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굴렁쇠 어린이 기자단은 한달에 한번씩 인솔 선생님과 함께 여기저기 답사를 다니며 기행문을 씁니다. 저는 얼마 전에 대구 굴렁쇠 6학년 기자단에 가입했습니다. 이 기자단은 남자 6명, 여자 4명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대구 굴렁쇠 기자단은 지난 4월 11일 수요일에 아침부터 학교 수업을 빼먹고 구경래 인솔 선생님과 함께 청송 주왕산으로 답사를 가게 되었습니다. 주왕산은 대구에서 시외버스로 약 3시간 정도 걸리는 거리에 있습니다.

▲ 아파트 키를 훌쩍 넘는 거대한 바위
ⓒ 정푸름
주왕산은 옛날 중국 사람인 주왕이 반란에 실패한 후 도망쳐 와서 머물렀던 곳이라서 주왕산이라고 합니다. 주왕산에는 832년 낭공대사가 창건하여 주왕의 이름을 따서 지은 주왕암, 신라문무왕 12년(672)에 주왕의 아들 대전도군에서 이름이 유래된 대전사, 경북유형문화재 202호인 대전사 보광전, 주왕의 딸 백련이 머물렀다는 백련암, 영화 촬영지로 유명한 주산지 등이 있습니다.

청송에 도착한 뒤, 크고 시원하게 생긴 주왕산이 바로 눈앞에 들어오자 앞으로 경험하게 될 것들이 기대되었습니다. 양옆으로 가게가 쫙 있는 길을 따라 올라가고 또 올라가니 주왕산으로 들어가는 입구가 보였습니다.

우리들의 첫번째 목표는 바로 제 1폭포였습니다. 1폭포로 가는 길. 길 옆에는 물이 흐르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 물이 어찌나 맑은지 가히 국립공원이라 할 만했습니다. 길을 따라 올라가고 있으면 양옆으로 웅장하고 커다란 시원시원하게 생긴 바위들이 서있는데 참 아름다운 풍경이었습니다.

▲ 마음씨 좋은 할아버지처럼 보이는 시루봉
ⓒ 정푸름
제 1폭포로 올라가는 길에서 시루봉을 보았습니다. 생김새가 떡을 찌는 시루와 닮아서 시루봉이라 불리는데 그 바위의 밑바닥에서 불을 때면 연기가 시루봉 전체를 감싸면서 봉우리 위로 치솟는다고 합니다. 옛날 어느 겨울철, 도사가 시루봉 위에서 도를 닦고 있는데 마음씨 착한 선비가 그 밑에서 불을 지펴주었다는 전설이 있습니다. 저는 이 말을 듣고 시루봉 밑에서 불을 때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 제1폭포
ⓒ 정푸름
시루봉을 보고 다시 길을 나섰습니다. 잠시 후 제 1폭포에 도착하였습니다. 물이 얼마나 맑은지 물 안이 하나도 빠짐없이 다 보이고 쓰레기 하나 보이지 않았습니다. 폭포는 그렇게 크지는 않은데 콸콸콸콸 정말 잘 흘렀습니다.

제1폭포를 지나 제 2폭포를 오르면서 주왕산의 경관을 한결 돋보이게 하는 기암인 학소대라는 바위를 보았는데 이 바위에는 슬픈 사연이 얽혀 있습니다. 정상 지점에 청학, 백학 한 쌍이 살고 있었는데 어느날 포수가 백학을 쏘아 잡아 버린 후, 날마다 슬피 울면서 부근을 배회하던 청학마저 자취를 감추어 버리고 지금은 옛 보금자리만 남아 있다고 전해져 옵니다.

▲ 제2폭포
ⓒ 정푸름
제 2폭포는 역시 기대했던 것만큼 멋있었습니다. 그리고 제 2폭포 주변에는 유난히 많은 돌탑들이 쌓여 있었습니다. 저도 돌탑 위에 돌을 하나 얹고 소원을 빌었습니다. 흐르는 물을 물통에 받아서 마셨는데 시원하고 맛있었습니다.

▲ 제3폭포
ⓒ 정푸름
그리고 제 3폭포로 갔는데 제 3폭포는 세 폭포 중 제일 멋졌습니다. 시원하게 흐르는 폭포와 맑고 세 폭포 중 제일 깨끗한 물! 여기까지 오며 폭포 3개를 보고 다양한 모양의 바위들을 봤더니 평소에 학교에서 지루한 공부를 할 때 쌓였던 것이 다 날아가는 듯했습니다.

