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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어머니들은 딸들에게는 어머니 같은 사람은 되지 말아라 하고 가르치고, 아들에게는 어머니 같은 여자를 얻어라 하고 가르쳤다고, 우리 세대는 그런 딸들과 그런 아들들이 만나 끝없이 갈등하는 세대다."

공지영씨의 소설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에는 이런 구절이 나온다. 아무리 예전보다 여성들의 지위가 향상됐다 하더라도 아직까지 분명 차별이란 이름으로 여성들의 권리를 가로막는 유리벽이 존재한다.

인하대학교내 동아리 '달이랑'은 여성학우들이 갖는 유리벽이 무엇인지 함께 고민하고 이야기를 나누는 공간이다. 여신을 상징하는 달. 달의 여성적인 이미지에 착안해 이름을 지은 이 동아리는 시작한 지 5년째지만 아직 학내에 많이 알려지지 않았다.

사업으로 여학생을 위한 휴게실을 운영하고 지난 10월 축제를 열었지만 아직 학생들의 관심은 겨울바람처럼 차갑다. 아직 '여성주의'라는 이름이 가지는 사람들 속의 편견 때문은 아닐까? 동아리에서 활동하고 있는 윤혜진씨를 지난 23일 만나 이야기를 나눠보았다. 

 인하대 학생회관 4층 달이랑의 동아리방에서 인터뷰 중인 윤혜진 학생(오른쪽)
인하대 학생회관 4층 달이랑의 동아리방에서 인터뷰 중인 윤혜진 학생(오른쪽) ⓒ 노영란

- 먼저 자기소개를 한다면?
"사회교육과 06학번 윤혜진. 2006년도부터 달이랑 활동을 했는데 문학 부분에 관심이 많으며 미술 쪽으로도 흥미가 있다. 1학년때는 다양한 활동을 했는데, 뮤지컬 동아리, 스펙에 관심이 많아 영어회화 동아리, 역사에는 관심이 없었지만 사람이 많아서 들어간 역사소모임. 하지만 결국 2학기때 선배 소개로 '달이랑'이란 동아리에 들어오게 되었다."

- 달이랑 동아리를 소개하자면?
"여성주의 리더십 동아리. 2006년에 처음 만들어졌고 인하대 학내에 있는 여대생을 대상으로 여성주의에 대한 성평등적인 문화를 조성하기 위한 동아리다. 동아리랑 학생회 성평등국 산하라서 학생회 성격을 동시에 가지고 있다. 공동체 모임을 주로 하고 대중사업으로는 여학우 대상으로 하는 복지사업과 성평등문화를 조성하기 위한 여우페스티벌, 성평등 실태 조사를 시행하고 있다."

- 동아리가 생기게 된 계기가 있나?
"학내 성폭력 문제는 있었으나, 2005년 3학년에 재학 중인 한 여학생이 성폭력과 관련한 사건으로 창문에서 뛰어내려 사망한 사건이 발생했다. 그 때 이 문제를 가지고 문제의식을 느낀 학내 선배들이 이런 학내 문제를 고민할 수 있는 동아리를 만들어보자고 해서 만들게 되었다."

- 본인이 여성학이나 여성인권에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는?
"단순히 대학교에 들어와 관심을 가지게 된 건 아니었다. 어릴 때부터 비판적이었던 것 같다. 티브이에 날씬한 여성을 강조하는 사회시선, 개인적으로도 활발해서 뛰어다니고 목소리도 커서 말괄량이라는 말을 들었었는데 나에게 이득이 되지 않는 사회라는 생각이 들었던 것 같다. 예를 들어 중학생 때 반장후보로 올랐는데 여자라는 이유로 담임 선생님이 부반장을 시킨 일이 있었다. 그 사건 또한 계기였던 것같다.

또 나는 여성인권이라고 하면 거북스럽던데, 여성인권만 가지고 가는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여성을 피해자라고 말하는 건 안 좋아하고 우리나라 사회의 가부장제 역사상 약자인 여성의 목소리에 관심이 가게 되었다. 여성의 시선이 사회적 약자를 잘 돌볼 수 있다고 생각한다. 장애인, 동성애자, 외국인 모두를 아우를 수 있을 것이다. 포인트가 되는 것은 성이다. 성을 통해 차별받는 사람들에 대해 생각해 보고 싶었다."

- 인하대 내에서 '여성주의' 동아리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이유는?
"남성 중심적이라고 생각되는 학내 분위기. 그것에 대한 불편함을 겪는 분위기가 폭력적이라든가 술을 강요하는 또는 스킨십에 예민하지 않은 남자 선배들. 여학우들이 즐길 수 없는 체육대회, 종종 일어나는 성폭력 사건 이야기. 이런 문제들을 공유하고 함께할 동아리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 처음 대학 내 여성주의를 알렸을 때?
"일반적으로 페미니즘하면 가지는 남학우들의 적대감. 개인적으로 '페미니스트'라고 하면 똑똑함, 실천적이고 어려운 페미니스트인 줄 알았는데 그들 시선엔 드세고 오만한 여자. 딱 그런 시선으로 보는 것 같다."

- 역차별이라고 느끼는 남학우들이 있을 거라고도 생각이 드는데.
"여성주의 사업에 대해 크게 오해하고 있는 것은 '성평등'이라는 말이 여성을 높이는 동시에 남성을 끌어내린다는 느낌. 즉, 뺏긴다는 느낌 때문인 것 같다. 객관적으로 같은 출발선이 아닌 상태에서 2배 가까운 남학생의 숫자는 목소리를 내기에 더 유리한 것 같다."

