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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적 연정(연립정부)에 대한 무지와 오해로 이와 관련된 각종 논의가 진전되지 못하고 엉뚱하게 공회전하고 있다. 연정구상을 제시한 노 대통령이나 그 구상을 반박하는 비판자들 및 관련 정치 지도자들도 모두 이해가 부족한 왜곡된 주장을 펼치며 제대로 된 논의가 전개되지 않아 다시 한번 더 이해를 촉구하고자 한다.

먼저 노 대통령이 현재의 정치환경을 비정상적인 것으로 진단하며 개혁이 되지 않는 것은 여소야대의 구조로 인한 것이라는 주장은 필자도 전혀 동의하지 않는 것으로 사실관계에 어긋나 설득력 없는 주장이라 판단된다. 하지만 그러함에도 불구하고 현재의 여소야대 구조와 열린우리당 지지구조 붕괴사태의 해결책으로 민주적 연정을 제안한 자체를 거부하는 것은 과잉된 것으로 바람직스럽지 못하다고 생각한다.

대통령이 연정구상을 펼치며 전개한 몇 가지 주장이 설득력이 떨어지는 것은 분명하지만 현재 정치상황의 치료책으로 '연정'을 구상하게 된 것은 대단히 바람직한 것으로 탁월한 처방이라 할 수 있다.

분할정부론의 허와 실

대통령이 깊이 감명받았다고 보도되는 분할정부(divided government)론은 사실 미국에서 80년대에 나온 이야기로 새삼스럽지도 않고 그렇게 탁월한 분석도 못 된다. 한국과 미국의 정치지형이 근본적으로 다르기 때문에 미국정치의 분석을 한국 실정에 대입하여 분석해본 것은 어느 정도의 의미는 있겠지만 참고자료 이상의 의미를 갖기 힘들다. 따라서 대통령이 88년도 이후 발생한 한국정치의 불안정성의 이유를 여소야대 구조에서 찾는 것은 제한된 의미만 던져줄 뿐 큰 적실성이 없는 얘기다.

사실 한국정치를 불안정하게 하는 근본적인 이유는 여소야대가 아니라 냉전분단 구조로 인한 것으로 보는 것이 훨씬 정확하다고 할 수 있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많은 논쟁이 요하고 또 이 글의 주제가 아니기에 여소야대 구조가 아닌 다른 측면이 있다는 것만 지적하는 선에서 넘어간다.

분할정부는 미국정치의 본질적인 문제에서 발생하는 것으로 민주제도의 원조라고 할 수 있는 내각제에서는 발생하지 않는 문제이다. 즉, 민주정부라 하면 선거에 의해 국민 다수의 지지를 받는 하나의 채널을 갖는 대표성 있는 정부가 탄생하는 것을 말하는데, 미국식 대통령제에서는 사실상 2개의 대표부가 탄생하게 되어 있다. 입법부와 행정부가 별도의 다른 채널로 탄생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입법부가 민의를 진정으로 대변하는 것인지 아니면 대통령(행정부)이 진정한 민의의 대변인인지 근본적인 충돌문제가 발생하는 것이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미국정치에서는 두 수임기관간의 마찰이 발생할 경우 대통령에게 거부권(veto power)을 주어 일차적으로 양 부(행정부와 입법부) 간의 충돌을 해소하고, 그것이 여의치 않을 경우 입법부는 다시 3분의 2 이상의 동의로 행정부 수반인 대통령의 거부권을 억제(override)할 수 있게 만들었던 것이다.

하지만 이런 것은 내각제에서는 발생할 수 없는 문제이다. 민의가 오로지 의회 채널을 통해서만 표출되고 그 결과에 의거해서 내각이 조각되기에 민의가 일원적으로 형성되어 입법부와 행정부간 대표성과 관련된 충돌 자체가 없다. 내각에서 민의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고 생각될 경우, 입법부는 내각을 불신임하고 내각은 다시 의회를 해산한 후, 재선거를 통해 새로 형성된 민의에 의거한 정부가 다시 구성되는 순환구조로 해결되는 것이다.

