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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부 홈페이지의 이만의 환경부 장관 '열린 장관실'을 패러디한 '이만의 환경파괴부 장관실' 웹사이트와 이만의 장관을 '정리하고자 하는 모임'인 '이정모' 온오프라인 캠페인이 생겨 화제다. 웹사이트 주소는 "그를 기억하라"라는 뜻의 http://www.rememberhim.net

 

이 캠페인을 최초로 발의한 사람은 서울환경운동연합의 염형철 처장. 그는 4대강 사업 반대 운동을 하는 이들이 저간의 힘든 싸움으로 많이 피폐해졌음을 안타까워하면서 "우리들부터라도 운동을 신명나고 즐겁게 하지 않으면 결코 지속가능한 싸움을 할 수 없다"는 생각에서 우선 짧은 시간에 가시적인 효과를 볼 수 있는 이만의 환경부 장관 '정리하기' 캠페인을 생각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환경연합이 그동안 엇비슷한 '장관 자르기' 캠페인을 진행했던 경험이 다수 있고, 실제로 가시적인 성과를 낸 적도 적지않게 있었다고 언급했다.

 

환경운동연합은 지난 2008년 6월 '환경의 날'을 앞두고 '환경부 간판내리기' 행사를 세종로 정부중앙청사 후문 앞에서 주도하기도 했다. '환경파괴부'란 명칭은 이후 현 환경부의 정책과 행태를 비판하는 환경관련 시민단체들이 '국토부 2중대'란 세간의 환경부 별칭 못지 않게 줄기차게 사용해온 별칭이기도 하다.

 

이들은 환경부가 국가의 환경, 생태, 생물다양성, 지속가능성 등 환경부로서 마땅히 신경 써야 할 문제는 다 제쳐놓은 채 이명박 정권의 소위 '녹색성장' 개발 드라이브와 그 선봉이라는 4대강사업을 찬양 선전하는 홍보부 정도로 전락해 버렸음을 입을 모아 성토해 왔다. 이들은 특히 환경부가 국가재정법, 건설기술관리법, 하천법, 환경영향평가법, 수자원공사법, 자연환경보전법, 문화재보호법 등등 관련법이란 법은 모조리 어긴 4대강사업의 위법성을 '녹색', '생태' 같은 단어들을 앞세워 호도하는 데 전력을 다하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실제로 '운하백지화국민행동'은 작년 2월 4대강사업으로 인해 멸종 위기종인 단양쑥부쟁이의 생육지가 파괴됐다면서 이만의 환경부 장관과 한국수자원공사 현장 관계자를 야생동식물보호법⋅환경영향평가법⋅형법(122조 직무유기죄) 혐의로 검찰에 고발하기도 했다. 이는 환경부가 말로만 '대체 서식지를 조성'한다고 해왔을 뿐 현장의 사정은 전혀 그렇지 못하다는 사실이 발단이 됐다.

 

"환경부가 거듭 저지르고 있는 정보 왜곡은 가히 경악을 금치못할 수준"이라고 '이정모(이만의 환경파괴부 장관을 정리하는 모임)'의 한 관계자는 말했다. "환경부 웹사이트에 올라있는 소위 '해명'자료란 것 대다수가 다 파렴치한 거짓말이거나 그냥 완전 헛소리"라면서 그는 특히 4대강사업 홍보와 관련해서 "국토 대동맥 청소하고 깨끗한 물로 채우겠습니다", "환경친화적 수중보를 설치하면 유속이 빨라져 수질이 개선됩니다" 같은 문구를 예로 들었다.

 

그는 "'환경친화적'이니 '수중보'니 하는 건 전부 아직 한번도 입증된 바가 없는 전혀 믿을 수 없는 허언이고, 결국 '물을 막아놓으면 유속이 빨라져 수질이 개선된다'는 식의 어처구니없는 논리가 환경부 웹사이트에 올라있는 4대강사업 관련 홍보⋅해명자료의 거의 전부인 셈"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한 '환경파괴부 장관실'이라는 패러디 형식이 '저항의 혼종성'을 보여주는 좋은 예라고 설명했다.

