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3일 어둠이 채 가시지 않은 새벽 부산. 바닷바람을 가르며 어김없이 거리를 청소하는 이가 있었다. 환경미화원으로 살고 있는 김병옥(42)씨다.
처음 환경미화원이 된 것은 11년 전, 김씨 나이 31세였다. "얼마나 창피하던지 마스크를 하고 누가 볼까 가슴 졸이며 일했다"고 말하는 김씨는 "그때는 먹고살려고 다녔지만 지금은 직업에 자부심이 있다"며 웃었다.
@BRI@김씨는 "5년 전 도로청소 중 아이가 떼를 쓰자 아이 엄마가 '너 말 안 들으면 저 아저씨처럼 청소나 해야 돼!'라고 말한 것이 환경미화원을 하는 동안 가장 슬펐다"고 말했다. 김씨는 "아직 환경미화원을 무시하는 분들이 있는 것 같다"고 아쉬워하고 "요즘엔 환경미화원 취업경쟁률이 20대 1에 육박하고 대졸자도 지원하니 환경미화원을 3D직종으로 보지 말아 달라"고 말했다.
새벽 4시에 일어나 하루 7시간 근무하는 김씨는 세 아이의 아빠이자 방송통신고등학교 학생이다. "쉬는 시간 틈틈이 인터넷으로 수업을 듣고 일과 후에는 고물 수집을 한다"는 김씨는 "고물 수집으로 번 돈을 대부분 불우이웃돕기성금에 쓰며, 나머지는 아이들 과자값을 한다"고 말했다.
김씨는 4년 전부터 환경미화원을 위한 홈페이지 '환경미화원 김병옥 홈'을 운영하고 있다. "환경미화원을 위한 좋은 정보가 담긴 쉼터가 되었으면 한다"는 김씨의 홈페이지에는 각 시군청의 환경미화원 공채소식과 환경미화원쉼터 등 환경미화원을 위한 유용한 정보가 있다.
"남들에게 길을 안내해줄 때, 잃어버린 분실물을 주워 돌려줄 때 뿌듯하고 행복하다"는 김씨는 "지나가는 사람들이 건네는, '수고하십니다'라는 인사 한 마디가 최고의 피로회복제"라고 한다. 마음까지 얼어붙을 것 같은 새벽거리에서 수북하게 떨어진 낙엽을 치우는 김씨의 뒷모습이 아름다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