미국은 한국의 정치지형과 판이하게 달라

미국은 엘리트 간 합의(consensus)에 의한 정치이기 때문에 분할정부가 되어도 그렇게 큰 소동은 없다. 단지 조금 더 불편한 정도의 정치적 현상인 것이다. 미국의 양 당 정치는 여야간 본질적인 차이가 존재하는 것이 아니고 단지 수단(means)에서 차이가 나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보수적인 공화당에서 걸프전을 시작하려 하면 진보적인 민주당에서는 이러한 전쟁 자체에 대해 반대하지는 않는다. 그럴 수가 없는 구조이다. 단지 전쟁의 시기나 방법 등에 있어서 (좀 더 외교적 노력을 경주한 후 전쟁을 하자는 식의) 약간의 차이가 있을 따름이다.(합의 내의 차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한국의 경우에는 정당 간 그러한 합의문화 구조가 없다. 총만 들지 않았을 뿐 사실상 상대를 죽이지 못해 안달하는 적대적인 대립구조인 것이다. 야당은 국가공동체에 대해 충성스런 반대(loyal opposition)를 하는 것이 아니라 국가분열 주장도 마다하지 않을 정도의 적대적 반대인 것이다. 야당의 논평은 가히 자객에 의한 암살에 비유될 수 있을 정도로 정부와 여당의 기능마비를 노리고 있는 적대적인 독설인 것이다.

이렇게 미국과 한국의 정치문화는 근본적 차이를 보여주기 때문에 미국의 분할정부론을 한국에 섣불리 접목하는 것은 위험한 오류에 빠지게 만들 수도 있다. 단지 참고용으로 살펴보면 되는 수준인 것이다.

따라서 문제가 되는 여소야대라던가 혹은 분할정부론 등도 이러한 맥락을 이해하면 전혀 새로울 것도 없고 그 적실성도 약화된다. 한국정치의 불안정성을 여소야대 구조에서 원인을 찾는 것은 부차적인 원인에 불과하지 주된 원인이 되지는 못하는 것이다. 최근의 윤 국방장관 해임안 부결 건에서 잘 볼 수 있는 바와 같이 여소야대 환경에서도 충분히 정부 여당이 원하는 방향으로 원만하게 진행이 되기도 하는 것이다.

노 대통령의 주장에는 이렇듯 사실관계에서 다소 다르거나 과잉된 주장이 있기도 하다. 또 그 동안의 개혁이 마치 여소야대 구조 때문에 이루어지지 않은 듯이 표현한 것은 크게 잘못된 주장이라 많은 비난을 받고 있기도 하다.

연정구상은 탁월한 선택

하지만 논리 전개상 다소간의 잘못이 있다고 해도 현재 정부여당이 처한 지지율 붕괴에 따른 어려운 상황을 민주적 연정을 통해 해결하려는 구상마저 잘못되었다고 매도할 수는 없다. 연정구상은 현 상황에서 택할 수 있는 가장 최선의 민주적 방책의 하나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은 그동안의 개혁실패와 그에 따른 누적된 국민적 불신으로 어떠한 좋은 논의, 어떠한 진실한 주장을 펼쳐도 국민은 외면하는 상황이 되어 이 시기에 왜 민주적 연정이 실시되어야 하는지에 대해 국민들을 설득시킬 수가 없다. 일부는 근거가 있고 또 일부는 근거 없는 무차별적 매도에 의해 대통령과 열린우리당은 정치적으로 신용불량자 신세에 처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치적 변화는 종종 집권층이 위기상황에서 내놓은 제안에 의해 많은 발전의 토대를 제공하기도 한다. 가령 80년대 후반의 6.29선언 사례에서 경험한 바와 같이 집권당에서 나온 선언에 의해 당시로는 이룰 수 없었던 직선제도 이루고 그 이후 계속된 외형적인 민주화의 과정도 밟을 수 있었던 것이다. 따라서 집권당의 위기상황에서 나온 주장이라고 해서 또 주장자의 선의에 의구심을 떨쳐버릴 수 없다는 단순 사고로 민주발전을 기할 수 있는 주장 모두를 무차별적으로 매도하고 배척하는 것은 정치발전에 도움이 되지 않는 좋지 못한 일이다.

