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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자요금 니가 내는 거 아니잖아."

 

어머니에게서 온 문자 내용이다. 문자를 받았을 땐 심장이 내려앉는 줄 알았다. 요즘 핸드폰을 많이 사용했기 때문에 지레 겁을 먹은 것이다.

 

"왜요? 요금 많이 나왔어요?"

 

답장을 보내고 기다리는 사이의 시간이 정말 길게 느껴졌다. 평소 전화요금이 세상에서 제일 아깝다고 누누이 말씀하셨기에 더더욱 가슴을 졸였다. 그러나 정작 어머니의 문자는 전혀 다른 내용이었다.

 

"맹꽁아! 친구들한테만 보내지 말라고."

 

상상도 못한 문자 내용이었다. 핸드폰 요금 이야기를 하지 않으셔서 안도의 한숨이 나왔다. 그리고 어머니의 센스에 웃음이 흘러나왔다.

 

"아~ 앞으로 자주 보낼께요^^;;"

 

당황한 나는 짤막하게 답장을 보냈다. 평소 애교가 없는 편인지라 속마음과 다르게 문자를 보냈다.

 

일주일에 한 번 정도 부모님께 전화를 드리고 그간 있었던 일을 이야기한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 문자는 뭐란 말인가. 평소에 얼마나 자주 연락드리고 어떤 이야기를 하였는지 곰곰이 생각해보았다. 대부분 안부 묻기를 빙자한 용돈 받기였다. 무작정 용돈을 달라고 할 정도로 양심이 없는 것은 아니었기에 안부 인사를 먼저 한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어머니께서 물으신다. "용돈있니?" 전화 내용은 대부분 이런 식이었다. 난 부모님과 전화를 자주하고 있다는 착각에 빠져 지내고 있었던 것이다.

 

내가 힘들고 지쳤을 때 도움을 청하고 투정을 부리던 것이 전부였다. 안부를 묻기보다 내 생활의 어려움을 털어놓는 것이 먼저였다. 항상 내 이야기를 들어주시고 힘을 북돋아 주시던 부모님. 문자를 받고 새삼 느끼게 되었다. 부모님의 무한한 사랑을 받을 줄만 알았지 갚아드릴 줄은 몰랐다. 항상 커다랗고 눈에 보이는 것만을 해드려야 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부모님께서는 평소에 자식의 짧은 문자 하나를 기다리셨던 것이다.

 

효도를 너무 어렵게 생각할 것이 아니다. 단돈 20원짜리 문자 한통도 큰 효도 중 하나라는 것을 알게되었다.


#문자요금#부모님#사랑#효도#문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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