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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영화가 대기업을 등에 업고 '슈퍼 갑' 행세를 하고 있다. 이른바 스크린 독점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 이것은 이제 막 등장한 새로운 문제가 아니다. 이전부터, 아주 오래 전부터 지속 되던 문제다.

 

올해는 한국 영화의 전성시대라고 할 만큼 풍성한 볼거리들이 많았다. 그러나 관객들이 선택할 수 있는 폭은 아주 좁았다. 10개의 상영관이 있으면 5개의 상영관이 똑같은 영화를 상영하고 있었다. 관객들은 날로 증가하고 있지만 영화의 장르. 다양성은 날로 좁아지고 있다. 어떻게 된 것일까. 상영관을 독점하고 있는 영화들이 존재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물론, 초호화 캐스팅 그리고 할리우드 뺨치는 스케일에 투자한 돈을 생각하자면 독과점은 어쩌면 당연한 것일지도 모른다. 손익분기점을 넘어야 본전을 뽑은 거라고 말할 수 있으니 말이다. 요즘 영화들은 관객 천만을 목표로 하고 있다. 역대 천만 영화 목록을 보자면 봉준호 감독의 괴물, 강제규 감독의 태극기 휘날리며, 이준익 감독의 왕의 남자 등을 보면 그 장르도 다양하다. 하지만 지금 영화들은 억지로 천만 관객을 돌파한 영화!, 라는 타이틀을 만들기 위해 악을 쓴다. 스크린을 독점하면서까지 말이다.

 

올해 개봉작 중 많은 관객을 불러 모은 봉준호 감독의 설국열차와 하정우 주연의 더 테러 라이브를 보자. 이 두 영화의 상영 횟수와 좌석 점유율을 보면 63.8%와 80.8%에 달한다고 한다. 두 편의 영화가 전체 상영 횟수 10번 중 6번을 차지한다는 의미다. 반대로 황금 사자상을 수상해 작품성을 인정받은 저예산 독립영화, 김기덕 감독의 피에타를 보자. 스크린 점유율이 10% 미만에 그쳐 좌석 점유율 또한 낮을 수밖에 없다. 이 세 영화의 차이가 무엇이기에 관객을 끌어 모으는 것에 차이가 나는 것일까.

 

주요 멀티플랙스 극장에서 자사나 계열사가 제작 또는 투자에 참여한 영화를 집중 상영하거나 경쟁사 영화를 거부하는 등의 문제가 빈번하게 일어난다. 배급이 롯데 엔터테인먼트라면 CJ 계열사인 CGV에서는 상영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독립 영화, 소규모 영화 같은 경우에는 관객들이 편히 찾을 수 있는 대형 극장이 아닌, 그 영화를 내건 독립 영화관 등 작은 영화관을 직접 찾아야 하는 수고를 해야 한다. 소비자의 선택권이 제한된 것이다.

 

이때 쯤이면 드는 의문이, 왜 영화 관련 쪽에서는 독과점에 대한 법이 하나도 없는 것일까다. 다른 분야에서는 독과점을 부정적으로 보지만 영화 쪽에서는 그런 사람들이 반반으로 갈렸다. 이런 스크린 독점이 계속 이어지게 된다면 우리나라는 어쩌면 상영관 10개 모두 똑같은 영화를 상영하게 되는 사태가 일어날지도 모른다. 내가 겪은 상황을 말해주겠다. 제임스 카메론 감독의 영화 아바타가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을 무렵 다른 영화들이 개봉을 점점 늦추기 시작한 때를 기억할 것이다. 집에 텔레비전을 없애는 대신 일주일에 한 번 꼭 영화를 보기로 한 우리 가족은 어느 주말, 소름 끼치는 광경을 목격했다. 제주 시청 CGV에는 상영관이 8개 정도 있는데 열린 스크린은 5개였고 그 5개 마저 모두 아바타였다. 다시 한 번 그때를 떠올리자면, 아바타 말고 볼 영화는, 다른 영화를 보고 싶다는 선택권은 그 영화관에 의해 묵살되어버렸다. 영화를 보고작 하는 사람들은 점점 많아지는데 이런 상황이 또 벌어지게 된다면 어떻게 될까. 사람들은 억지로 그 영화를 봐야 한다. 일상에서 받은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오는 영화관에서 오히려 권리를 빼앗긴 채 반강제적으로 여가를 보내게 되는 시대가 와버렸다.

 

프랑스 영화감독인 버틀스트테 커번은 이렇게 말했다.

 

"프랑스에선 10개 상영관에 10개 영화가 상영됩니다. 대작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도 있고, 안 그런 사람도 있죠. 극장은 이런 모든 사람들이 영화를 볼 수 있도록 해줘야죠"

 

나는 한 극장에서 특정 영화의 점유율을 적어도 30%를 넘어선 안 된다고 생각하며 그 이상이 된다면 강력히 제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대형 극장마다 적어도 한 두개 이상의 독립 영화를 상영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바다. 정직하게 한국 영화의 전성시대라고 불릴 수 있는 시대가 오길 바란다.


태그:#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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