대통령이 연정을 구상하는 숨은 동기에 대해서 외부인은 여러 가지로 추측해볼 수 있겠지만, 확인할 수 없는 그러한 동기 규명에 집착하기보다는 그 내용을 잘 살펴보는 것이 더 지혜로운 일이다. 제대로 검토해보면 민주적 연정은 그 자체로 한국의 민주화에 크게 기여를 하는 일이고 또 대통령과 집권당의 위기상황을 순리적으로 극복할 수 있는 좋은 선택이 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동안 우리는 이러한 민주적 제도에 대한 경험과 이해 부족으로 제대로 된 판단을 못 한 셈이었고, 민주화에 여전히 거부반응을 보이는 냉전 수구 세력들의 신경질적인 거부반응 형성으로 이해에 큰 혼란을 겪어온 것이다. 그 한 예로 민주적 연정이 실시되면 가장 큰 혜택을 보게 될 가능성이 높은 민노당에서조차 심한 반발을 보일 정도이니 일반인들의 거부정서는 상상도 못할 정도인 것이다.

연정은 민주주의를 완성하는 제도

현재의 한국 상황에서 연정이 모색되어야 하고 바람직하게 여겨지는 가장 큰 이유는 바로 민주주의의 완성이라는 점과 이를 통해 현 정국의 불안정 상황을 순리적으로 극복하게 되는 단초를 열 수 있다는 점이다.

연정의 주장자인 대통령은 여소야대 구조를 근거로 대고 있으나 이것은 일부 맞기도 하고 또 일부는 틀리기도 한 얘기이다. 보다 정확한 근거는 여소야대라는 국회 내 의석수 비율이 아니라 유권자의 지지기반 붕괴와 그에 따른 정국불안정이란 점이다(큰 의미의 여소야대 혹은 유권자층의 여소야대 구조에 따른 정국불안정이라 할 수 있다).

국회 내의 여소야대 구조는 형성 자체가 탄핵의 분위기에 따른 거품에 기반하고 있었고 또 그 이후 열린우리당의 급격한 지지율 붕괴가 있었기에 대표성을 인정받기 힘들어 단순히 국회 내 의석수를 재조정(realignment)하는 식의 연정으로는 지금의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따라서 연정을 주장하려면 보다 큰 그림에서 민주주의의 완성이라는 이론적 토대위에서 논의가 시작되어야 한다. 그래야 현실적으로도 국회 내의 여소야대를 회피하기 위한 정략적 발상이라는 매도를 피할 수 있기도 하다.

우리는 흔히 선거만 하면 민주주의를 하는 것이고, 선거는 늘 공정한 결과를 산출하는 것으로 단순하게 생각하기 쉽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이것은 선거가 불법부정에 의해 일그러진다는 말이 아니다. 합법적으로 어떠한 부정도 없이 치러진다고 해도 선거제도에 따라 천차만별의 다른 결과를 만들어낸다는 말이다. 가령 과거 78년도의 10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야당인 신민당이 집권 민주공화당보다 전국적으로 165,209표 더 많이 얻었지만 선거에서는 졌다. 하지만 당시 야당 지도자 김영삼은 의회의석수에서는 뒤졌지만 선거에서는 이겼다고 늘 주장하고 다녔던 것이다.

그러므로 선거에서 발생하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다양한 장치가 개발되었다. 크게 보면 비례대표제를 채택하여 이러한 모순구조를 해소하고 있는데, 선거에서 발생하는 모순구조를 해결하는 또 다른 하나의 제도가 바로 연립정부(연정) 구성인 것이다.

연정은 다수결(majoritarianism) 제도라는 민주적 원칙을 충족시켜 종다수선출(plurality winner) 방식에 따라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공동체 절대 다수가 아닌) 소수가 공동체를 대표하는 일을 근원적으로 방지한다. 민주적 제도 하에서는 소수가 다수를 이끄는 행위는 대표성에 문제가 발생되기에 용납되지 않는 것이다.

따라서 현재의 한국정치 상황을 보면 집권 열린우리당의 지지율 붕괴로 사실상 정부 여당이 대표성을 상실한 상황이다. 법적으로는 헌법과 관련 선거법에 따라 선거를 통해 당선되었기에 대통령이나 국회의원들 모두 보장된 임기 동안 정부기관을 이끄는데 아무런 문제가 없다.

