 확실치 않다. 그런 상황이지만 북한에 관한 문제는 무력을 사용하지 않고 6자 회담과 같이 대화와 타협으로 해결해야 한다. 부시는 절대 대통령에 재선출돼서는 안된다. 그러나 유감스럽지만 재선출될 거 같다. 지지율은 계속 떨어지고 있는데 그러지(재선출되지) 않았으면 한다.”

요컨대 그가 반대하는 것은 미국 자체가 아니라 부시 대통령이 통치하는 미국이고 그가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가치는 비폭력과 평화이다. 그가 북한정권을 좋아하지는 않지만 폭력을 통한 제재는 옳지 않다는 판단이다. 그래서 그는 우리의 광복절에 우리나라 땅에서 폭력집단으로 간주되는 미국을 향한 촛불 시위에 참가하고, 이를 막으려는 전경에게 카메라 플래시를 터뜨리는 것이다.

그는 사람의 인식의 경계는 국경과는 무관하다는 사실을 직접 보여줬다. 그렇다고 그가 아나키스트인 것도 아니다. 국가에 대한 비판은 진보든지 보수든지 애정을 갖는데서 시작된다는 사실 또한 그의 반미시위 참여를 통해 알 수 있었다.

2003년 8월 15일에, 종각 사거리는 국가나 사회에 애정을 갖고 고쳐보겠다고 보인 사람 일만명이 모였던 자리였다.

▲ 15일 오후 서울 종각사거리에서 통일연대, 민중연대, 여중생범대위 주최로 `반전평화 자주통일 8.15범국민대행진`이 1만여명의 시민사회단체 회원과 일반시민들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NO WAR`가 적힌 상징물을 들고 집회에 참석한 사회단체 회원들
ⓒ 오마이뉴스 권우성


"스트라이커 부대 훈련은 똑 필요하다"
[인터뷰 ②] '반핵 반김대회'에서 만난 청년우파연대 최용호 대표(이승훈 기자)


▲ 15일 서울 시청 앞 광장에서 열린 `건국 55주년 반핵반김 8.15 국민대회`에서 한 참가자가 인공기를 불태우고 있다.
ⓒ 오마이뉴스 남소연
지난 3월 1일부터 반핵·반김 국민대회에 참가해왔다는 청년우파연대 최용호 대표. 그와 청년우파연대 회원들은 이번 '건국 55주년 반핵·반김 8·15국민대회'에 모습을 드러낸 몇 안되는 청년층이었다. 이들은 행사장 뒤편에서 미리 준비한 태극기를 들고 무대 위에서 토해져 나오는 김정일 국방위원장, 한총련, 전교조에 대한 규탄 발언에 환호를 보내며 대회의 마지막까지 자리를 지켰다.

다음은 최용호 대표와의 일문일답이다.

-청년우파연대는 어떻게 해서 생긴 단체인가.
"아직은 인터넷 카페를 통해 의견을 나누고 활동을 하고 있다. 작년 6월에 '반미 촛불시위'를 반대하는 촛불집회를 열면서 활동을 시작하게 됐다. 지금까지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침묵하고 있던 청년 우파들이 연대해서 힘을 모아보자는 취지다."

-국가의 안보가 무너지고 있다고 주장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나.
"이번 노무현 정부는 김대중 정부보다 더 좌로 갔다. 한총련을 합법화하려하고 실패한 햇볕정책에 선을 긋지 못하는 등 완전한 좌파정부다. 특히 386 세력이 권력 핵심부에 포진되어 있어 나라의 안보에 위기가 생기고 있다."

-한총련을 타도대상으로 여기는 것 같은데 한총련도 청년우파처럼 자신의 생각을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는 것 아닌가.
"극단적 반미, 친북은 철부지들의 행동이라고 생각한다. 미국을 비판하는 것도 북한을 이롭게 하는 반미가 되어서는 안 된다고 본다. 특히 행동이 친북적으로 흘러서는 안 된다. 우리는 반공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국가안보를 걱정하고 있다."

-미국을 어떻게 평가하는가?
"미국이 잘못한 점도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북한의 잘못이 더 많다. 굶어죽는 사람도 많고 인권문제도 심각하다. "

-그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라도 북한과 협력하고 개방을 도와야한다는 지적이 있는데.
"현재 북한의 움직임을 진정한 개방으로 보지 않는다. 금강산 관광을 하고 개성공단을 만들려고 하는 것은 핵개발 자금을 마련하고 체제를 유지하기 위한 것일 뿐이다."

-미국이 선제공격전략을 마련하고 스트라이커 부대의 실전 훈련을 하는 등 전쟁위기를 조장한다는 비판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나.
"미국이 전쟁을 조장하려는 것이 아니다. 미국이 그러는 것은 북한이 핵을 개발을 했기 때문이고 이 때문에 전쟁위기가 있는 것이다. 스트라이커 부대의 훈련도 북한 핵 위협에 대처하는 군사력 강화차원에서 이루어진 것이고 이는 꼭 필요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앞으로 활동계획은.
"청년학생운동이 좌파밖에 없어서 대학 내에서 거의 독재수준이다. 앞으로 제대로 된 조직을 갖추는 데 주력하고 보수시민단체와의 연대도 모색하겠다. 침묵했던 우파의 목소리를 드러내고 싶다. 이를 통해 우리 사회의 진정한 민주화를 이루고 당당한 나라를 만들어 가고 싶다."

인터뷰를 하고 있는 동안 행사장 앞에서는 검은 연기가 피어 올랐다. 인공기와 미사일 모형, 손에 들었던 피켓을 태우느라 행사장은 매캐한 냄새의 연기로 뒤덮였다.

▲ 15일 서울 시청 앞 광장에서 열린 `건국 55주년 반핵반김 8.15 국민대회`에서 참가자들이 태극기와 성조기를 흔들며 한미동맹 강화를 촉구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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