 

"가령 탈식민주의 이론가 호미 바바가 제창했던 '모방(mimicry)'은 식민-탈식민 관계가 서로가 서로를 전제하고 또 의존하는 입장이라는 사실에 근거한다. 식민지배자의 시선과 위치가 그만큼 불안정하고 오로지 '타자성'에 의해서만 자기스러움이라는 '효과'를 부수적으로 발생시킨다는 뜻이다. 이런 맥락에서는 피식민자들의 '하위 정체성'을 자기동일적인 '어떤 것'으로 보존하려는 운동경향 같은 것 또한 해체될 수밖에 없다. 이는 언제든 압제자의 그것으로 동화 가능한 목적론적인 역사관을 뛰어넘는, 주변적이고 복수적인 정체성들이 서로 다른 것과 불안정하게 대체되며 이어가는 새 역사관⋅시공간으로 기존의 주체들을 이동시키는 효과를 낳는다.

 

'환경파괴부 장관실'의 레이아웃과 포스팅들을 보면 "더러운 환경, 개같은 미래, 이만의가 책임지겠습니다"라든가 "투기, 삽질, 파괴 중심의 4대江" 같이 매우 직설적인 풍자도 있지만 원래 환경부 장관 자료실에서 가져온 해명 자료들이 글자 하나 안틀리고 그대로 게재되어있는 경우도 많다.

 

원래 자료 앞에 간략한 '코믹 요약'을 덧붙인 게 대부분이지만 원래 자료를 군데군데 우리 멋대로 바꾼 경우도 있다. 심지어는 우리 패러디 홈피에서 '장관과의 대화' 버튼을 누르면 바로 현 환경부 '열린장관실'로 가도록 되어 있다. '환경파괴부'는 '환경부'와 '대치(투쟁)'하는 곳이 아니다, '환경부'가 곧 '환경파괴부'인 것이다. '경계 혼융'을 통한 경계지움 자체의 '준거틀 흔들기'(탈경계)라는 탈식민주의적 유희의 대표적인 행동양식이라 할 수 있다." 

 

지난 19일 있었던 '이정모' 오프라인 행사인 "환경파괴부 이만의 장관 후원의 밤" 역시 그러한 경계혼융의 또 다른 좋은 예라 할 만하다. 행사명을 '후원의 밤'이라 짓고 환경운동연합 사무실 2층이었던 행사장의 분위기 또한 레드와인, 카나페, '갈라 콘서트' 등 소위 '명품("국격")'을 강조하는 요즘 정치권 세태에 걸맞게 디자인했다.

 

염형철 처장은 "어차피 MB의 하수인에 불과한데 이만의 하나 자르는 게 대수냐, 정작 중요한 건 비정상적으로 비대해진 이 나라의 토건개발족이고 마찬가지로 기형화된 산업구조"라면서 이 캠페인을 부정적으로 평가하는 의견들에 대해, "이만의 '하나 자르는 것'이 이 캠페인의 본질은 물론 아니다. 캠페인 자체의 목적은 잘못된 정치로 인해 이 나라의 환경, 생태계에 저질러지고 있는 온갖 범죄와 악행을 우리가 '반드시 기억해 둬야 한다'는 데 있다. 이만의 장관의 말과 행적을 낱낱이 기록해서 후세의 공정하고 엄밀한 평가를 위한 자료로 남겨두는 일에는 단순히 '장관 자르기' 이상의 의의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날 행사는 '망치부인'의 세태 풍자, 김이하 시인의 백무산 시 "돌아오지 않는 강" 낭송, <나는 반대한다>의 저자 김정욱 교수와 민주주의연구소 연구원 김레베카씨의 오페라 아리아 듀엣 '갈라 콘서트' 등, 작지만 다채롭고도 흥미로운 볼거리와 얘깃거리로 채워졌다. 