하지만 정치적으로는 문제가 있는 것이다. 정부의 대표성에 심각한 문제가 발생한 것이다. 이런 측면이 있기에 일부에서는 이런 문제를 과다하게 증폭하여 대통령의 하야까지 주장하는 것이다. 대통령의 지도력에도 문제가 발생하고 관료 공무원들이 따르지 않는다는 말까지 나오는 것이다.

이런 시국이기에 어떻게든 이러한 대표성의 문제를 해결해야 정국도 안정되고 지도력도 회복하게 되는데, 제일 좋은 방법은 국회의원과 대통령 선거를 다시 하여 지금의 변화된 유권자 지지율에 따라 정부를 다시 구성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것은 사실상 대통령과 국회의원들이 스스로 사임하거나 헌법과 관련법을 바꾸지 않는 이상 불가능하다.

그렇다면, 현실적으로 가능한 다음의 최선의 방법은 바로 내각제하의 연립정부 구성방식인 것이다. 따라서 임기 중이기에 다시 선거를 하지는 않지만, 각 정당은 일정 규모의 유권자 지지를 받는다고 상정하고 그들 정당이 모여 다수결 원칙을 충족시키는 대표성 있는 정부를 구성하게 되는 것이다. 이것이 내각의 조각이란 모습으로 나타나는 것이다.

이것은 다수결원칙을 충족시켜 민주주의를 완성하는 길이고 또 정국안정을 기하는데 큰 도움을 준다. 분명 지금의 집권 열린우리당은 지지율이 붕괴하여 국민전체를 대변한다고 할 수 없는 것이다. 가옥으로 치면 기둥이 붕괴되어 지붕이 일부 내려앉은 형국인 것이다. 따라서 연정은 이웃 정당의 힘을 민주적으로 빌려 기둥을 다시 세우는 일과 같다. 그 대신 연정에 참여하는 파트너 정당은 공동 집주인이 되는 것이다. 회사로 치면 상당 비율의 주식을 배정받은 실세 이사의 모습인 것이다.

따라서 정부와 집권당은 자신들이 부족한 힘을 이웃하는 정당으로부터 도움 받아 정국안정을 기할 수 있어서 좋고, 이웃하는 정당은 실물정치에서 소외되지 않고 오히려 정국의 실질적 참여를 보장받기 때문에 좋은 제도인 것이다. 국가 공동체 차원에서는 다수결 원칙을 충족시키는 보다 광범위한 참여를 통해 지지기반의 안정을 꾀하면서 정국 전체의 안정을 기하게 되어 좋은 것이다.

연정은 과거의 권력야합과는 전혀 달라

연정에 대해 얘기하면 끊임없이 과거의 밀실야합과 비유하며 국민적 거부감을 형성하려는 근거없는 주장과 마주치게 된다. 한걸음 한걸음 나아가는 민주화에서 기득권 상실 가능성을 우려하는 냉전 기득권층의 태생적 거부감이 바로 그것이다.

연정은 권력 엘리트들 간 비밀거래가 아닌 1) 노출된 공식 행위이고, 2) 민주적인 제도화된 장치이며, 3) 권력분점의 결과와 책임이 전혀 다르게 나타나며, 4) 정당 간 다양한 민주적 동학이 발생하여 정치에 순기능을 나타내기 때문에 과거의 권력 밀실야합과는 전혀 다르다. 그런데도 단순 사고로 매도하며 국민들을 현혹하는 것이다.

연정에 의해 탄생되는 연정장관이나 총리는 권력자가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정당에서 결정하게 된다. 이것만 해도 권력야합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과거 밀실야합의 경우는 장관이 임명자인 대통령의 눈치를 보게 되지만, 민주적 권력분점의 경우는 임명권자가 사실상 정당 지도부이기 때문에 대통령이나 총리가 아니고 정당의 눈치를 보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각 정당은 연정장관을 통해 책임있는 정치를 구현하게 되며 과거 밀실야합과 같은 왜곡된 정치를 할 필요도 없으며 할 수도 없게 되어 있다. 그러므로 연정을 논의하며 밀실야합과 집권당의 2중대 3중대 소리를 하는 것은 전혀 근거없는 왜곡인 것이다.

