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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取중眞담]은 <오마이뉴스> 기자들이 취재 과정에서 겪은 후일담이나 비화, 에피소드 등을 자유롭게 쓰는 코너입니다.[편집자말]
 최근 현장을 다시 확인해 보니 기공식 행사가 열린 콘크리트 행사장은 콘크리트 바닥을 모두 뜯어내고 콘크리트 폐기물을 쌓아 둔 상태다.
최근 현장을 다시 확인해 보니 기공식 행사가 열린 콘크리트 행사장은 콘크리트 바닥을 모두 뜯어내고 콘크리트 폐기물을 쌓아 둔 상태다. ⓒ 이재환
 
ⓒ 최주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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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남도(도지사 김태흠)가 대통령 의전을 이유로 충남형공공임대주택(리브투게더) 기공식 행사장 준비에 수억 원을 쏟아부었다. 여론은 따가웠지만 충청남도는 여전히 '관행'이라고 되뇌고 있다.

앞서 <오마이뉴스>는 충청남도가 지난 4월 18일 충남 홍성군 내포신도시 한울초등학교 인근(RH16 블록, 건축 전체 면적 16만 285㎡)에서 한 시간 남짓 진행된 공공임대주택 기공식 행사를 준비하면서, 윤석열 대통령의 참석에 대비한 의전을 위해 최소 수억 원이 드는 과도한 낭비성 공사를 벌였다고 보도했다. (관련기사 : [단독] 대통령 온다고 축구장 면적 절반 시멘트 포장, 1시간 쓰고 철거 https://omn.kr/28nw0)

당시 충남도는 한 시간짜리 기공식을 위해 축구경기장 절반 크기의 면적에 콘크리트를 깔고 수천 평 공간에 파쇄석을 실어다 다지는 한편, 1km에 이르는 차단막을 설치하는 '일회용' 공사를 벌였다. 이에 따라 무주택 서민을 위한 아파트를 짓는다면서 입주민들의 부담으로 돌아갈 수도 있는 낭비성 공사를 벌였다는 비판이 이어졌다.

최근 다시 현장을 확인한 결과 기공식 행사가 열린 콘크리트 행사장은 콘크리트 바닥을 모두 뜯어냈고, 파쇄된 콘크리트 폐기물은 한쪽에 쌓아놓은 상태였다.

관행이라는 충남도, 업계에선 갑질이라 부른다
 
 최근 현장을 다시 확인해 보니 기공식 행사가 열린 행사장 콘크리트 바닥(사각형 붉은 색 부분)을 모두 뜯어내고, 콘크리트 폐기물을 쌓아 둔 상태다.
최근 현장을 다시 확인해 보니 기공식 행사가 열린 행사장 콘크리트 바닥(사각형 붉은 색 부분)을 모두 뜯어내고, 콘크리트 폐기물을 쌓아 둔 상태다. ⓒ 이재환
  
 지난 4월 초 준공식 행사가 열린 콘크리트 행사장 바닥을 철거하는 모습.
지난 4월 초 준공식 행사가 열린 콘크리트 행사장 바닥을 철거하는 모습. ⓒ 오마이뉴스
 
하지만 충청남도 관계자는 29일 충남형공공임대주택 기공식 행사 준비에 들어간 공사비와 당일 행사비에 대해 같은 입장을 되풀이 했다. 이 관계자는 "관련 비용은 시공사의 용역(사업) 범위 내에 들어 있다. 시공사에서 용역비 중 판매비와 홍보비에서 쓴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기공식을 준비하는 데 쓴  비용은 해당 시공사에서도 영업비밀이라 알려 주지 않고 있다"고 덧붙였다.

충남도 산하 충남개발공사(사장 김병근) 관계자도 "시공사에서 한 공사로 공사 비용과 당일 행사 비용에 대해 요청을 해도 공개할 수 없다고 한다"고 답했다.

첫 취재 당시 '낭비성 공사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 '관행'이고 '시공사에서 한 일이라 모른다'는 의견에서 달라진 게 전혀 없는 셈이다.

건설업계에서는 이 같은 충청남도와 충남개발공사의 태도에 혀를 찼다. 익명을 요구한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시공사에서 울며 겨자 먹기로 할 수 없이 공사비용을 떠맡은 것"이라고 단언했다.

