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대] "표적수사한 이명박 정부 원망스럽다"
고려대학교에 노 전 대통령의 영정사진과 향로 등을 갖춘 간이 분향소가 설치됐다.
26일 찾은, 서울 성북구 종암동 고려대 학생회관 입구 안쪽에 설치된 분향소는 비교적 한산했다. 지나가던 학생들이 잠시 묵념을 하고 가거나 방명록에 글을 간단히 적고 가는 정도였다.
방명록에는 '한 사람의 남편이자 아버지이자 친구였을 한사람이 선택한 죽음을 애도합니다' , '가장 인간적인 대통령, 걱정 없이 편히 가시길', '민주주의는 저희가 지킵니다' 등의 글귀가 적혀 있었다.
또 학교 곳곳에 노 전 대통령을 추모하는 대자보나 플래카드, 생전 사진 등이 붙어있었다. 특히 학생회관 입구에 붙은, '더 이상 죽이지 마라! 이명박에 맞선 제2의 촛불항쟁 대학생이 만듭니다'라는 글귀가 적혀 있는 대형 플래카드가 눈에 띄었다. 학생들은 캠퍼스 안에 붙어있는 노 전 대통령의 사진 앞에 잠시 서서 묵념을 하기도 했다.
이 학교 학생 신아무개(25)씨는 "노 전 대통령을 표적 수사한 이명박 정부가 너무 원망스럽다"며 "대통령 출신 학교인 고려대학교 학생으로서 부끄럽고 죄송하다"고 말했다.
앞서 고려대학교 총학생회는 25일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를 애도하며'라는 글을 총학생회 홈페이지에 올렸다.
"23일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소식에 국민 모두가 놀라고 충격에 빠졌습니다. 참담한 심정을 느끼며 가슴 깊은 애도의 뜻을 표합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다양한 평가를 뒤로 하더라도, 전직 대통령의 서거 소식은 우리에게 큰 안타까움과 참담함을 안겨줍니다." 또 이들은 이 글에서 노 전 대통령의 서거를 '이명박 정부의 정치보복을 위한 표적수사의 결과'로 규정하고 현 정부를 강하게 비판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죽음은 이명박 정부의 정치보복을 위한 표적수사의 결과로 이루어진 정치적 타살입니다. 처음부터 철저히 '노무현 죽이기'에 초점을 맞춘 정치검찰의 표적수사는 전 대통령의 죽음이라는 끔찍한 결과를 낳았습니다. 국민의 기본권을 짓밟고 민주주의를 훼손하고 자신의 반대쪽에 서있는 사람과 세력은 모두 가차 없이 제거하는 이명박 정부의 독주를 막아야 합니다." [국민대] 축제 미루고 학생회관 로비에 분향소 설치
국민대학교는 원래 이번 주가 축제 기간이다. 그러나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이후 총학생회에서 고심을 거듭하여 중앙운영위원회를 개최, 축제 연기를 결정했다. 이미 축제를 위해 많은 준비를 하고 있는 상태인 데다 다음 주가 기말고사 기간이라 일정을 바꾸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하지만 총학생회장 김동환(27)씨는 "축제 취소는 엄청난 압박이었지만 상식을 뛰어넘는 엄청난 일이 터져 많은 이들이 이번 결정에 공감했다"고 이번 상황을 설명했다.
국민대 총학생회는 25일 학생회관 로비에 분향소를 설치했다. 분향소를 설치한 지 이틀이 되는 현재, 많은 학생들이 분향소를 찾아 고인이 된 노 전 대통령을 애도하고 있다. 규모는 크지 않지만 총학생회와 사회과학대학 학생회가 조화를 준비했으며 학생들이 담배와 향을 올리고 있다. 뒤쪽 벽에는 고인을 추모하는 쪽지가 붙어있다.
"당신을 좋아하지도 싫어하지도 않았지만 한 남자로서 멋진 인생을 살았다고 생각했습니다. 부디 좋은 곳으로 가시길 바랍니다.""당신을 기억하겠습니다. 사랑합니다."학생들도 대부분 축제 연기에 찬성하며 노 전 대통령의 서거를 매우 안타까워했다.
나노전자물리학과에 재학중인 이필석(26)씨는 "고인은 민주주의 대통령이었으며 3권 분립을 위해 노력한 분이었다"고 고인을 추억했다. 또 영어영문학과를 다니는 백아무개(23)씨는 "이번 일을 두고 친구들과 이야기를 하는데 명백한 타살이라고 말한다"며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국민대 분향소는 국민장 기간 동안 계속 운영될 예정이며, 앞으로도 많은 학생들이 분향소를 찾을 것으로 보인다. 또 대다수의 학생들이 금요일의 영결식에 참여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중앙대] 학생회관 1층 로비에 분향소 마련중앙대학교도 학생회관 1층 로비에 분향소를 마련해 학생들의 조문을 받고 있다.
[광운대] 분향소 두 군데 마련하고 추모 촛불문화제 열어
서울의 동쪽, 노원구 월계동에 자리 잡고 있는 광운대학교에도 노무현 전 대통령을 추모하는 분향소가 마련됐다.
노 전 대통령이 서거한 지 나흘째 되는 26일 현재 광운대학교에서는 노 전 대통령의 마지막 가는 길을 추모하는 분위기가 이어지고 있다. 단과대 학생회 모임인 '대학교육 운동본부'는 한울관과 비마관 앞에 임시 분향소를 설치했다. 지난 25일 밤 노천극장에서는 '노무현 전 대통령 추모 촛불문화제'가 열리기도 했다.
한울관 앞 임시 분향소에는 학생들이 가져다 놓은 불붙인 담배와 소주 등이 놓여 있었다.
임시 분향소에서 만난 이수정(산업심리학과 2학년)씨는 "역대 대통령 중에 제일 민주주적이고 소신 있는 분이었다"며 "다른 사람 같으면 뻔뻔할 수도 있었는데, 이렇게 가셔서 매우 안타깝다"고 말했다.
[동덕여대·이화여대] 축제, 9월로 미루고 클럽 파티 보류해동덕여대는 25일부터 26일까지 예정돼있던 축제를 9월로 미루기로 했다고 밝혔다.
동덕여대 학생처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로 인하여 전 국민이 애도하고 있고, 국민장이 진행되고 있어서 긴급회의를 통해 9월 달로 연기했다"고 밝혔다.
이화여대 학생 커뮤니티 '이화이언'도 29일 열기로 한 '클럽파티'를 보류했다. '이화이언' 운영진은 24일 홈페이지 공지를 통해 "23일 아침 갑작스러운 비보가 알려졌고 전국이 비탄에 잠겼다"며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로 인하여 전 국민이 애도하고 있는 이때 파티를 진행하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고 판단, 이번 파티를 보류하기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