민주적인 연정하에서는 정당의 위상이 크게 강화된다. 각 정당이 장관과 국무총리를 배출시키고 장관의 보장받은 자율성으로 인해 부문별로 소신있는 책임정치가 구현되기 때문이다. 과거의 밀실야합과 비교도 되지 않는 것이다. 이런 민주적 장치를 잘 활용하면 국민의 신뢰를 얻을 잠재력이 있는 군소정당은 현재의 집권 열린우리당의 지리멸렬한 상태를 감안하면 가히 다음 선거에서 집권당을 바라볼 수 있게까지도 해주는 좋은 민주적 장치인 것이다. 과거 히틀러가 초창기 작은 세력에서 비교적 단기간에 집권까지 할 수 있었던 것을 상기해보면 이러한 장치가 군소정당의 성장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 짐작해볼 수 있다.

또한 연립정부 구조하에서 자생력 없는 정당은 자연스럽게 도퇴될 가능성이 높아 그동안 한국의 왜곡된 정치지형하에서 발생한 거품을 기반으로 한 정당은 생존의 위기에 봉착할 수도 있다. 상대 정당에 대한 거부감 형성만으로도 충분히 거대정당을 유지할 수 있던 왜곡된 상황도 서서히 종료하게 되며, 국민이 받아들일 수 있는 정책을 스스로 생산해내지 못하는 정당은 신뢰와 지지도의 붕괴를 경험하며 사라질 가능성이 높다.

다이나믹한 정당간 연립의 역학관계

연정이 현실화되면 지금의 사실상 4당 체제 내에서 다양한 상호작용이 발생한다. 이것은 과거의 답답한 양 당 정치에서는 결코 볼 수 없었던 역동적 모습이 된다. 이로 인해 좀 더 민의에 접근하는 정치가 가능해지는데, 지금 노 대통령측에서 소연정과 대연정 등의 다양한 가능성을 흘리는 것이 그러한 한 징조라 할 수 있다.

연정이 현실화되면 국민의 신뢰를 받는 정책을 생산하는 일 못지않게 이러한 역동적 상호작용에 잘 적응하느냐 여부에 따라 정당의 존속 성장 발전에 큰 변화를 맞게 된다. 정당의 실질적인 기반이 취약한 한국의 경우에서는 이러한 역동적 환경에서는 급성장과 급격한 몰락조차도 가능해진다. 정당의 거품이 용납되지 않기 때문이다. 어떤 형식으로든 자생력이 없는 정당은 시간의 문제이지 도태하게 되는 것이다.

예컨대 지금 상황에서도 소연정 구도로 가느냐 혹은 대연정 구도로 가느냐에 따라 정당의 성장과 쇠태 혹은 소멸에 결정적 영향을 받게 되는데, 소연정으로 가면 민주-민노당의 성장은 명확한 반면에 소외되는 한나라당의 당세는 위축될 개연성이 높다. 반대로 대연정으로 가게 되면 민주-민노당의 위축은 불을 보듯 명확해지는 것이다.

한나라당과의 연정가능성으로 분노를 표시하는 개혁인들이 있지만 이것은 소연정을 할 경우 민주-민노당에서 제기할 높은 지분요구를 사전에 봉쇄하기 위한 협상력 재고용이라고 보는 것이 옳을 것이다.

따라서 연정은 이러한 민주발전의 측면에서 고려되어야 하며 단순히 국회내의 여소야대란 구조 때문에 해야 되는 일은 아니다. 사실 지금의 여소야대 구조는 연정이란 민주적 제도를 이용하지 않고서도 충분히 해결이 되기 때문이다. 정책적 공조를 통해 충분히 해소될 수 있으며 야당에 의한 위협도 과장되었을 뿐 사실상 그렇게 위협적이지도 않다.

그러므로 연정의 취지로 제시한 여소야대의 구조타파는 하나의 부수적인 논거에 불과하다. 보다 큰 이유는 바로 이러한 역동적인 정당간 상호작용과 그에 따른 민주화 및 정치발전인 것이다. 과거 상대를 헐뜯는데서 정당의 존재의의가 있다시피 했던 구태는 구조적으로 해소 되는 것이다.

