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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선배, 도대체 경영, 경제 책은 왜 읽어야 하는 거죠?

멜로소설 많이 읽으면 연애의 고수가 될까요? 주식에대한 책을 30권 넘게 읽으면 주식의 고수가 될까요? 아마그렇지 않을 것입니다. 연애의 고수가 되기 위해서는 일단 연애를 해야 할 것이고, 주식의 고수가 되기 위해서는 주식을 직접 해 보아야 하지요. 이런접근법대로라면, 책을 읽는 이유는, 내가 무언가를 하려고할 때 도움이 되기 때문이겠군요.

그렇다면, 경영과 경제에 대한책은 왜 읽어야 할까요? 아직 취업도 못한 대학생이 "위대한정신을 지닌 기업가들" 이라는 책을 읽으면, 취업에도움이 될까요? 야근과 격무와 꾸지람에 시달리는 신입사원이"선진 기업환경의 변화" 라는 책을 읽으면, 위안을 얻을 수 있을까요? 물론 취업 준비생도 신입사원도평생 그 자리에만 머무르는 것은 아니겠지요. 때가 되면 CEO도될 수 있고, 조직의 총수도 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나중에 그렇게 높은 자리에 될 때를 대비하여 읽어야 한다는 논리는 어떨까요?혹은, 웅대한 포부를 품기 위해서는 이런 책을 미리 읽어두어야 한다! 라는 것은 어떻습니까? 글쎄요, 지금당장 나의 취업이나 승진에 도움을 받으려면, 책 읽을 시간에 교과서 문제를 하나라도 더 풀어보거나, 아니면 조금이라도 더 일하는 편이 당장 나에게 도움이 되지 않을까요?

여기까지 파고들면 대개의 대답은, "그냥재미있으니까." 정도일 것입니다. 물론, 책은 재미있습니다. 그렇지만 그냥"재미있으니까." 라고 말하기에도 역시 모자라지요. 왜 하필이면 경영과 경제에 대한 책을 "재미있어서" 읽는 것인지? 그것 말고도 재미있는 활동들도 많은데 왜하필이면 책을 읽는 활동인지?

A: 학교에서 배우는 것이 정확히 무엇이고, 어떻게쓰이는 지 알 수 있으니까.

"시장과 정부"의 저자 이준구교수님은 현재 서울대학교 경제학부에서 경제학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미시경제학과 재정학 교과서의 저자로유명하지요. 이준구 교수님은 교과서뿐만 아니라 다양한 저술 활동을 통하여 경제학의 기본 개념들을좀 더 알기 쉽게 전달하고 소개하고자 노력하고 계십니다. 이 책, 시장과정부 역시 그런 노력의 산물 가운데 하나입니다.  "시장과 정부" 라는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주된 내용은 시장경제와 정부의역할에 대하여 이야기해주고 있습니다.

이 책은 두 파트로 나뉩니다. 제 1 부 "이론" 편에서는기초적인 경제학 이론들이 설명되어 있습니다. 제 2 부 "현실" 편에서는,1부의 개념들을 바탕으로 현실의 다양한 문제들을 경제학적 시각에서 바라보고 있습니다. 경제학이선택의 학문이라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이토록 다양한 주제(마약합법화에 대한 논의에서부터, 자동차 10부제에 대한 이야기, 복권과 카지노, 종합부동산세, 교육, 부동산, 공공요금, 경유차 규제에 이르기까지......)에 광범위하게 적용된다는 것이 무척 놀랍습니다. 또한, 흔히 "경제적이니까" 라는 생각으로 당연하게 생각해왔던 수 많은 제도들이, 경제학의시각에서 바라보면 무척이나 "비경제적"인활동일 수 있다는 점이 신선합니다. 가령 자동차 10부제는많은 결점을 지닌 정책이며 무척이나 불공평한 제도임을 무척 간단하게 증명하는 부분은 매우 인상적입니다. 물론, 문제 제기와 그 해결 방안에 있어서는 이견이 있을 것이고, 무엇보다도이 책은 다양한 사회 문제들을 온전히 "경제학적 시각"으로바라보고 있다는 점 역시 유의해야 하구요.

그렇지만 이 책의 놀라운 점은 따로 있습니다. 바로이 책의 "접근방법"인데요, 경제학 원론, 혹은 교양으로라도 들은 경제학 정도의 지식만 있어도이 책을 읽어나가는 것에는 전혀 무리가 없다는 것입니다. 즉, 경제에대한 기초적인 지식만 있어도 사회 현실의 다양한 문제들을 바라보고 생각해볼 수 있다는 점입니다. "이전에는생각해 본 적 없는 부분"이나 "생각해보지 못했던 각도로" 말이지요.

이전에 다른 누구도 알지 못했던 새로운 이론을 소개하고, 그 새로운 이론으로 현실을 설명하는 책들은 아주 많습니다. 지금도시중에 나와 있는, 소위 유행을 선도하는 경영/경제학 책들가운데 특히 많지요. 그렇지만, 이미 모두가 다 알고 있는상식 수준, 혹은 조금만 노력하면 금방 이해할 수 있는 지식을 바탕으로 현실의 복잡한 사례를 명쾌하게해설하는 책은 생각보다 많지 않은 듯 합니다.

"시장과 정부"와 같은 책의 접근법이중요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바로 내가 지금 공부하고 있는 것들, 내가학교에서 배우는 것들이 실제적으로 현실에서 어떻게 쓰이는지 재조명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전에는 알고있는 지식과 실제적인 사회가 분리되어 있었다면, 그것을 연결 지어 생각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이지요.

내가 공부하는 것이 사회에서 어떻게 쓰이는 지 안다면, 왜 이것을 공부해야 하는지도 무척 명확해질 것이고, 그 과정에서어떤 문제점이 있는지도 알 수 있겠지요. 그 문제점은 내가 공부하는 학문 자체의 한계일수도 있고, 현실에 적용하는 과정에서 일어나는 한계일 수도 있겠지만, 중요한것은 "내가" 주체적으로 생각할 수 있게 된다는 것입니다. 즉, 응용력을 크게 기를 수 있겠다는 거지요. 생각하는 능력을 기를 수 있다면, 현재 이슈가 되고 있는 수 많은이야기들을 보다 명확히 이해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어떤 이슈나 현안에 대한 나의 결정도 선동이나일방적인 보도에 의해서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내 판단과 내 의지로" 이것은 "옳다,그르다 혹은 내 생각은 이렇다." 라고 자신 있게 이야기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어떤 사람들에게 추천하나요?

일단, 자신이 배우는 학문이나 공부가도대체 무슨 소용이 있는지 고민하고 회의하는 학생들에게 추천해주고 싶습니다. 경제학 학부 생이 아니어도상관 없습니다. 이 책의 접근 방법, 내가 배운 것이 실제적으로어떤 의미가 있고, 어떻게 쓰이고 있으며, 그것의 한계는무엇인지 그 사고하는 틀을 익히는 것이 더 중요하니까요.

혹은, 이 책은 경제에 관심 있는 고등학생이읽어도 괜찮을 책이라고 생각합니다. 고등학교에서 배우는 경제 정도의 지식만 있더라도 이 책을 읽는 데는큰 무리가 없을 거고, 경제에 도통 재미를 못 붙이는 학생이라면 한 번 읽어보기를 권합니다.

덧붙이는 글 | 시장과 정부 | 이준구(지은이) | 다산출판사



시장과 정부 - 경쟁과 협력의 관계

이준구 지음, 다산출판사(2004)


#서평#경제학#이준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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