 

'이만의 환경파괴부 장관실' 사이트의 '우리들 소개'

이런 분 처음입니다. '4대강 사업이 절체절명의 생존사업'이고, '한반도운하 건설이 대한민국의 지상 과제'이며, '운하를 반대하는 서울대교수들은 전문지식 없다'고 일갈하는 장관. '친환경(?) 골프장에 표창'을 주고, '국가경쟁력 강화를 위해 국립공원 케이블카를 추진'하는 환경부장관. 일찍이 존재하지 않았고 앞으로도 나오기 어려운 사람입니다. 보온병 안상수 선생과 함께 역사에 남겨야할 반열의 인사입니다.

 

'모든 국민은 건강하고 쾌적한 환경에서 생활할 권리를 가지며, 국가와 국민은 환경보전을 위하여 노력하여야 한다.'는 헌법 35조, '환경부장관은 자연환경, 생활환경의 보전 및 환경오염방지에 관한 사무를 관장한다.'는 정부조직법 34조를 전혀 개의치 않는 분. 오직 MB에 충성하기 위해, 4대강 사업의 전도사를 자처하고, 수도 민영화도 과감히 추진하시는 그 정신 눈이 부십니다. 환경부의 기능을 뿌리째 제거해서, 4대강 사업 등을 둘러싼 혼란과 갈등을 극단으로까지 끌어 올린 정말 대단한 내공입니다.

 

이런 장관이 장수를 하다 보니 직원들의 기개도 대단해 졌습니다. MB 정부 초기, 환경부장관 이야기가 나오면 곤란해 했던 환경부 직원들, 이제는 부끄러움 따위는 잊었고, 적응을 넘어 앞장서는 분들도 많아졌습니다. 물이용부담금 토론회에 나와서 환경단체들이 형편없다며 혼내던 서기관, 내셔널트러스트 시상식에 와서 깽판을 부린 과장, 온갖 행사장을 다니며 4대강 사업을 생태사업이라 열변을 토하는 국장 등 리틀 이만의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습니다.

 

바쁘더라도 더 놔두면 곤란하겠습니다. 이런 쓰레기들이 신묘년 새해까지 더럽히는 꼴을 본다면, 우리의 국토가 너무도 고단하고, 우리의 인생이 너무 불행해질 것입니다. 가는 해와 함께 정리하고, 내년에는 우리의 눈과 귀를 씻을 일을 조금이라도 줄였으면 합니다. 중국사람들은 영웅 악비를 모함했던 진회의 동상을 세워, 900년 동안 가래침을 뱉으며 역사의 교훈을 잊지 않고 있는데, 우리도 이제는 이만의씨의 동상을 세워 그의 업적을 기려야 할 때입니다.

 

그래서 강을 생각하는 이들, 생명을 귀하게 믿는 이들께 '이정모, 이만의씨를 정리해 주는 사람들 모임'을 제안합니다. 이정모는 그가 했던 구슬 같은 말들을 정리해 트위터와 페이스북 등으로 퍼뜨리고, 그가 행했던 빛나는 행동들을 재판의 근거로 낱낱이 기록하며, 그가 다니는 곳들 마다 찾아가 찬양의 피켓을 들어 주는 등의 일들을 하려고 합니다. 그가 MB 곁에서 더 큰 일을 할 수 있도록, 환경이라는 단어는 내려놓고 더 훨훨 날아 갈 수 있도록 우리가 도와주었으면 합니다.

 

온라인에서 만난 여러분들이 뜻을 모았습니다. 그리고 매달 정기적으로 환경연합(경복궁역 근처)에서 모임을 갖습니다. 많은 것을 준비하지는 못했지만 할 수 있는 것부터 시작하겠습니다. 함께 아이디어를 모으실 분들은 회의에 나오시고, 온라인 활동에 역량이 있으신 분은 힘을 모아주십시오.

 

우리는 환경부의 탈을 쓴 환경파괴부를 더 이상 좌시할 수 없습니다. 함께 해 주십시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시민사회신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환경파괴부, #환경부, #이만의, #4대강사업, #서울환경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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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레베카(김인심). 성공회대 사회학과 박사과정을 수료했고, 사회생태체계 연구방법론에 대한 박사논문을 준비중이다. 민주주의연구소 연구원, [시민사회신문] 객원기자, 연간지 [강과 사람] 편집위원으로 일했고, 현재 강화에너지자립모임, '가로수시민연대' 등에서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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