다음 목표는 오지에 있는, 전기도 들어오지 않는 내원마을이었습니다. 마을 입구에 도착했는데, 춘기라면서 안으로 들어가지 못하도록 아저씨들께서 딱 지키고 계셨습니다. 아저씨들만 안 계시면 몰래 살짝 들어가려고 했는데 들어갈 수가 없었습니다.

▲ 17층짜리 돌탑
ⓒ 정푸름
우리들은 아쉬운 마음으로 마을로 들어가는 길 옆 강가에 다음에 다시 오게 될 때까지 이 돌탑이 남아 있길 빌며 17층짜리 돌탑을 쌓았습니다. 내원마을에 들어가지 못한 것은 아쉬웠지만 다같이 돌탑을 쌓고 나니 어느새 기분이 좋아져 있었습니다. 그리고는 또다시 길을 나섰습니다.

다음 목표는 주왕굴이었습니다.

▲ 송진 채취로 인한 소나무의 상처(빗살무늬)
ⓒ 정푸름
길을 따라 내려가는데 한 푯말이 눈에 띄었습니다. 그것은 송진 채취 때문에 상처 입은 소나무들에 관한 이야기였습니다. 송진이 건강에 좋다는 말을 듣고 사람들이 송진을 채취해 가려고 나무에 칼자국, 도끼자국, 빗살무늬를 내어 놓았습니다.

요즘은 소나무를 죽이는 소나무 제선충들을 없앤다고 다들 힘쓰는데 진정 제선충들 보다 먼저 사람들이 소나무에게 돌이킬 수 없는 상처를 내어 소나무를 죽어가게 하다니, 이건 뭔가 아니라고 생각했습니다. 저는 직접 제 눈으로 소나무들의 상처를 보았습니다. 방법만 있다면 당장 상처를 없애주고 싶을 만큼 보기 안쓰러웠습니다.

▲ 바위에 붙어서 자라고 있는 진달래들
ⓒ 정푸름
다시 마음을 가라앉히고 열심히 걷고 걷다 보니 병풍바위가 나왔습니다. 병풍바위는 바위 모양이 마치 병풍을 세운 듯하여 병풍바위라 부릅니다. 주욱 펼쳐져 있는 병풍 같은 병풍바위를 높은 곳에서 보니 더 아름답다는 걸 느꼈습니다. 전 평소에 고소 공포증이 있는 편이었는데 산의 높은 곳에 올라와서 밑을 바라보니 빌딩, 아파트에서 아래를 바라볼 때 느꼈던 무서움보다는 통쾌하고 상쾌했습니다.

주왕굴에 도착하였는데 마침 주왕굴이 공사 중이라서 또 허탕을 쳤습니다. 들어가 볼 수가 없었던 것이었습니다. 평소에 이런 일이 있었다면 엄청 화를 냈겠지만 이번에는 자연 속이라서 마음이 편했는지 좀 아쉽기만 했습니다.

▲ 달기 약수로 만든 닭백숙
ⓒ 정푸름
산에서 내려온 뒤 청송에 그 유명하다는 달기약수, 아니 달기약수로 끓인 닭백숙을 먹으러 갔습니다. 선생님께서 한턱 쏘셨는데 몸에 좋은 달기약수로 만들어서 그런지 엄청나게 맛있었습니다(하지만 달기약수를 그냥 먹었을 때는 떫은 철 맛이 나서 애들이 싫어했었어요~). 밥을 다 먹고 달기약수를 각자 병에 담아갔습니다.

비록 발도 아프고 온몸이 쑤시지만 도시에선 전혀 느낄 수 없었던, 좋은 느낌을 받았습니다. 도시속의 지루한 일상 속에서 받았던 스트레스들이 다 날아가는 듯했습니다.

다음달 5월에는 경주로 자전거여행을 갑니다. 자전거를 타고 여기저기 돌아다니려면 자전거를 잘 타야 할 텐데 자전거 연습을 많이 해둬야겠습니다. 정말 멋진 경험을 한 하루였고 다음 달도 멋진 여행이 될 것 같습니다. 다음 답사가 기대가 됩니다. 5월아! 빨리 와라~

덧붙이는 글 | 굴렁쇠 어린이 기자단 홈페이지 주소
http://www.hikid.net/board.phpboard=question&command=skin_insert&exe=main_iboar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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