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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에 진학하게 되면 집과 대학이 멀리 떨어지기도 한다. 이 경우 기숙사에 들어가지 못한 학생들은 자취를 하거나 하숙을 한다. 하숙생들의 생활은 어떨까? 대전 한남대학교에 다니는 다섯 남자들의 하숙 이야기를 들어 봤다.

 하숙집 현관입니다
 하숙집 현관입니다
ⓒ 한상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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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숙하게 된 이유: '학교가 머니 별 수 있나요"

H군은 서울에서 온 학생이다. 처음엔 하숙을 선택하기가 두려웠다. 자신이 살던 서울과 학교가 멀어 부모님과 형제들과 헤어져 살아야 한다고 생각하니 많이 두렵기도 하고 힘들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H군은 생각을 바꿨다.

"혼자 학교 생활을 하기 힘들 것 같고 다른 지역에서 온 아이들과 같이 빨리 친해질 수 있고, 또 하숙을 하면 밥 걱정을 없앨 수 있다. 무엇보다 하숙에 대한 '로망' 때문에 재미있을 것 같아서 하숙을 하게 됐다."

P군은 충남 보령에서 온 학생으로 "밥을 스스로 해먹기 귀찮고 자취하면 심심할 것 같기도 해서" 하숙을 하게 됐다. K군과 B군은 전북 무주 출신으로 "같은 지역이라 같이 지내고 싶어서 하숙을 하게 됐다"고 한다.

L군은 포항 출신으로 현재 2학년에 재학 중이다. 1학년 때는 자취를 하다가 하숙을 하게 된 L군. "자취를 하게 되면 돈이 많이 들고 밥을 해 먹는 게 힘들다. 그래서 하숙을 선택했는데 잘 선택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하숙생들의 하루: "아침 시간 붐비지 않아요"

 화장실과 거실입니다
 화장실과 거실입니다
ⓒ 한상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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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숙생에 대해 흔히 하는 오해 중 하나가 바로 등교 시간 때 복잡할 거라는 것. 하지만 수업 시간이 달라서 그다지 복잡하지는 않다고.

1교시 수업이 있는 학생들은 아침 7시 50분경 부스스한 얼굴로 일어나 샤워 또는 세안을 하고 하숙집 아주머니에게 밥을 먹으러 간다. 밥을 먹고 여전히 잠이 덜 깬 채 학교에 가서 수업을 듣는다. 점심 때가 되고 사먹기도 하고 하숙집으로 다시 와서 점심을 먹기도 한다.

학교 수업이 끝나면 아이들은 하나 둘씩 하숙집으로 온다. 그날 학교에서 있었던 이야기를 나누거나 각자 과제를 하기도 한다. 주말이면 같은 하숙생들끼리 함께 술을 마시러 가거나 외식을 하기도 한다. 한밤 중에는 돈을 모아서 야식을 먹기도 한다.

하숙의 매력: "가족 사이에 사생활이 무슨 소용?"

하숙의 장점은 무엇보다 하숙하는 친구들과 빨리 친해지는 것이다. 서로의 사생활이 없어진다는 생각을 할 수도 있지만 오히려 그게 단점이 아닌 장점이 된다고.

K군은 "다른 사람의 신체적인 특징 또는 단점을 한순간에 파악해 버리기 때문에 서로에 대해 이해심이 높아지게 된다. 서로에 대한 우정이 굉장히 두터워지고 하나의 가족과 같이 되어 버린다"고 말했다. 서로가 서로를 잘 알기에 남을 속일 수 없다는 것도 특징이다.

또 다른 장점은 자취나 기숙보다 돈이 적게 든다는 것이다. 방값만 내면 밥과 다른 모든 것은 무료로 제공되니 기숙이나 자취처럼 돈이 그리 많이 들지도 않는다는 것이 하숙의 장점이다.

L군은 "자취를 할 때보다 하숙이 돈을 더 많이 쓴다고 생각했는데 지내고 보니 하숙이 돈이 훨씬 적게 나간다"고 말했다. H군도 "하숙이 더 적게 든다는 게 놀랐다"고 덧붙였다. 또 P군은 "하숙집 아주머니도 굉장히 친절하시고 우리를 친아들 대하듯 대해 주셔서 부담이 없고 오히려 감사하다"고 말했다.

개인 인터뷰: "그린 필드지만 하숙밥 맛있어요" 

 K군과 B군의 방입니다.
 K군과 B군의 방입니다.
ⓒ 한상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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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숙하면서 고향집이 많이 그립지는 않은지?
(H군) "하숙을 하는데 처음에는 고향 친구들도 그립고 부모님이나 동생도 보고 싶어서 힘들었어요. 하지만 한달에 2번 정도 집에 올라가고 여기 하숙 '패밀리'들이 너무 좋아서 행복해요. 이제는 집에 가는 것이 귀찮아요."

- 하숙하면서 불편한 점은?
(K군) "아이들이 제 모든 사생활을 알아버린다는 거죠. 처음에는 그러는 게 싫고 짜증도 났어요. 하지만 아이들이 제 사생활을 아니까 가끔 도움도 주고 힘들 때 도와주니까 고맙기도 해요. 이제는 아무렇지도 않아요."

- 하숙집 밥은 맛있는지?
(P군) "아이들은 고기는 없고 풀만 있는 '그린 필드'라 생각할지도 모르겠지만 하숙 밥은 굉장히 맛있어요. 목요일은 고기를 주로 먹는 날이고 다른 요일에도 가끔 아주머니께서 삼겹살 파티나 파스타 같은 맛있는 음식을 해주시죠. 학교 친구들이 점심이나 저녁을 먹자고 하면 하숙집 가서 밥 먹어야 된다고 하면서 하숙집에 와서 밥을 먹어요. 맛있어요."

 p군의 방입니다
 p군의 방입니다
ⓒ 한상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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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년에도 하숙을 하고 싶나요?
(B군) "네! 하숙을 할 거예요. 지금 하숙하는 것도 너무 재미있어요. 내년에도 하숙을 하게 된다면 좋겠어요. 꼭 하고 싶어요."

- 하숙을 다른 아이들에게도 추천하고 싶은지?
(L군) "네, 추천하고 싶어요. 하숙은 대학 생활의 새로운 매력이거든요. 하숙은 인생에서 대학생 때만 할 수 있는 좋은 경험이잖아요. 후배나 친구들에게 꼭 추천하고 싶어요. 군대 갔다 와서도 할 수 있을지는 잘 모르겠지만 나중에도 꼭 하고 싶어요."

- 하숙을 하면서 느낀 점은?
(H군) "가장 좋은 건 돈독한 우정이에요. 친구들이 가족 같아요. 어느 한 명이 늦게 들어오거나 외박을 하게 되면 걱정이 되고 아플 때도 걱정이 돼요. 누군가 한 명이 없다면 엄청 허전하기도 해요. 아이들이 모두 하나의 가족 같다는 것을 많이 느낄 때가 많아요."

이들은 3달 전까지만 해도 서로를 알지 못하는 남남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서로를 누구보다 더 잘 이해하고 좋아하는 하나의 가족이다.


#하숙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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