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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추리가 고요하다. '폭풍전야의 고요함'은 아니다. 가장된 고요함이다.
대추리에선 지난 9월 13일부터 빈집 철거가 시작됐다. 강제철거에 반대하며 대추리에 계속 거주하던 92가구 가운데 49가구가 10월 20일까지 추가이주신청에 합의했다. '특수공무집행방해치상' 혐의로 구속된 김지태 팽성대책위원회 위원장(대추리 이장)은 11월 3일 1심 재판에서 징역 2년을 선고받았다.
또한 출입도 자유롭지 못하다. 필자는 지난 10월말 개인 차량으로 대추리를 찾았으나 출입이 통제돼 대추리에 들어갈 수 없었다. 마을버스를 이용해 다시 들어가려 했지만 그 또한 저지당했다. "죄송하지만 들어가실 수 없습니다, 취재진도 허락되지 않습니다"라는 대답만 들어야 했다.
대추리 입구인 원정 삼거리에선 불심검문이 이뤄지고 있다. 최근엔 취재진 출입도 자유롭지 않다.
필자는 불심검문의 합법성을 따지기 이전에 취재권을 거부당한 언론들의 태도가 너무 안일한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불심검문의 적법성 등에 대한 보도도 단편적이라고 생각한다. 취재를 위한 접근권이 제한되었을 때 '그냥 체념하고 말지 뭐'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BRI@지난 10월 한 달 동안 <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 등 3대 일간지에서 대추리 문제를 '직접적으로' 다룬 기사는 찾아보기 어려웠다. 필자가 검색한 결과, 이 기간 동안 대추리 문제를 '직접' 다룬 기사는 세 신문 모두 한 자리 수에 그쳤다.
미군기지 확장 및 이전 반대 운동을 위해 지난 3월 경기도 군포에서 팽성읍 대추리로 주소를 이전하고 평택지킴이로 활동하고 있는 이송범(36)씨는 10월말 필자와 만났을 때 "언론이 시위대나 정부의 물리적 마찰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우리는 우리 목소리를 계속해서 내고 있고 해야 할 말을 미룬 적도 없지만, 언론이 무관심하다"고 말했다. 필자는 이런 언론의 무관심이 대추리에 '된서리'가 되어 내리고 있다고 생각한다.
대추리에서 평택지킴이로 활동해온 홍석준(평택기계공고 2학년)씨는 10월말 만났을 때 "남아 있는 친구들도 이젠 없어요, 실제로는 더 많은 사람들이 이주에 합의했을 거예요, 공부도 안 되고 고민돼요, 앞으로도 계속 '내집'에서 살고 싶어요"라고 힘없이 이야기했다.
언론은 대추리 문제와 관련해 정부 정책과 실제 거주자들의 의견 사이에서 타협안을 모색하고 양쪽의 주장을 정확하게 드러내야 한다. 2003년부터 시작된 이 기나긴 투쟁을 언론은 외면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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