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 "어떤 자전거가 마음에 들어?". 자신들이 탈 자전거를 고르는 모습
ⓒ 정푸름
초등학교 6학년 굴렁쇠어린이 기자단이 오늘 5월 9일 경주로 자전거 여행을 갔습니다. 우리들은 먼저 자전거들을 빌리고 길을 나섰습니다.

길마다 눈 같은 것들이 날리고 있었습니다. 처음엔 불이라도 났나 싶었는데 선생님 설명에 의하면 버드나무 꽃가루라 하셨습니다. 예쁘기도 했지만 자꾸 옷에 붙고 머리에 붙고 해서 약간 거슬렸습니다.

▲ 진사들이 모여서 학문을 토론한 사마소
ⓒ 정푸름
먼저 본 것은 옛날, 진사들이 모여서 학문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학문에 대해 토론을 했다는 사마소와 옛 김유신 장군의 집터라고 예상되는 곳이었습니다. 저는 왠지 몰라도 사마소에서 학문에 대해 토론만 했을까 하고 생각이 되었습니다.

대릉원 안내판 바꿔주세요

▲ 자전거 타고 대릉원으로 향하는 모습.
ⓒ 정푸름
▲ 한문으로 적은 대릉원 안내판. 아이들은 읽을 수 없다.
ⓒ 정푸름
▲ 대릉원 내부를 구경하는 모습들.
ⓒ 정푸름
그 두 가지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또 자전거를 타고 열심히 달려가서 도착한 곳은 대릉원 이였습니다. 대릉원에 들어가기 전 맨 먼저 눈에 띄는 것은 표지판(안내판)이였는데 건물 이름들이 한자로 적혀있어서 선생님 외에 완벽히 읽을 수 있는 아이는 없었습니다. 이렇게 해놓으면 어떻게 어린아이들이 읽겠습니까?

대릉원에 어른들만 오는 것도 아닌데 이렇게 한자로 적어 놓은 것에 대해 매우 불만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물론 표지판이 오래 되서 그런 것일 수도 있지만 그러면 왜 표지판을 새로 만들지 않았나에 대해 불만이 생기게 됩니다. 대릉원 측에 건의 할 것이 하나 있다면 표지판을 어느 연령대도 쉽게 읽을 수 있도록 한글 안내판으로 다시 만들어 달라는 점입니다.

건물 안엔 배롱나무와 버드나무 등이 있었습니다. 버드나무는 척 보기에도 저보다 훨씬 어른 같았습니다. 그런데 주위를 둘러보니 버드나무 이외에는 다 키가 조그마한 나무들 뿐 이였습니다.

선생님이 말씀하시길 궁 같은 곳에는 키가 작은 나무만 심는 이유가 옛날 문과 건물 같은 것들은 모두 나무로 지었는데, 키가 큰 나무가 그늘을 만들어서 습기가 차면 곰팡이가 슬고 눅눅해 지는데, 나무로 만든 건축물들에 곰팡이가 슬고 눅눅해지면 건축물들이 훼손되기 때문에 궁 안에는 키가 작은 나무만 심는다고 했습니다.

대릉원 대나무 숲 속

▲ 대릉원 내부의 대나무 숲. 매우 빽빽하게 대나무들이 서 있었다.
ⓒ 정푸름
그리고 대릉원 안의 대나무 숲 속에도 들어가 봤습니다. 대나무 숲은 시원하다 못해 추울 정도였습니다. 눈을 감고 소리를 들어보니 나뭇잎이 부딪히고 대나무들이 서로 부딪히는 소리가 물소리 같기도 해서 소리가 참 좋았습니다. 대나무들이 부딪히는 소리는 정말 마음을 편안하게 만들었습니다. 저는 이전에 댓바람 소리를 들어본 적이 없어서 댓바람 소리가 어떤지 몰랐었습니다. 하지만 지금, 댓바람 소리는 정말 마음을 편안하게 만드는 것 같습니다.