그는 "관련 뉴스 봤는데 한 마디로 어이가 없다. 수백만 원이 들어가는 기공식 행사면 모르겠지만 수억 원이 드는 행사를 관행이라고 하는 게 말이 되나"라며 "시공사에서 이후 설계변경이나 공사 대금 지급 문제 때문에 을의 입장이다 보니 할 수 없이 한다는 걸 이 업계 사람이면 누구나 아는 일"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대통령 참석에 대비한 의전 공사를 했다는데 한마디로 갑질이다. 갑질을 하고도 아직도 '관행'이라고 말하나. 민간업계에서도 안 하는 일을 공공기관에서 하는 게 말이 되나"라고 반문했다.

충남개발공사 관계자는 '관행이 아닌 갑질이라는 비판이 많다'는 지적에는 "이 부분에 대해서는 제가 드릴 말씀이 없다"고 말을 아꼈다.

민간아파트 보다 비싼 충남형 공공임대
 
 지난 4월 18일 기공식 행사에서 시공사 직원들이 햇볕아래 도열해 행사를 지켜보고 있다. 이날 낮기온이 30도까지 올라 참석자 대부분이 행사 도중 자리를 떴다.
지난 4월 18일 기공식 행사에서 시공사 직원들이 햇볕아래 도열해 행사를 지켜보고 있다. 이날 낮기온이 30도까지 올라 참석자 대부분이 행사 도중 자리를 떴다. ⓒ 오마이뉴스
 
충청남도는 과도한 행사 비용이 입주민들의 부담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지적에 대해 "초저리로 보증금을 대출받고, 싼 임대료로 거주하다 6년 전 분양가로 구입할 수 있는 파격 분양"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실제 충청남도는 이곳에 신혼부부와 청년 등 무주택 서민을 위해 전용면적 84㎡ 아파트 949가구를 공급할 계획인데 공식 발표한 임대료는 보증금 1억 6천만 원에 희망할 경우 전액의 80%를 1.7%까지 저금리로 대출받을 수 있다. 월세는 18만 원, 반전세 형식이다. 도는 충남형 리브투게더에 6년 동안 거주하면 입주자 모집 공고 시 확정한 가격( 3억 9000만 원)으로 분양을 받을 수 있다고 내세우고 있다.

하지만 이미 '파격 분양'이라는 홍보도 무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근 KBS 보도를 보면 사업부지 바로 옆 입주한 한 민간 아파트에서 거래된 같은 면적의 전세가는 평균 1억 3000만 원이다. '어떻게 공공임대주택이 민간 아파트보다 비쌀 수 있냐'는 물음이 나오는 이유다.

최근 3년간 내포신도시 내 같은 면적의 민간아파트의 분양가는 대부분 3억 원 미만에서 초중반으로, 6년간 거주 후 분양가 3억 9000만 원도 파격이 아닌 '고분양가'라는 지적이 나온다. 충남도 관계자는 "자재 등을 최고급으로 사용해 기존 민간아파트 대비 가격 경쟁력이 충분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지난 4월 18일 충남형공공임대주택(리브투게더) 기공식 행사 당시 행사장 모습. 이날 행사가 끝난 직후 콘크리트 바닥을 철거했다.
지난 4월 18일 충남형공공임대주택(리브투게더) 기공식 행사 당시 행사장 모습. 이날 행사가 끝난 직후 콘크리트 바닥을 철거했다. ⓒ 오마이뉴스
 
특히 입주민에게 받는 임대보증금(1544억 원)외 나머지 사업비 2386억 원은 충남도 출자금이나 기금 등 세금이 투입된다. 또 앞서 벌인 과도한 기공식 또는 설계변경 등으로 사업비가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충청남도는 또 천안·공주·아산·청양 등 도내 곳곳에서 충남형 공공임대주택(리브투게더) 사업을 벌여 오는 2026년까지 총 5000세대(전 세대 84㎡)를 공급할 예정이다.

'관행'이라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는 충청남도와 충남개발공사의 행태를 보면 이후 천안에서, 공주에서, 아산에서, 청양에서, 공공임대주택 기공식을 할 때마다 시공사가 시행사의 구미에 맞춘 낭비성 공사를 되풀이 할 수도 있지 않을까. '관행'이라는 이름으로.

#충청남도#충남개발공사#리브투게더#공공임대주택#기공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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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보천리 (牛步千里). 소걸음으로 천리를 가듯 천천히, 우직하게 가려고 합니다. 말은 느리지만 취재는 빠른 충청도가 생활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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