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자 제작 콘텐츠(UCC)는 꿈을 향해 도전하는 계단이다."
피아노 연주 UCC 동영상의 주인공 신지호(20)씨의 첫인상은 아름다운 피아노의 선율처럼 부드럽고 감성적이었다.
@BRI@지난달 25일 신씨를 서울에서 만났다. 예술가의 인상을 펄펄 풍기며 다가온 신씨의 모습에선 20살의 열정보다는 예술가의 당당함이 묻어나는 듯했다.
누리꾼들의 호응을 얻고 있는 신씨의 동영상에는 피아노를 연주하는 손만 나온다. 다른 UCC 영상들과 달리, 화려한 볼거리는 찾아볼 수 없다. "피아노 치는 모습이나 얼굴보다 제 손으로 음악을 표현할 수 있다는 걸 강조하고 싶었다"고 말하는 신씨에게서 음악을 향한 애정과 열정을 느낄 수 있었다.
신씨의 UCC 입성 계기는 단순했다. 신씨는 지난 11월, 누리꾼들이 좋아할 거라며 주변에서 올려보라고 권유한 것에 힘입어 '미디어다음 TV팟'에 시험 삼아 동영상을 올렸다. 이 중 '꽃날'이라는 곡이 누리꾼의 사랑을 얻자 신씨는 다른 노래들도 편곡해서 올리기 시작했다.
KBS 드라마 <황진이>를 보며 오리지널 사운드 트랙(OST)에 실린 '꽃날'과 '엉퀴바람'을 들은 신씨는 이를 피아노로 연주한 동영상을 제작했다. 악보가 없었지만, 노래를 귀로 듣고 이를 피아노로 연주한 것.
이렇게 연주한 곡들이 누리꾼 사이에서 인기를 얻으면서 신씨의 홈페이지 방문자가 하루 2천명에 다다랐다. 신씨는 이 두 곡 외에도 '고향의 봄'과 영화 <왕의 남자> OST에 실린 '반허공'을 피아노로 연주한 영상을 올렸고 최근엔 크리스마스 캐롤 연주곡도 올렸다. "작곡이 전공인 제게 좋은 경험이 될 것 같아 한번 해보고 싶다는 생각에 올렸는데, 잘한 것 같아요."
악보는 필요 없다... 들은 대로 연주할뿐
고등학교 때부터 피아노 위에 카메라를 올려놓고 피아노 치는 모습을 촬영하는 것을 즐겼다는 신씨는 "편집 기술은 혼자 기본적인 것들만 터득했다"고 말했다. 음악성을 강조하는 신씨에 영상을 화려하게 만들어주는 편집 기술은 필요 없어 보였다.
인기를 실감하느냐고 묻자 신씨는 방긋 웃으며 "사람들이 이렇게나 많은 관심을 보여주고 좋아해준다는 것을 미리 알았다면 예전부터 많이 올려볼 걸 하는 생각이 든다"고 쑥스럽게 대답했다.
신씨는 동영상을 올리고 나서 "작품을 올릴 때마다 반응이 어떨지 궁금하다"고 말하고 "댓글이 추가될 때마다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글을 읽는다"고 밝혔다. 이어 "솔직히 제 작품을 사랑해주신다는 분이 남기는 댓글들이 많아서 행복하다"고 답하며 수줍어하면서도 행복이 가득한 표정으로 웃어보였다.
현재 미국 인디아나주립대 음대생인 신씨(작곡전공 2학년)는 어려서부터 피아노에 남다른 재능을 보였다고 한다. 4살 때부터 피아노를 연주했고, 귀로 들은 음악을 피아노로 편곡하며 피아노에 대한 특기를 보였다. 신씨는 "텔레비전에서 나오는 음악을 귀로 듣고 피아노로 치면서 피아노를 배우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신씨가 인터넷에 올린 UCC 동영상은 많은 누리꾼을 감동시켰다. '멋있어요', '정말 좋은 곡입니다', '악보 좀 보내주세요'라는 댓글이 신씨의 홈페이지를 가득 메웠다.
그러나 인기가 늘면서 신씨의 재능을 시기하는 악성 댓글도 늘었다. 이에 대해 신씨는 "악성 댓글을 보면 화도 나지만 그래도 내게 관심을 보이며 부족한 점을 지적해준다고 여기고, 부족한 점이나 고쳐야 할 점들을 생각한다"고 말하며 스스로 다독였다.
신씨는 "꿈을 위해 직접 자신을 홍보할 수 있고, 자신의 장점과 재능을 다른 사람들과 공유하면서 배우는 점도 많고 자신을 발전시킬 수 있다"며 UCC에 한껏 취해있었다.
신씨는 UCC가 꿈을 향해 한 발짝씩 다가갈 수 있는 훌륭한 계기이자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기교를 강조하는 동영상들을 제치고, 손만 나오는 신씨의 영상이 누리꾼의 주목을 받을 수 있던 것은 신씨의 음악에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힘이 있기 때문이다. 음악을 사랑하며 그것으로 자신을 표현할 줄 아는 신씨야말로 진정한 아티스트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짧은 만남이었지만 신씨의 음악세계가 손만 나오는 동영상보다 훨씬 더 넓고 깊으며, 악성 댓글에도 굴하지 않으며 묵묵히 자신의 꿈을 연주하고 있음을 느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