대나무 숲의 대나무는 모든 뿌리가 이어져 있어서 일생에 한번 꽃을 피우고 잠시 후 그 숲 모두가 전멸해 버린다고 합니다. 언젠가는 이 대나무 숲도 다 사라질 거라 생각하니 왠지 아쉬웠습니다. 그리고 사람들이 말하길 대나무 꽃은 재앙을 불러 온다고 합니다. 그런데 대나무 꽃이 재앙을 불러온다는 이유가 6.25 전 남쪽의 모든 대나무가 꽃을 피웠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이걸 보고 대나무 꽃이 재앙을 불러온다고 하는 건 좀 이상하다고 봅니다. 6.25전 남쪽의 대나무들이 모두 꽃을 피운 건 온전히 대나무들이 이 재앙을 먼저 알아차렸기 때문일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사람들은 왜 대나무가 꽃을 피웠기 때문에 6.25전쟁이 일어났다고 생각하는 것일까요. 그냥 대나무들은 재앙이 일어나기 전 사람들에게 알린 것일 수도 있지 않습니까. 대나무 꽃이 재앙을 불러온다는 이야기는 약간 억지인 듯 합니다.

오릉

▲ 신라오릉
ⓒ 정푸름
그리고 대나무 숲에서 좀더 옆으로 가니 오릉이 있었는데, 제대로 보지 못하고 멀리서만 봤습니다. 이 무덤에 대한 이야기 중 박혁거세가 죽은 후 7일 만에 몸이 다섯 개로 되어 땅에 떨어졌는데 이를 신하들이 합장하려하자 큰 이무기가 나와 방해했기에 그대로 다섯 군데에다 매장하였다는 이야기가 삼국유사에 기록되어 있었습니다.

삼국유사에서는 오릉 모두 박혁거세의 무덤이라고 기록되어 있지만, 사실 박혁거세와 알영부인, 제2대 남해왕, 제3대 유리왕, 제5대 파사왕 등 5명의 분묘라고 전해집니다. 우리들은 대릉원을 빠져나와 자전거를 타고 다음 목적지인 분황사로 갔습니다. 대릉원은 안내판을 한문으로 적어 놓은 것만 빼면 정말 멋진 곳 이었습니다.

▲ 반월성
ⓒ 정푸름
▲ 분황사 모전석탑
ⓒ 정푸름
분황사로 가는 길, 우리들은 생긴 게 반달 모양이라서 이름이 '반월'성인 반월성도 보고 전인용사지 발굴 현장도 보았습니다. 발굴 현장은 처음 보는지라 신기했었습니다. 그런데 사람들이 이 곳을 인용사 터라 생각하는 이유가 공사 도중 토기조각이 하나 나왔고, 여기는 옛날에 인용사라는 절이 있었던 곳이라고 예상해서 몇 년 동안 발굴 작업을 하고 있다고 합니다.

가는 길은 엄청나게 추웠습니다. 그래도 추운 걸 견뎌내고 분황사에 도착했습니다. 그곳에서 모전석탑을 보았는데 이름이 '모전석탑'인 이유가, 그 석탑을 쌓은 돌이 벽돌을 흉내 낸 돌이라서 모전석탑이라 불립니다. 정말 멋지게 생긴 탑이었는데 여기저기 훼손이 되어 있었습니다. 아마 전쟁 때문에 훼손이 된 것 같습니다. 전쟁은 우리에게서 많은 것을 앗아간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비 때문에 못한 '달빛 기행'

또다시 바람을 가로질러 자전거 빌리는 곳에 돌아왔습니다.

우리들은 경주의 어느 한 초등학교 운동장에서 꿀맛 같은 도시락을 먹고, 달빛기행을 하기위해 안압지로 가려고 했는데 도시락을 다 먹는 순간 비가 오기 시작하였습니다. 우선 우리들은 선생님 차에 타고 몸을 녹였습니다. 선생님께서는 우선 비옷을 사서라도 '달빛 기행'을 하려고 하셨는데 점점 더 비가 쏟아지고 바람이 불어서 기대했던 '달빛 기행'은 하지 못하고 집으로 돌아가게 되었습니다.

'달빛 기행'이란 야간에 달빛을 보며 여기저기를 둘러보는 것입니다. 아주 멋있는 여행 아닐까요?

비록 기대했던 '달빛기행'을 하지 못했지만 경주 여기저기를 자전거타고 여행하는 것은 정말 재미있었습니다. 인도가 없는 부분에서는 도로 옆에 바짝 붙어서 한 줄로 타고 갔는데 조금 위험하긴 했지만 스릴이 있고 재밌었습니다.

언제 또 이런 경험을 해볼까요. 저번 주왕산 때보다 더 재밌는 여행 이였습니다. 이번 여행이 저번 여행보다 더 재밌다 보니 다음 여행이 더 기대됩니다. 빨리 한 달이 지나갔으면 좋겠습니다.

덧붙이는 글 | 정푸름 기자는 초등학교 6학년 학생입니다.


태그:#정푸름, #굴렁쇠어린이기자단, #경주, #오릉, #오릉원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