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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로 봄이다. 언제 갈까 싶던 겨울은 이제 저만치 달아나버렸고 한낮에는 20도 안팎까지 기온이 올라가는 등 따스한 봄기운이 완연하다. 모든 것이 싱그럽고 따뜻하면서 또한 활기찬 가운데 여기 바쁘게 새 삶을 만들어내는 이가 또 하나 있다. ‘깍깍’ 하고 우는 울음소리에서 그 이름을 따 왔다는 까치. 어울리지 않는 곳에 집을 짓고 연실 ‘깍깍’ 하며 바삐 움직이는 까치를 어느 따뜻한 3월의 봄날 만나게 되었다.

 

 까치
까치 ⓒ 난추니김동현
까치는 날개가 짧고 둥글게 생겨서 먼 거리를 날 수 없기 때문에 도시의 정원이나 농촌의 평지에서 생활한다. 내가 살고 있는 이곳은 도심이긴 하나 전원주택단지라 나무도, 공원도 많은데 그래서인지 이곳에서는 쉽게 까치를 볼 수 있다.
 
까치는 그날도 ‘깍깍’ 울어대고 있었다. 까치가 울면 반가운 소식이 온다는 말이 있는데, 사실 까치는 자기 주변에 대한 냄새를 잘 맡기 때문에 마을의 사람 냄새까지 익숙해진 까치가 낯선 냄새를 맡을 때 ‘깍깍’ 하고 우는 것이라 한다.
 
따뜻한 봄날의 노곤함에 쳐져있던 그때 까치가 ‘깍깍’ 하고 울었다. 생각 없이 창밖을 두리번거리며 울음의 주인을 찾던 중, 새 집을 짓고 집 주변을 왔다 갔다 하는 까치 한 마리를 발견했다. 둥지가 이미 완성돼 있는걸 보니 꽤 여러 날 작업을 했을 텐데 이제야 발견한 것을 타박이라도 하듯 까치는 몇 번 더 ‘깍깍’ 울더니 둥지 위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골프장 위에 집을 지은 까치
골프장 위에 집을 지은 까치 ⓒ 송은정
 
까치는, 백과사전에 보면, ‘마을 근처 큰 나무 위에 마른가지를 모아 지름 약 1m의 공 모양으로 둥지를 짓는다’고 나온다. 때때로 전신주나 송전선을 터로 잡는다고도 나오는데 이제 한군데를 더 추가해야 할 듯싶다. 창밖에서 ‘깍깍’ 하고 울던 까치의 집은 이웃집 옥상에 있는 개인용 골프연습장 꼭대기에 있었다.
 

전신주나 송전선에 지어진 까치집은 아직 본 적이 없지만, 만약 보게 된다면 골프연습장 기둥에 지어진 까치집을 본 이때의 마음과 비슷할 것이라 짐작된다. 까치가 우리와 늘 친숙하게 지내는 길조이니 우리 생활 한 부분에 제 보금자리를 마련한 것 또한 그리 이상한 일은 아닐 텐데 그래도 마음 어딘가가 무거워지는 건 왜일까.

 

 둥지를 지키고 앉아 있는 까치
둥지를 지키고 앉아 있는 까치 ⓒ 송은정
얼마 전에 인터넷에서 철골조형작품에 지어진 까치집 사진을 올려놓고 ‘잘 어울린다’는 코멘트를 달은 기사를 보았다. 잘 어울린다니. 아무리 세상이 여유로워져 예술과 감상이 무시 못할 문화생활의 일부가 됐기로서니, 까치둥지는 백과사전에 나온 대로 큰 나무 위에 자리 잡고 있을 때 비로소 ‘잘 어울린다’고 말할 수 있지 않을까.
 
다시금 인간의 풍요로운 삶은 자연을 조금씩 갉아먹으며 만들어지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둥지 틀 곳이 없어 전신주에서, 송전선에서, 골프 연습장 기둥에서 둥지를 트는 까치들이 새삼 측은해 먹이라도 던져주고 싶다. 도시의 까치들은 집을 지을 나뭇가지도 없어서 공사판의 갖가지 재료로 제 집을 짓는다던데, 그나마 창밖에서 ‘깍깍’ 울던 까치의 집은 전선줄이나 철사가 아닌 나뭇가지로 만들어져 있으니 얼마나 다행인가.
 
시도 때도 없이 울어 가끔은 짜증났던 까치의 ‘깍깍’ 울음소리가 오늘따라 정겹다. 바삐 움직이는 그 까치의 모습에 나도 기지개를 켜본다. 깍깍. 까치가 또 운다. 오늘은 정말 반가운 소식이 오려나.

#까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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