-'달이랑' 사업 중 가장 좋았던 것?
"2008년 2월 여대생 리더십 캠프를 준비했던 일. 스무명 정도 남짓이 학내에서 준비했다.
인생 곡선을 준비했는데 다들 진지하게 이야기하고 듣는 등 분위기가 좋았다. 우는 친구들도 있었는데 그게 잊히지 않았다. 처음 만난 사람들인데 그 중 몇 명이 동아리에 들어오게 되었다."

- 어려웠던 일은 없나?
"동아리랑 대중사업을 동시에 해야 돼서 종종 과부화되곤 한다. 48시간이 하루였음 좋겠다."

 자신의 활동에 대해 당당하고 솔직하게 말해 준 윤혜진 학생.
자신의 활동에 대해 당당하고 솔직하게 말해 준 윤혜진 학생. ⓒ 노영란

- 동아리에서 여성주의에 대한 이론적 접근은 어떻게 이루어지나?
"어려운 학문이다. 여성학이 인간학이라고 하는 선배의 말이 맞는다고 생각한다. 약자의 시선으로 출발하는 학문이기도 하고 모든 학문을 여성의 시점으로 하는 학문이기도 하다. 폭도 넓고 내용도 깊다. 어려운 것도 사실이나 일반 대학생들이 관심을 가지기에는 접근이 어려워, 여성주의 도서들을 읽고 있다. 후배들과 모임을 할 때는 책을 읽고 토론하거나 영화를 보고 감상을 나누는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중심매체는 책이다."

- 현재 학내나 아니면 사회 내에 가장 문제가 되고 있는 여성 관련 문제가 있나?
"학내에 가장 큰 문제는 본질적이진 않은 기본이 안 되어 있다는 것 같다. 예를 들어 성폭력 사건이 일어나면 말할 공간이 없다. 해결해 달라고 의견을 제시할 공간이 없다. 또한 학내에 전담하고 있는 상근자도 없다. 근본적으로 그런 사람들을 보호해줄 울타리가 없다는 생각이 든다."

- 사람들이 페미니즘에 거부감을 느끼는 것 중 하나가 아주 사소한 것을 걸고 넘어진다는 것 같다. 예를 들어, "남여"라는 단어를 "양성"으로 말해야 한다는 것 같은 것. 이에 대한 생각은?
"사소하다고 말하는 그 과정이 굉장히 정치적이다. 개인적인 것이 정치적인 것이다라는 말이 있다. 가족내 성폭력 등 사실을 알고 보니 정치적으로 기득권에 의해 구성되어진 것이라 생각된다. 우리가 아무렇지 않게 남녀라고 하는 것도, 남자를 굳이 여자 앞에 두고 부르는 것도 사회적 인식이 자리잡혀 있는 것 같다. 여선생은 있는데 남선생은 없고 여의사는 있는데 남의사는 없다. 의사의 기본형은 남자고 거기에 여의사는 특별한 케이스가 된 것이라 생각된다. 단어에 묻어나는 것. 이걸 해결하기 위해 문제제기를 하는 것이 중요한 것 같다."

- 대학 내에서 여성주의가 위기라고 생각이 들지 않는가?
"언제나 소수이기 때문에 항상 어려움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여성주의의 목표는 여성주의가 없어지는 것이다."

- 여성주의 동아리를 하면서 하고 싶었던 것?
"4년째지만 못하고 있는 것이 있다. 인하대학교 내에 딱딱한 것 같은 분위기를 깨고 싶었다. 기발한 이야기. 다들 알고 있는데 숨기고 있지만 공감할 수 있는 얘기를 이끌어 내고 싶다. 성폭력이나 섹스 이야기. 이슈를 만들고 싶다. 점점 소극적이어진다. 그래서 앞으로도 여학우를 위한 공간을 더 늘려가는 방향을 고민하고 준비중이다."

- 마지막으로 학우들에게 하고 싶은 말?
"여성주의라는 단어가 가지고 있는 의미가 학우들한테 어떻게 다가갈지 모르겠지만 여성주의는 인간학이다. 여성주의는 여성만을 위한 운동도 아니고 학문도 아니다. 성평등은 성에 구애받지 않고 사람들이 그 개인차에 따라 개성에 따라 인정받고 필요에 따라 인정받는 것이다. 성평등에 수혜자는 우리 모두다. 남학우들도 정도의 차이지 성별로 인해서 억압받는 부분이 있을텐데 같이 또 다른 시선으로 바라보자가 여성주의다. 여성주의가 대안이라고 생각한다. 함께 하고 싶다. 그런 자리를 마련하는 것이 우리 동아리의 역할이다. 한 번 더 뒤돌아서 볼 수 있는 시선을 주고 싶다."

여성은 더 이상 보호받아야 할 존재가 아니라고 말하는 윤혜진 학생. 학내 여학우들을 하나의 주체로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좋아하는 롤모델로는 정치인 심상정씨를 꼽았다. 실천적이며 자기가 원하는 것을 말할 수 있는 것이 부럽다고 했다. '좋아하는 것이 아니라 옳은 것을 하며 살자'는 그녀의 좌우명처럼, 그리고 달이랑이 '함께 하자'는 뜻을 담고 있는 것처럼 여성들과 함께하는 대학 내 또 다른 대안 문화를 만들 수 있는 동아리가 바로 달이랑이다.


#여성주의#동아리#달이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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