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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대 위에서 수염이 길다란 할아버지가 자기 키 만큼 큰 무를 흔들어도 뽑히지 않는다.

 
"여보, 할멈! 안되겠어. 당신이 해봐!"

 

하지만 허리 굽은 할머니도 끙끙대기만 하고 무를 뽑지 못한다.

 

"얘, 아범아! 안 된다. 안 돼. 아범 네가 해보렴."

 

아버지가 힘을 써 흔들어도 무는 끄덕도 않는다.

 

"여보, 마누라, 당신이 해야겠어. 나는 허리가 아파서…"

 

며느리가 흔들어도, 힘센 향토예비군 손자도, 초등학교 손자도, 유치원생 아기도, 심지어 힘센 경찰관 삼촌이 덤벼도 무는 뽑히지 않는다.

 

 "안되겠다. 온가족이 허리를 잡고 힘을 합해 뽑아보자!"

 

결국 할아버지의 제안에 온가족이 허리를 잡고 힘을 모아 흔들어 뽑자 무는 뽑히고, 온가족이 무대 위에 뿔뿔이 나뒹군다. 이때 아이들과 모든 관객이 그 장면이 너무 재미있어 박장대소를 한다. 동화구연아버지회의 '무 뽑기'라는 코미디 동화의 공연 모습이다


10년 넘게 멀리는 충남 안면도, 서울 경기도의 산골마을까지 찾아다니며 무료공연을 해온 '동화구연아버지회(회장 편사범)에서는 오는 29일 토요일 오후 3시30분부터 경기도 남양주시 수동면 입석리에 소재한 '신망애 장애 시설'에서 동화구연 잔치를 벌인다.

 

이번 공연은 '동화구연 아버지회'회원 아버지와 전국대회에서 입상한 어린이들이들과 함께 하는 동화구연을 비롯해, 동화를 더욱 재미있게 즐길 수 있게 다양하게 재구성한 여러 가지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동화구연 아버지회'는 지난 1991년부터 한국아동문학연구회가 주최한 '전국 아버지 동화 구연대회'에 참여한 아버지들의 봉사 모임이다. 10여 년째 동화구연아버지회를 거의 자비로 운영해오는 편사범(57)회장은 지난 1991년 '전국 아버지 동화 구연대회'에서 입상한 이후 입상자들을 모아 '동화구연 아버지회'를 만들었다. 서울에서 웅변학원과 어린이 집을 운영하며 여러 기관에서 웅변과 동화구연을 강의하기도 하는 편 회장은 한마디로 동화구연에 미친 '동화구연의 달인'이다.

 

'동화구연 아버지회'의 구성원들도 동화구연에 미쳐 일터를 박차고 나와 봉사에 진력하는 열정을 갖고 있다. '동화구연 아버지회' 회원들은 낮에는 각자의 일터에서 자기 일 보고, 야간에 모여 공연 연습을 한다. 멀리 '자유의 다리' 건너편, 통일촌에 사는 농사꾼 서정환(61)씨와 수필가인 부인 안순금(59)씨 부부 역시 동화구연에 빠져 이 일을 귀찮게 생각지 않고, 10여 년째 트럭을 몰고 서울까지 와 공연연습을 하고 새벽에 돌아가기 일쑤다. 오는 29일 공연을  앞두고 '동화구연 아버지회'회원들은 요즘도 공연 연습에 밤 가는 줄 모른다.

덧붙이는 글 | 동화구연아버지회 연락처 02-967-9787


#원두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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