정치적 장님 혹은 자폐아 수준의 민노당 지도부

지금은 정당 지도부에서조차 민주정치와 연정에 대한 이해가 되지 않아 그 가치를 모르고 거부감을 표시하고 있는데 특히 가장 혜택을 받을 개연성이 높은 민노당 지도부의 인식은 가히 정치적 장님이나 자폐아 수준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이다. 가장 진보적이라고 하는 정당의 지도부에서 자폐아 같은 반응을 보이고 있으니 한국 정치의 발전이나 진보가 있을 수 없는 것이다.

민주당의 경우는 현재의 열린우리당 위기사태를 보며 합당이나 연정보다는 분당해나갔던 사람들이 원대복귀해야 된다는 주장으로 과거의 감정과 명분 때문에 연정을 거부하고 있어 일정 부분 이해의 소지가 있지만, 민노당의 경우는 그렇지 않다. 전혀 전후사정을 고려하지 않고 과거의 고답적인 인습적 사고에 갖혀 제대로 된 인식을 못하고 반대하고 있는 것이다.

민노당 지도부에서 그래도 지적으로 깨어있다고 할 수 있는 노회찬 의원조차도 연정의 명분으로 보안법 폐지 등을 요구하고 있는 수준이니 참으로 이해가 부족한 셈이다. 연정의 조건을 마치 합당의 조건과 같은 것을 내걸고 있으니 합당과 연정의 차이를 이해 못하고 있는 것이다. 연정은 민주적 권력분점이기 때문에 이런 것을 제대로 이해한다면 차라리 자당의 권력분점의 크기를 조건으로 내세워야 함에도 불구하고 이런 주장은 하지 않고, 의회내에서 정치력으로 해결해야 할 (연정과 전혀 관련이 없는) 정치명분상의 조건을 내걸고 있으니 인식이 참으로 부족한 것이다.

지금은 유권자 지지층의 급격한 변화가 발생하여 유권자 지지층의 비율과 국회의 의석비율이 일치하지 않은 상황이다. 따라서 연정의 권력분점에는 협상의 소지가 대단히 크다. 하기에 따라서는 군소정당에서도 연정장관이 최소 1~2명에서 최대 5~6명정도까지 배출될 수 있는 상황이다.

열린우리당이 의석수로는 거대 여당이지만, 지지자의 급격한 붕괴를 경험한 지금의 상황에서는 그러한 지분을 모두 인정받기 어렵다. 따라서 이러한 점을 잘 활용하여 협상하면 민주-민노 양 당은 적어도 전체 내각임명권의 1/2까지 요구할 수 있는 상황이다. 이 몫을 각 당으로 나누면 전체 장관직의 1/4을 요구할 수도 있는 것이다. 가히 민노-민주-열린우리당 사이의 천하 3분지계(三分之計)가 가능한 상황인 것이다.

특히 현재는 내각불신임권이 없는 상황에서 연정이 되기에 민주-민노당은 연정에 참여할 경우 다음 총선까지 몇 차례에 걸쳐 다수의 장관을 탄생시킬 수도 있어 자신들 정당의 성장에 큰 기여를 할 수 있다.

그런 상황인데도 불구하고 정확한 정세분석을 하지 못하고 과거의 잘못된 3당합당의 추억과 단편적인 편견에 매몰되어 자신들에게 합법적으로 다가온 좋은 기회를 놓치고 동시에 한국 정치발전의 기회도 함께 묻어버리고 있는 것이다. 민노당에서 그렇게 주장하던 판갈이의 기회가 자신들의 노력과 상관없이 도래했음에도 불구하고 무지로 인해 판갈이 기회를 스스로 거부하고 있는 것이다.

먹었나 먹지 않았나 보려면 애 배를 보면 안다는 속담이 있다. 연정논의가 촉발되며 가장 신경질적인 거부반응을 보이는 곳이 바로 한나라당과 보수 언론이다. 이것 하나만 보더라도 연정이란 제도는 한국정치의 진보와 발전을 위하는 것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민주-민노 양 당의 성장과 한국정치의 발전을 위해, 그리고 위기에 빠진 집권 여당의 지도력 회복을 위해서 민주적 연정은 꼭 필요한 것이다.

다시 한번 관련 이해 당사자들의 적극적 이해와 조치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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