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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를 보고 어이가 없었습니다. 대학에서 행정학을 가르치는 교수님께서 군인단체 강연에서 펼친 그 내용의 섬뜩함 때문이었습니다. 좌익혁명, 군사쿠데타, 좌익정권타도 등등…. 한여름밤에 딱 어울릴 법한 소름 돋는 단어들이 마구 튀어나와 있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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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님의 강연 전문을 읽지 못한 관계로 내용의 정확한 흐름을 파악할 수 없어서 요목조목 물을 수는 없어 아쉽습니다만, 기사를 토대로 해 두 가지를 여쭙고자 합니다. 부디 학자적 양심을 걸고 솔직하고 일관된 대답을 기대합니다.

첫째, '노무현 정부를 정당한 절차를 밟아서 수립된 좌익정권'이라고 규정을 하셨더군요. 교수님께서 그렇게 규정을 하신 근거를 제시해주시면 고맙겠습니다. 제가 이념에 대해 체계적인 공부를 하지 못한 소시민입니다. 그래서 교수님이 말씀하시는 좌익이란 게 공산주의를 말씀하시는 건지 아니면 또 다른 의미로써의 좌익인지 잘 모르겠더군요. 알기 쉽게 설명을 부탁드려도 될까요?

아주 평범한 시민의 입장에서 요즘 시점에서 공산주의를 이야기한다는 게 좀 우습다는 생각이 듭니다. 혁명을 통해 공산주의 탄생을 선포했던 구 소련이나 중국, 그밖의 과거 공산주의 국가들의 지금은 어떠한가요? 엄밀한 의미에서 공산주의는 '주의', '이념'으로써 존재할 뿐 세상은 온통 자본주의 세상이 아니던가요?

중국이나 러시아를 '빨갱이 국가'라고 보기엔 이미 너무 많이 자본주의 자유시장체제 안으로 들어와 버렸다고 생각이 드는데 아닙니까? 혹시 교수님은 그들의 변화를 수단으로 보고 본질적 변화가 아니라고 말씀을 하실까요?

철벽 같은 북한마저도 이러한 시대의 흐름을 거부하지 못하고 조금씩 조금씩 세상 밖으로 나오려고 하지 않습니까? 혹시 그런 북한에 대해 호의적 태도를 견지하고 그들을 줄기차게 도와온 세력들에 대해 좌익이라고 말씀을 하시는 건가요? 뭐가 우익이고 뭐가 좌익인지, 이런 좌우익의 개념분류가 정녕 대한민국에 어떤 의미가 되는 것인지 전 정말 모르겠습니다. 좀 알려주십시오, 교수님.

둘째, 촛불집회에 대해 '참가자들에게 로맨틱하고 신비적인 감성적 분위기를 만들어 주는 반면, 예리하고 냉철한 판단력과 합리적이고 논리적인 계산능력을 마비시키는 일종의 최면상태를 조성'한다고 말씀을 하셨습니다.

교수님의 말씀대로라면, 최면상태를 조성해서 올바른 이성적 판단을 저해하는 촛불집회의 주최자들은 국민을 위험에 빠뜨리는 불순한 세력들이 되겠군요?

교수님의 말씀대로라면, 집회에 참석한 사람들은 모두 지금 최면상태에 빠진 반이성적 상태의 사람들입니다. 그렇겠죠?

그런데 말이죠. 전 이렇게 생각을 합니다.

대통령 탄핵에 대해 국민의 7할이 반대를 하고 있습니다. 쉽게 말해서 5천만의 7할이니까 3500만인데…. 이런 3500만 중에서 촛불집회를 주도하고 거기에 참가한 사람들은 불과 얼마 되지 않습니다. 허나 그 참가자들을 저는 7할 중에서 표본추출된 샘플이라고 표현을 해봅니다. 즉 탄핵을 반대하는 3500만 국민의 한 자락이고, 동일한 공동체라는 것이죠. 만약에 그 샘플들이 최면상태라면 3500만의 국민들도 똑같이 최면 상태라고 봐야 할 텐데 그게 말이 된다고 보십니까?

교수님 말씀대로라면, 현재 국민을 두 가지 집단으로 봐야 합니다. '좌익 정부'와 손잡고 국민을 최면 걸게 한 세력과 결탁한 집단이거나, 노무현 정부에 대한 탄핵이 잘못되었다고 보는 국민 모두가 좌익이거나…. 아닌가요?

'인민혁명을 꾀하는 반이성적 좌익 세력'. 그게 교수님이 보시는 현재 우리나라의 정부이고 그에 찬동하는 사람들은 최면에 빠진 국민들 혹은 좌익이다. 이렇게 요약을 해도 되는 것인지요.

부디 부족한 질문의 요지를 잘 파악해주셔서 명쾌한 답변주셨으면 감사하겠습니다. 더욱 바라옵기는 교수님의 논리가 저를 우매함에서 건져주는 계기가 되었음 하네요. 만약 그렇지 못하면 전 영원히 이런 우매함 속에서 벗어나지 못할 테니까요. 저와 같은 많은 국민들이 그렇게 살아갈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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