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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적 이상한 플러스틱 통에서 보던 긴 머리의 여인이 양귀비였다. 내가 기억하기로는 어머니의 염색약인 듯하다. 또 하나의 기억은 마약이다. 옛날 옛적 시골마을에서 할머니가 고추밭에 몰래 심어서 숨겨 두었다가 건너마을 종배네 사과밭에서 설익은 사과 하나 따먹고 방바닥에 뒹굴고 있으면 거친 손으로 까만 깍지를 벗겨 새하얀 가루를 검붉은 놋숟가락에 물을 붓고 새끼 손가락으로 휘휘 젖어 마시게 하던...
▲양귀비동산부천상동 호수공원 ⓒ 손진현
이런 세월 이후 금지 작물로 지정되어 우리의 일상에서 사라진 꽃이었다. 몇 년 전부터 10월경에 파주 출판단지 뒷편 동산에서 양귀비 꽃 축제가 열리고 있다. 위의 기억들이 아직도 생생하여 두 번째 해인가 사진찍으러 가서 물어 보았다. 진짜 양귀비꽃 맞냐고? 여기 심은 양귀비는 관상용으로 재배를 하는 개양귀비 꽃이란다. 나도 태어나서는 처음으로 보는 양귀비 꽃이 너무 이뻤다.
▲양귀비곷멋진 색감의 조화 ⓒ 손진현
▲양귀비곷파주 출판단지 ⓒ 손진현
여인의 치맛자락 같이 하늘하늘하고 부드러운 꽃잎이 오랜 시간 눈을 머물게 만든다. 당대 최고의 미녀인 양귀비의 미모가 어렴풋이 생각나면서 입가에 알지 못할 미소가 흘렀다. 정말 양귀비가 이 꽃만큼 예뻤을까? 하얀 안개꽃과 어울어진 붉은색 양귀비꽃이 더 화사하다.
▲양귀비파주 출판단지 ⓒ 손진현
최근에는 부천 상동 호수공원에도 9월말에서 10월초에 보리와 함께 엄청난 양귀비를 심는다. 내년에는 양귀비 꽃 구경 한번 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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